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헌트(THE HUNT) -
재미없는 허나 두 시간동안 숨을 멎게 하는 영화
이혼남인 루카스는 고향에서 유치원선생을 하며 애인과 아들 마커스와 오붓한 가정을 꿈꾸고 있다. 그에겐 흉금을 털며 지내는 절친이 있는데 유지원생인 절친의 딸은 루카스를 향한 호감이 무안해지자 허튼말을 원장선생께 씨부렁거린 게 일파만파로 번져 루카스는 아동성학대범이란 누명을 쓴다.
‘어린애는 거짓말을 안 한다’란 통설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랴’란 격언이 날개를 달아 루카스는 애인과 절친은 물론 마을사람들과 사회로부터 왕따 냉대당하며 고립무원의 절망속으로 빠져든다.
관객들을 숨죽이며 답답하게 하는 건 루카스가 어디에다, 누구를 붙잡고 더는 결백을 밝힐, 그럴 기회마저도 외면당한 채 마녀사냥의 덫에 걸려 헤어나질 못하는 울분과 고독이다.
더구나 그는 ‘진실은 살아있다’는 신념에선지 거짓이 옥죄어오는 집단광기에 적극적인 해명마저도 삭히려드는, 자기절재의 언행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박자 늦은 템포여서 우릴 환장하게 만드는데 그렇다고 스릴이나 액선, 드라마적인 재미하곤 거리가 먼 영화다.
통상적인 재미라곤 없는 영화가 엔딩자막이 오를 때까지 관객의 숨통을 죄고 옴짝달싹 못하게 함은 전편을 압도하는 리얼리티라 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중 누구라도 때론 누군가의 허투루 말 한마디로 집단마녀사냥의 덫에 걸려 누명을 쓰고 울분과 낭패 속에 고뇌하며 질곡의 삶을 살 수가 있어서이다.
아동성학대범으로 낙인찍혀 매장당한 그에게 ‘진실’은 당장은 위안도, 힘도 되지 못하며 무능하고 초라한 단어일 뿐이다. 그런 무겁고 답답한 울적이 관객을 놓아주질 않는다.
설사 진실이 밝혀진들 사회의 네카시즘(인터넷과 메카시즘의 합성어)은 엄연히 존재하고 트라우마는 무거운 중압감으로 삶을 옥죄기 마련이다.
훨훨타 스러저버릴 것 같은 북구의 가을 단풍숲의 적막과 사냥감과 터질듯 팽팽한 시공간의 사냥터.
'빵~' 적요를 깨트리는 총소리 - 그를 향한 누군가의 경고 발사는 네카시즘의 화살이 돼 우리들 심장을 철렁 명중시키며 영화는 끝난다.
스릴도, 서스펜스도, 액션도 없고, 감칠 나는 드라마도 아닌 밋밋한 영화가 두 시간동안 나를 죽인 건 매즈 미켈슨(루카스)의 완벽한 연기와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섬세한 연출 땜 이였으리라.
언제 또 이런 영화를 접할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도 무거운 침묵은 한참을 짓눌렀다.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서질 못하고.
201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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