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화장을 하는데~!
예뻐지겠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의 욕망 중에서 미를 추구하는 본능은 가장 아름다워 권장할 만하다. 아름다운 몸가짐은 사회를 밝게 하여 살맛나는 세상을 이루게 됨이다. 첨단을 구가하는 세상에 변화무쌍이 밥 먹듯 하여 이젠 사람도 누가 진짜(생얼)미인이고 가짜인지를 분간키 어렵게 됐다.
예뻐지는 걸 탓할 바는 아니다. 아름다움은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만들기에 가능한 한 예찬할 일이라. 욕심이 지나친데다 일부 돈독 오른 의사(?)의 욕심까지 보태다보니 미인이 되기도 전에 목숨까지 버리는 비극에 이르러 안타깝긴 해도 말이다.
어쨌든 아름다워질 수만 있다면 말일일은 아닌 것이다. 무리가 따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나이가 노인 반열에 들어서기에 잡티 몇 개 낀 얼굴로 굳이 병원신세까지 질게야 없잖느냐고 미적욕구(?)를 억제해온 데다, 나의 그런 본능을 아내는 “당신 같이 산 좋아 햇볕 속을 쏘다니는 사람에겐 말짱 헛일이네요.”라고 쏘아대는 비아냥거림에 풀죽어 포기한바 오래됐었다.
그런데 금년 봄, 지인 이 동호사장 얼굴이 여간 깨끗해진 게 아닌가? 그 친구도 나 못잖은 검은 피부에 잡티가 많았었는데 피부클리닉을 한 덕이라 했다.
비용은 30만 원정도 들었다고 하여 아내에게 다시 얘기를 꺼냈던바, 자기가 봐도 내 얼굴에 번지는 노화(老花,검버섯)가 보기 뭣했던지 전에처럼 강반(强反)하지 않고 있어 서울 온 김에, 겨울철이 피부크리닉 하기 적기라기에 병원을 찾았다.
나도 병원이란 곳을 빌어 아름다워지는 길에 발을 담군 짜가가 됐다. 지난 구랍29일 둘째를 따라 피부클리닉 성형외과를 찾았다. 원장이 큰사위 동문이란 핑게를 앞세워 둘째는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는데 나도 그 참에 따라나선 거였다. 얼굴에 핀 노화와 점을 제거하고 싶어서였다.
원장은 둘째와 동행한 나를 곧잘 알아보고 각별한 친절을 베풀었다. 얼굴에 마취제를 바르고 20여분이 흐른 후 1차 시술을 하고, 잠시 뜸 들인 후 방을 옮겨 2차 시술을 받느라 반시간쯤 소요됐다. 시술이란 게 마취 탓이겠지만 약간 따끔거릴 뿐이었다.
크리닉 후, 수납창구에서 나는 좀 의아했고 고마웠다. 아까 인사 때 원장은 내게 ‘언제 내려가시느냐?’ 고 물었고, ‘한 번에 잘해드리겠다.’고 했었는데 언감생심 저렴한 시술비용까지를 생각했던지 25만원만 받으라 했다고 계산대의 카운터가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간호사는 일주간 세안과 사우나를 하지 말고 물티슈로 닦아내며 하루 두 번씩 상처에 박투로반 연고를 바를 것을 처치해 줬다.
원장이 시술 중이라 나는 인사도 못하고(둘째가 나중에 한다고 해서)그냥 병원을 나섰다.
다음날 저녁때였다. 물티슈로 세안 하는 나를 지켜보던 둘째가 호들갑을 치는 통에 난 혼쭐이 났다. 세안은 상처를 뺀 곳을 해야 함인데 난 시술자국까지도 닦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상처가 물기에 짓물러지고 균에 감염이라도 되면 어찌 되겠느냐?’ 고 아내까지 구박(?)으로 가세하자 난 멍청한 짓에 기가 팍 꺾이는 거였다.
아름다워지기가 그렇게 호락호락 식은 죽 먹듯 하는 게 아님이라. 일주간 꼬박 세수를 않고 사우나도 삼가야 한단다. 내가 코털 나고 일주간이나 세수 않고 생활한다는 기행도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내 머리에 똬리 틀 것이다.
허나 대수냐! 예뻐지기만 한다면-. 지금 같아선 얼굴이 온통 지금 막 마마(수도)를 앓고 있는 중환자 모습이어 반신반의도 해본다.
일주일 후면 내 깨끗해 질 것이다.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미를 추구하는데 성별과 나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 욕구는 무죄다.
“로마여인들은 예뻐지기 위해 이마와 팔에는 백묵과 흰색 염료를 써서 하얗게, 광대뼈와 입술은 황갈색 염료나 포도주 지게미(fucus)를 써서 붉게, 눈썹과 눈두덩은 재(fuligo)와 안티몬(휘안광) 가루를 써서 검게 칠했다. 가끔 발바닥과 손바닥은 붉게 그리고 가슴 위는 금가루로 치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말 놀라운 화장술은 점을 찍는 것이다. 이미 로마 시대에 여성들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얼굴에 가짜 점을 그렸다. 입 끝, 뺨 등 점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또한 피부 트러블을 해결하기 위하여 피부 궤양에는 암소의 태반을, 피부염에는 송아지 생식기 추출물을, 얼굴 반점에는 황소의 쓸개즙을, 종기에는 버터를, 피부 진정과 미백에는 수선화 줄기와 멜론 뿌리를 사용하곤 했다.”는 어느 학자의 논설도 있다.
로마인들은 흰 피부에 대한 열망으로 백연(수은)을 녹인 물에 목욕을 하다 보니 피부병을 앓고 골수도 빈약해저 체력이 쇠해지니 국력까지 소진해졌다고 전해진다. 체력이 국력이란 말은 예서 비롯됨인지도 모른다.
죽은 자도 화장을 하고 입관한다. 곧 불구덩이에 들어가 한 줌의 재로 변할 텐데도-. 화장을 하고 염라대왕을 알현해야 천국행 티켓을 구할 수가 있어서일까? 생전에 신앙생활을 해야만 천국에 갈 수가 있다고 종교는 귀가 따갑도록 설파했는데 말이다. 허구란 말인가?
나에겐 지금이 천국이다. 해서 가짜일망정 얼굴을 다듬고 있는 것이다. 예초에 난 신앙과는 거리가 먼 심미주의자였음이라.
새해는 보다 예쁜 얼굴로 마음까지 아름답게 하여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쥐고 싶다.
2012. 12. 31
'느낌~ 그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예찬 (0) | 2013.01.11 |
---|---|
새해 첫날의 데이트- '라이브 오브 파이' (0) | 2013.01.05 |
가장 진화한 사랑 - 황제펭귄의 삶 (0) | 2012.12.24 |
김치가 뭔데? (0) | 2012.10.27 |
북한산서 훔친 상수리묵 맛이라니! (0) | 201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