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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오짐마려운 계집년 무시 썰듯한 산행

어떤 산님

두타산이 지핀 불꽃이 무릉계곡을 가을황혼으로 물들이고 그 노을에서 빠져나와 귀가할 때 동행한 어느 고참 산님의 얘기다.

삼척시 하강면 닷지고개에서 시작하여 두타산 정상을 밟고 청옥산에 인증샷을 한 후 고적대를 경유하여 무릉계곡으로 하산, 관리사무소 아래 주차장까지의 산행거리는 대충 18km를 넘는다.

산행에서 지형의 차이는 있겠으나 보통 1시간당 2km를 주행한다고 봤을 때 9시간정도 소요되는 거리였다.

하여 새벽5시에 출발한 산행은 오후3시까지 날머리에 도착하기로 약속을 함이다.

근데 고참 산님은 오전10시에 날머리 주차장에 도착했다니 5시간에 18km를 완주했다는 셈이다.

뻥 좀 치면 날랐다고 해야 할까? 그분의 나이가 65세라고 해 난 또 한 번 놀랬다.

나는, 근육질로 단련 된 깡마른 그의 마라토너 같은 체격을 훔쳐보면서 부러움보다는 도대체 산행의 목적이 뭐며 산행 중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무척 궁금해 이것저것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분은 아무것도 생각 않고 등산로를 속보하듯 자기 발부리만 보고 걷는다는 거였다.

물론 그런 자신을 후회하며 자책하고 있었다.

오늘 목적한 산행을 주파했다는 것밖엔 얻는 게 없었다는 - 심지어 나중엔 어느 산을 간지도 기억에 남지를 않을 때가 많다는 거였다.

오직 숲 속의 길만을 보고 주파한 산행이니 피곤함 외에 달리 감회가 있을 수가 없었던 거다.

산행이 게임이 아니기에 다음부턴 쉬엄쉬엄 즐기는 산행을 하겠다고 다짐을 하곤 하지만 버릇이 돼 매번 선두에 서곤 한다고 자조하고 있었다.

나도 매번 산악회 따라 산행을 하는 탓에 정해진 하산시간에 맞추기 위해 산행하다보면 시간이 빠듯하여 ‘오줌 마려운 계집 무우 썰 듯’ 하여 아쉬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그 정해진 시간을 반 토막 내 끝내다보면 도대체 뭘 어쩐다는 건가?

오직 걷는데 열중하다보면 잡생각 털고 마음 모으는 일심적공은 될지 모르겠으나 득보단 실이 많음은 자명한 일이겠다.

숲에 파묻혀 이해하고 동화하려는 자세가 진정한 산꾼일 것 같고 산행의 의미가 아닐까?

서로를 이해할 때 애정이 생긴다.

숲을 모르곤 산사랑이 나질 않을 것 같다.

산도 거칠게 다루는 산님을 좋아 할 리 없겠다.

숲도 대화를 하고 싶어 할 거란 생각이 들기 땜이다.

그분도 다음부턴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무릉계곡을 지핀 노을이 차창을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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