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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찹쌀떡과 시험

찹쌀떡 기도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지났으니 빛바랜 단풍이 마른가지에서 발버둥처도 가을을 붙잡진 못한다. 어제밤부터 내린 비는 짓눈깨비가 돼 한파를 몰고와 겨울문턱을 알리는 아침, 나는 외손주 윤이를 데리고 미동초교를 향했다.

아침 8시 반이면 윤이를 학교에, 9시 반엔 둘째 현이를 사립유치원셔틀버스에 태워주는 게 우리부부의 아침일과가 된지도 벌써 3주째를 넘겼다.

싱가포르에 살던 큰애(주리)가 관세사시험공부를 하겠다고  귀국하면서 두 애를 데리고 와 전학시킨 탓에 우리부부는 억지 서울생활을 해야했다.

둘째 현이는 유치원엘 갔다가 오후 6시경에 귀가하는 데 셔틀버스가 출퇴근시키고 있어 좀 났다, 문제는 아침 8시 반에 학교에 데려다 주고 다시 오후1시쯤 수업이 끝나면 곧장 방과 후 학원엘 데려다주고 6시에 다시 데려와야 해 여간 번거로운 윤이다.

더구나 이틀 간격으로  (밤에)P호텔휘트니스센터엘 가서 목욕까지 시키려면 아내로썬 여간 버거운 일과인 것이다. 하여 내가 귀가한 이 주동안 아내 혼자 그일을 전담하다가 몸살을 앓은통에 더 이상 내가 모른 채 할 순 없었다. 

또한 우리내외야 그렇다처도 애미인 큰애는 수험공부하랴, 그런 애들이 학교에 어찌 적응해가는지? 우리내외는 얼마나 속 썩는지? 신경쓰며 맘 조이느라 얼굴이 반쪽으로 헬쓱해져 안쓰럽다. 

그러면서도 지들 생활이 어려워서가 아닌, 공부하여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함이니 가상히 여겨 적극 협조해줘야 할  처지라고 아낸 적극자처한 고생인것이다.

초겨울인 지금 수험준비 땜에 초조해 하며 맘 고생하는 엄마가 비단 아내 만은 아닐테다. 아니 고3생들의 어머니의 맘은 아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절박함일 테다. 하여 이맘때쯤엔 사찰을 찾아 기도올리고 막상 수험치르는 날엔 학교정문에 엿을 부친다든지, 또는 찹쌀떡을 해 주기도 한다.

수험생에게 찹쌀떡을 해주는 풍습은 꾀 오랜 전통이 있단다. 일본 규수지방에 덴마구신사가 있는데 그 신사주변엔 찹쌀떡가게가 천여 개나 되며, 찹쌀떡은 그곳의 유명브랜드가 돼 천년을 이어오며 지역사회 상권에 효자노릇하고 있다는 게다.

 

서기 905년 시인이며 철학자인 스기와 미치자네가 모함을 받아 중앙정부에서 쫒겨나 덴마구에서 귀양살이를 하다 2년 만에 죽었다. 장례날, 제자들이 시신을 싣고가던 우마차가 멈춰선 채 움직이질 않자 그곳에 매장을 하고 안락사라  불렀으니 바로 덴마구이다. 그때 교도본가에 있던 매화나무가지 하나가 날아와 뿌리를 내리고 이듬해 피빛꽃을 피우니 후에 홍매화의 고장이란 전설이 생긴 곳이기도 하다.

미치자네가 2년 간 귀양살이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일은 인근의 조그만 절의 비구니스님께서 이따금 찹쌀떡을 공양했는데 그 찹쌀떡을 먹을 때가 기뻤다는 게다. 찹쌀떡은 그의 우울한 정신불안과 피폐해진 심신을 치유한 음식이기도 했던 것이다.

미치자네를 '학문의 신'이라고 추앙하며 신사로 봉안한 덴마구사람들은 '학문의 신'에게 공양한 찹쌀떡이 치유의 음식이라 여겼고, 그후 학업성취를 기원한는 참배객들이 참쌀떡을 공양하는 의식이 이어저내려오며 덴마구의 명물이된 셈이다.

그런얘길 들은 아내는 우리도 찹쌀떡을 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웃었다. 큰애의 수험은 명년 6월인데-.

찹쌀떡공양으로 수험합격이 보장받는다면 이세상에 불합격 된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간에 우린 느닷없는 수험생이 생기는 바람에 집안에 긴장과 어수선함과 번거러움이 뒤범벅 돼 하루일과가 온전히 애들 뒤치다꺼리로 끝나고 있다.

아내가 찹쌀을 물에 담군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아낸 웃으며 '떡 할까봐?'라며 '밤이나 까라'는 거다. 얘기 나온김에 찰밥 해 먹자는 거였다. 나는 어찌나 찰밥을 잘 먹던지 수시로 해먹는 밥이라 놀랄 것도 없었지만 오늘 만큼은 좀 이상했다. 

우리도 명년 6월엔 찹쌀떡을 빚어 조앙신께 치성드려야 할까? 앞으로 반 년동안 큰애네 뒷바라질 하면서, 그일이 내 스스로 원한바는 아닐지라도 재미를 붙여야 한다는 사실에 순응한다. 우리 내외가 재미삼아 흔쾌히 도우미 하는 게 찹쌀떡 빚는 일보다 큰애 수험에 효과가 영험하리란 걸 예감하는 거다.  

찹쌀떡의 효험은 마음의 정성일 테다.

201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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