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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영화 <관상> 후기

 <관상>의 역사 비틀어보기

 

역적으로 패망한 내경(송강호)은 심산에서  아들 진형(이종석)과 처남 팽헌(조정석)을 거느린 채 은둔생활을 하는데, 곤궁을 면하는 방편의 '관상보기'가 입소문을 타 한양의 당대 눈치기생 연홍(김혜수)의 꼬드김 으로 우여곡절 속에 한양에 입성한다.

야망에 불타는 수양(이정재)의 음흉한 권력욕과 지략에 맞서 사직의 정통성을 수호하려는 좌상 김종서( 백윤식)는 관상가를 불러들여 수양의 야심을 꺾고 '역사바로세우기'를 시도하려들지만, 관상학이 도도한 역사흐름을 비툴지는 못한다는, 관상은 관상일뿐이다는 한계에 머문다.

 허나 계유정난이란 어둡고 무거운 역사의 비극을 관상학이란  다소 의외의 발상으로 역사의 괘적을 비틀어꿰뚫어보려 했던, 감독의 기발한 설정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로 전혀 지루하지 않은 채 두 시간 반이란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연애의 목적>을 연출했던 한재림감독은 <관상>으로 사극의 지평까지 넘나든 샘인데 역사를 비뚤어보려 했던 탁견은 영화소재의 탁월한 비전이란 생각도 들었다.

송강호,이정재,백윤식,김혜수의 절정의 연기와 신예조정석과 이종석의 신선한 가능성은 관객들로하여금 두 시간 반을 웃음과 흥분, 긴장과 가능성, 잔혹과 허탈함에 빠져들게하였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허나 비틀어 역사를 보려는 발상의 전환은. 역사가 정도를 벗어 갓길로 흘렀을 땐 더욱 그렇다. 패기에 찬 수양(이정재)의 능멸의 화살촉이 관상학(내경)의 심장인 진형을 명중하는 순간의 눈빛과, 허망하게 무너지는 관상학의 자기당착이 마음 씁쓸하게 한다.

영활보고나와 비 갠 햇볕 쨍쨍한 오후의 거리를 걸으면서 요즘 까딱하면 이분법으로 사회를  재단하며 극우극좌로 몰아가려는 매카시들이 영화 <관상>을 보며 다방면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혜안을 가졌음 하는 생각도 해보게 했다.

한국영화의 밝은 내일을 볼 수 있어 또한 흐뭇했다.

영화<관상>을 강추하고 싶다.               20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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