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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새해 첫날의 데이트- '라이브 오브 파이'

새해 첫날의 데이트-'라이브 오브 파이'

 

반세기만에 왔다는 강력한 동장군 앞에 서울의 신년도 꽁꽁 얼어붙었다. 방구들 지킴이 새해 첫날의 할 일 인양 우리 세 식구는 집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오후6;10에 상영하는 <라이브 오브 파이>를 보러 외출했다.

소공동 롯데시네마는 집에서 걸어20분이면 족해 아내와 둘째와 난 빙판길을 걷는다. 영하의 냉기를 눈만 빼꼼이 내놓고 황제펭귄처럼 뒤뚱거리며 새해첫날 집단데이트를 함이다.

오늘 개봉하는 영화는 소년과 벵갈호랑이가 난파선에서 공존하며 살아남는 실화를 담았단다.

일주 전, 싱가포르에서 사는 큰애가 보고(우리나라는 1월3일 개봉한다했는데 이틀 앞 당겼다) 추천하면서 티켓까지 끊어 생각지도 못한 호사(?)를 하게 됨이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파이네는 수지가 안 맞자 카나다에서 동물원을 운영키로 하고 동물들을 화물선에 싣고 태평양을 횡단하다 마닐라해상에서 폭풍을 만나 수장된다.

천만다행으로 파이소년과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 벵갈호랑이 한 마리씩 구명보트에 승선 살아남게 되는데 양육강식의 생존본능은 이들을 폭풍우보다 더한 죽임의 극한상황으로 내몬다.

호랑이와 대치한 파이, 소년은 살기위해 구명조끼를 얽어 보트에 연결시키고 절대고립이란 무서움보다 더한 호랑이와의 길고 긴 사투를 하며 표류를 하게 된다.

사나운 바다풍랑, 집덩치 만한 고래, 청세치떼의 급습에 이은 무인도(식인섬)에 도착하여 겪는, 천적이 없던 미어켓세상의 신비를 체험하며 소년과 호랑이는 우의가 아닌 공존의 끄나풀을 교감하며 신뢰감을 쌓아 간다. 사람과 맹수도 어떤 극한상황에선 서로를 필요로 하는 믿음의 눈빛을 감지하며 공존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227일간의 표류는 끝난다.

<색계><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유명한 아카데미상수상감독 이 안이 3D입체영상으로 만든 <라이브 오브 파이>는 예측 불가능한 대자연의 역습(?)앞에 인간의 왜소함을 말하면서도, 그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을 온갖 돌출변수들로 관객의 허를 찔러 옴짝달싹 못하게 스크린에 붙들어 놓았다.

3D가 아님 만화 같았을 영화람 혹평일까?

신년에 가족이 모여 즐거운 외도를 할 수 있는 패키지선물로 <라이브 오브 파이>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가 끝나고 지하도를 통해 서소문거리로 나왔을 때 함박눈은 뿌연 가로등불빛 속에서 난삽한 군무 한편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내와 둘째와 난 뿌옇게 흐르는 수은등아래 펼쳐지는 축설(祝雪)의 세레머니를 즐기느라 빙판길을 미끄럼 탔다. 얼마나 오랜만에 빠져든 도심 한 가운데 자연이 제공한 발레칸타타를 즐김이었던가!

우리 셋은 백야처럼 수은등불빛이 졸고 있는 빙판 위를 아그작대며 새해 첫 밤을 낭만에 빠졌다.

큰애의 마음 써줌에 감사한다. 너희도 기쁨에 깃드는 나날이길 우리 식구들 간절히 기원한다.

#,경로우대를 받을 수 있음(3D입장료\1만3천) 5천원 할인 받을 수 있다.

2013. 01.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