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0주년의 선물

금년 4월11일은 우리부부에겐 결혼 30년을 맞는 뜻 깊은 날 이였다.

짐짓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애환의 연속 이였지만, 그래도 난 성공한 결혼생활이었다고 감히 자부하고 싶다. 어쩌면 그 점에 대해선 그간 우리부부를 지켜본 주위사람들이 인정해 줌에 인색치 않을 것도 같음이다.

우리 부부는 무(재산)에서 시작하여 중산층이란 소릴 듣게끔 가세를 일구었고, 딸 셋을 낳아 건강하고 참하게 키워 세칭 일류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구김살 없게끔 뒷바라지 했으며, 무엇보다도 우리 내외가 건강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열심히 살아왔다는 점일 것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아내의 건강과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생활의 기저에 일관된 절약정신이 몸에 밴 알뜰한 내조의 힘이 크다고 생각된다.

그런 우리부부를 축하해 주기 위해 딸들은 오늘 결혼기념일을 기해 하얏트호텔 일식집에서 만찬을 마련해 주었고, 우리들이 도착하여 예약석에 착석하자마자 서빙맨은 케이크를 가져와 테이블에 놓곤 소등(消燈) 한 후 “결혼 30주년을 축하합니다.”란 멘트로 장내 분위기를 박수와 환성으로 고조시켜 주어 얼마나 감동했었는지---.

케잌을 자른 후 애들은 ‘같이한 30년을 축하합니다.’라고 새긴 동판시계 및 선물공세로 우리부부를 다시 한 번 감격케 하여 주었다.

다만 작년 5월 ‘나의 시덥잖은 스캔들’사건 이후 지금까지 우리부부 사이를 멋쩍게 압박하고 있는 앙금만 말끔히 씻어 버렸다면 더욱 감개무량에 젖었을 것 같았다.

앙금이란 아내의 나에 대한 불신감과 지난 30년간 누적된 실망 내지 불만들이 응고된 것들일 것이다.

요컨대 아내는, 결혼이후 30년을 희생으로 살아 온 결과가 고작 ‘바람피움’이란 배신(?)으로 대접받아야 하느냐는 피해망상에서 지금껏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 아내의 머릿속엔 부부간의 존경심이 바닥일 것 같고, 오히려 그걸 빙자해 ‘남편을 손아귀에 잡아 두자’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듬은 나의 편협함일까.

포용력과 사려심을 발휘하지 않으려는 심보라고 예단하며 그런 아내의 의도대로 순응치 않는 나의 ‘기죽기 싫다’는 고집이 뒤엉켜 앙금의 시간이 길어만 가는지도 모른다.

사소한, 어쩜 치사하기까지 한 하찮은 일로 냉전하기 일쑤인 우리부부의 요즘이기에 번민하고 회의하는 힘겨운 나날을 보낼 때가 많다.

내가 무조건 저주고 용서를 구하며 아내의 뜻에 따르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임을 안다.

더구나 애초 불화의 단초는 내가 제공했기로 ‘고개 숙임(?)’이 당연한 수순이겠다.

하지만 정말 ‘치사한 일’로 의견 충돌 시마다 지난 잘잘못을 앵무새처럼 노래하는 아내에게 고개 숙일 마음이 생기질 않고, 아내의 그런 자세를 고처야 되겠다는 억하지심으로 화해는 지지부진 해 지는 것이다.

어찌됐던 간에 ‘물 베기 부부싸움’은 냉전과 화해를 반복하게 되고 그게 부부의 일생이지도 모를 일이다. 해서 부부생활이란 ‘칼날을 걷는 조심성’을 항상 간직해야 함이다.

1) 부부생활은 신뢰다

신뢰성 없는 부부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불행뿐이다.

흠이 있고, 실수를 했어도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진심과 정성을 다 할 때 무너진 신뢰도 돈독해 질 것이다.

2) 장점은 들춰내려 애쓰고 단점은 덮어두라.

부부가 오래도록 살다보면 미처 몰랐던 단점도 알게 된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해 보면 그간의 생활이 장점이 많기에 유지되어 온 게 아닌가.

가정이, 사회가, 나라가 유지 발전되어왔음은 좋은(장점 많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겠다.

상대에게서 단점을 발견하기 시작하면 할수록 불만은 팽배해 지고 나아가선 파경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 단점은 기분 좋을 때 지적하여 개선하도록 서로가 노력할 일이다.

3)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라.

말은 곧 자기의 인격이다. 듣기 좋고 세련된 말을 또렷하고 적절히 구사하는 사람은 행복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쌍말(폭언, 욕설, 불평, 분노, 시기 등의 말)은 살아가는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함을 명심해야 함이다. ‘말로 천량 빚을 갚는다.’는 체언을 상기할 일이다.

부부싸움도 존댓말과 순화된 말을 사용하면 싸움이 성사되지를 않는다.

4) 존경심을 갖고 예의 바르게 대하라.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부부간일 것이다.

부부는 성숙한 두 인격체의 공생관계이다. 내 인격이 중요하면 상대의 인격도 중요하다.

가까울수록 예의를 갖춰야 좋은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시킬 수 있겠다.

5)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하는데 주저하지 말라.

삶에서 실수를 극복하고 일어설 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잘못을 적당히 미봉하려들면 거기에 다시 우를 범하게 되고 갈등은 점점 심화되어 간다.

실수를 진솔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면 누구로부터도 구원 받을 수 있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자에게 관용으로 감싸주는 용기를 주저치 말아야한다.

용서는 곧 사랑이 아닌가.

6) 나의 남편(아내)을 타인과 결코 비교치 말며, 둘만의 시간을 자주 마련하라.

상대의 단점이나 실수를 타인과 비교함은 절대 금물이다. 치유할 수 없을 상처를 주기도 함을 명심하라. 나의 반려자가 기죽고 상처 입어서야 행복해 질 수가 있겠는가?

나아가 둘만의 오붓한 시간 만들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경우, 장소에서나 둘만의 호젓한 시간은 애정을 돈독하게 해 주기 십상이다.

7) 어떤 일이든 상의하여 결정하라.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다른 어떤 일도 반드시 상의하여 결정, 집행함엔 후회가 따르지 않는다.

왜냐면 설혹 그 일이 잘못 되었을 때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가 없기에 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합의한 과정이 아름다운 일이란 점이다.

8) 상대에게 적극성을 갖도록 하라.

‘사랑은 주는 것이며 받는 게 아니다’란 말은 진실이다. 부부간에 사랑을 위한 거라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겠다. 서로의 수고에 대한 위로와 격려는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며 나아가선 애정을 튼실하게 살찌우는 행위이기에 솔선수범하라. 또한 전혀 돈 안 들고 애정을 돈독하게 하는 방법은 가끔 “사랑해요”를 고백(?)하며 확인하는 행위일 것이다.

사랑은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 속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식지 않는다.

사랑의 행위에 적극성을 갖고 사랑을 표현함에 머뭇거리지 말라.


사랑은, 두 인격체가 공생하면서 자기를 확인하려는 내심의 또 다른 얼굴인 것이다.

01.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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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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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정 2011.05.19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아침 출근하기 위해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메고 있는데, 아내 왈 amp;quot; 결혼30주년에 무슨 선물 해 줄꺼야amp;quot; 속으로 드끔 하면서 '선물은 무슨 선물이야, 아파트 넓은 평수로 옮기면서 힘들어, 그리고 종합소득세도 내야 하는데' 라는 나의 말에 아내의 친구는 결혼30주년에 남편으로 부터 현금5백만원과 황금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는데, 그냥 넘어간다고! 웃으면서 집을 나섰지만 마음은 무거워 왔습니다. 2011.5.31일 이제 12일 남았구나,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이 시간 아내의 말이 떠올라 인터넷 검색창에 '결혼30주년 선물'을 처 보니 선생님의 글이 있었습니다. 어저면 나와 같은 세월과 동일한 사건 속에서 지내고 있는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번의 실수도 아닌데, 괜한 오해를 가지고 부부 싸움을 할때마다 어저면 잊어버리지도 않고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지, 이제는 체념 속에서 어떨때는 아주 강하게 바어하면서 냉전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지요. 전쟁이었습니다. 가부장적 습관으로 살갑게 하지도 못하는 성격상 그냥 가는 세월 처다보고만 있습니다.<br>이 전쟁은 언제나 끝날런지!!

  2. 고박사 2011.11.06 2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말씀 동감합니다. 30년을....앞으로가 문제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