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낌~ 그 여적

파리예찬

파리예찬

 

그림책을 보고 있던 다섯 살배기 손녀가 느닷없이 “할아버지 파리 잡아주세요.”라고 외치며 달려든다. 그림책에 파리가 있자 손녀는 지난가을 아파트단지내 공원에서 나와 한참을 놀아났던 정황이 순간적으로 생각났던 모양이었다.

평소에 내가 애와 만났다하면 뽀시락장난질을 즐기는지라 손녀는 나를 잘 따랐고, 그날도 단지 내 공원에서 손녀 시중을 들던 난 제법 큰 쉬파리 한 마리를 생포하여 날개를 떼고 애 앞에 내려놓았다.

쉬파리는 날개가 떨어져나간 걸 모르는지 껑충대며 몇 번 비상을 시도하다 포기하고 잽싸게 달아나고, 손녀는 비명을 지르며 쉬파리를 따라잡으러 종종걸음 질 쳤다.

손녀는 무섭지도 않은지 쉬파리를 잡으려 했지만 놈의 행동은 날쌔 번번이 헛짚고는 나더러 잡아달라고 응석을 떨곤 했다. 몇 번 잡아 손아귀에 놓아줬으나 놈은 애의 손에서 곧잘 탈출하곤 했다.

그래 난 놈의 다리 두 개를 절단했다. 놈의 행동이 둔해지고 비로써 손녀는 뒤뚱대며 달아나는 쉬파리를 뒤쫓으며 신이 난 거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진맥진하여 몇 걸음을 허둥대다가 쉬곤 한다.

손녀는 그때마다 놈을 잡아서 혼쭐을 빼는 거였다. 그 짓을 반복하다가 쉬파리가 느티나무 아래 개미동네에 들어서자 놀란 개미들이 혼비백산하더니 한 마리씩 달려들어 역공을 시도하는 거였다.

손녀는 개미가 달려든다고 또 소리를 질러댔다. 병정개미 한 마리가 쉬파리 다리를 물고 늘어지자 페르몬 신호를 접한 동료들이 하나둘씩 달려들어 놈을 공격하며 달라붙기 시작했다.

놈은 최후 발악을 한다. 그럴수록 개미떼거리는 악착같이 물고물어 어느새 놈은 새까만 개미떼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재수 억세게 없었던 쉬파리는 내 손에 잡혀 불구가 돼 손녀한테 쫓기다가 개미 밥이 되었다.

손녀는 또 쉬파리를 잡아달라고 떼를 썼지만 어디 쉽게 잡히는 곤충이던가? 애를 달래 집으로 돌아와 그 얘기를 하며 우리식구들은 한바탕 배꼽을 잡았던 것이다.

파리 죽이는 걸 당연시하는, 나아가서 박멸시키지 못해 안달인 우리들이기에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파리를 죽인다. 무용지물인 곤충이라고.

아까 날개와 다리를 잃고 비명횡사한 쉬파리의 모습이 뇌리에서 좀처럼 떠나질 않더니 언젠가 읽었던 법의학곤충으로써 인간의 삶에 이바지 한다는 파리생각이 떠올랐다.

 암컷파리는 한 번에 집파리의 경우 50∼150개, 검정파리는 400여개의 알을 일생 동안 6∼9회 낳는데 알은 유충, 그리고 번데기시대를 거쳐 성체로 완전변태를 한다.

성충은 빠른 것은 24시간 만에 교미하고 3일째부터 산란을 시작하며 번데기의 기간이 긴 것은 쉬파리로서 약 10일 걸리고 우화 후 3일째 교미를 하면 8일간 암컷의 몸속에서 알이 발육하고 10∼13일에 쉬를 슨다.

파리는 주택가의 쓰레기 처리장(집파리), 산과 들의 쓰레기통(검정파리 ·금파리 ·쉬파리), 해변의 어물 건조장(금파리), 양돈과 양계장 및 퇴비장(아기집파리 ·큰집파리 ·붉은종아리큰집파리), 목장의 축사와 분(검정집파리 ·제주등줄집파리 ·침파리)에서 발생한다.

파리의 수명은 종류와 계절에 따라 다르나 여름에는 보통 2개월을 살며, 성충으로 월동하기 때문에 가을에 우화한 파리는 이듬해 봄까지 산다.

*파리는 사람들의 유전병 치료에 쓰이는 중요한 약 개발에 실험재료로 쓰인다.

*파리는 죽은 동식물이나 똥을 분해 청소하는 자연생태계의 청소부다.

*파리는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열매를 맺게 하는 충매다.

*사체에 날아드는 파리의 종류와 구더기의 변이과정을 살펴 죽은 시간을 추정해 내는 법의곤충학의 재료다. 사체의 부페속도를 따라 청파리-금파리-쉬파리-치즈파리 순으로 날아든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 한 사건을 파리들이 해결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우린 간과한다. 컴퓨터를 통해 알아본 파리는 결단코 완전박멸(가능성도 없지만)해서도 안 될 곤충이기도 한 것이다.

하긴 이 세상에 불필요한 생물이 뭐가 있겠는가? 선용하기 나름이고 그들도 마땅히 생명의 존엄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파리를 잡되 파리의 이로운 점도 잊질 안해야 함이다.

손녀와 놀아나다 파리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게 된 하루였다.

파리야, 넌 사람들 집안에 들지만 말아다오. 방 밖에선 나는 널 절대로 죽이지 않겠다고 맹서하마. 넌 인간이 버린 오물까지도 나름 열심히 청소함인데 우린 그걸 혐오했구나.

파리-네가 정화시킨 자연의 순화가 가져다 준 과실을 인간은 잘도 따 먹으면서 말이다.

파리-난 앞으로 손녀가 아무리 앙탈을 부려도 너의 날개나 다리따위를 떼어내는 잔인한 행위를 절대 안하겠다.

그래 파리야! 될 수 있음 사람 주위엔 얼씬대지를 말아라. 정말 파리 목숨 된다.

2013. 0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