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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어느 말매미와의 조우

말매미와의 조우

요즘은 새벽녘의 온도도 섭씨 26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어, 아내와 난 한낮에 하는 산행을 포기하고 새벽에 배산트레킹으로 대신하고 있다.

새벽의 숲 공기가 썩 좋지를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작열하는 불볕더위를 피하기 위해선 집에서 도보로 20분쯤 걸리는 배산트레킹이 최상의 대안인 땜이다.

오늘 아침5시반, 집을 나서는데 화단 옆 시멘트마당에 말매미 한 마리가 있잖은가! 반갑고 더는 불길하여 바짝 다가서도 놈은 꿈쩍도 안했다. 손을 뻗어 잡아도 놈은 발가락만 꼼지락거릴 뿐 온전히 몸을 맡길 정도로 탈진한 상태 같았다.

영문을 몰라 궁금했지만 은근슬쩍 겁도 났다. 놈을 화단에서 무성하게 자란 들깨나무에 붙여줬다. 얼른 단단히 움켜잡는 성싶었다. 놈은 필시 어제 밤 땅을 뚫고 푸나무에 올라 성충으로 우화(寓化)를 했을 테다.

매미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밤에만 지상으로 나와 푸나무에서 우화한다. 놈은 너무 늦은 밤에 우화하여 새벽이 되자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비상을 하다가 3층 우리마당에 불시착한 게 틀림없단 생각이 들었다. 난 놈에게 기운을 돋아줘야 할 것 같아 들깨나무에 물을 잔뜩 뿌려줬다.

물기 젖은 놈은 꼼지락 몸을 추스르더니 다시 미동도 않는다. 아내와 난 놈을 놔두고 배산을 향했다. 말매미의 주기는 7년이라 했다. 7년 동안 땅 속에서 유충으로 몸을 키우며 15번이나 탈바꿈을 하다 지상으로 출현한다. 매미는 대게 5,7,13,17년이란 소수(素數)를 주기로 하는 해에 출현한다. 지구상에서 소수를 주기로 탄생하는 곤충은 매미뿐이란다. 까닭은 2000종이나 되는 매미가 각자 다른 주기의 소수 년에 태어나야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고, 동종의 유구(悠久)도 기할 수 있어서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오직 득음에 매진해야 짝을 잘 유혹할 테니, 그 울음소리는 청아하여 우리들에게도 폭서를 잠시 잊게 해주는지 모른다. 도회지에서 매미울음소리가 소음에 가까운 것은 숲이 적은데다 밤에도 조명으로 낮처럼 환해 매미가 밀집 서생하기 좋아서다. 한 여름의 시골, 당산나무 아래 정자에서 오수를 즐기는 농부의 망중한은 매미의 자장가가 한 몫을 거들기 땜이다. 내 어렸을 적의 그 정경이 그리 그리울 수가 없다.

두 시간 후, 귀가한 우리에게 매미는 흔적을 감췄다. 놈은 정녕 기운차려 비상 했을까? 힘차고 우렁차게 울며 한 달 동안 멋있는 짝을 찾아 건강한 유전자를 남겨 7년 후 다시 자식말매미가 우리마당 위를 비상하면 좋겠다. 

“트르륵 츨르륵~~캭~”트럼펫소리 불어대는 말매미의 울음소리가 그립다. 연어처럼 귀소본능이 있담 오늘 말매미의 새끼도 7년 후에 우리집을 한 바퀴 선회하다 인근 나무에 앉아 ‘트르륵~ 츨르륵~캭~’하고 울지도 모른다.

-<"쓰름쓰름 쓰으름~" 스름매미 살갑고, "맴 맴 매앰~"참매미 조신하다."트르륵 츨르륵" 트럼펫 불러대는 참매미, "따르륵 따르르~"기관총 쏘아대는 참깽깽매미, "지글지글 딱 따그르르~" 기름 볶아대는 유지매미, 온종일 악머구리 끓듯 머리에 쥐가 난다. 새각시 방귀뀌듯 조심조심 반짓고리 골무만 한 토종매미들아, 저 소나무등껍질처럼 우악스런 외래매미 등살에 어찌 견디며 살아갈고! >- 라고 읊은 김화성기자의 매미타령이 생각난다.

매미 없는 여름나기를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쓸쓸할 거다. 허전할 것이다. 푸나무 우거진 숲과 산에서 매미 없는 세상은 푸나무도, 곤충과 새들도 재미 없어 우울증에 시달리다 제 명 다 못살것 같다`. 계곡흐르는 물도 매미 없는 솔로의 노래를 무슨 신명이 날텐가!? 

                               201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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