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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황폿집으로 간 산행

바다로 간 산행

오늘은 뜬금없이 대천 앞 바다엘 갔더이다.

am9 시쯤 전화를 받았지요. 추월산엘 안 가겠느냐구요.

얼마전 k사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산행시에 날 불러 달라고 했더니 잊지를 않했던 거지요.

휴대폰을 통한 말인 즉, 오늘 산행날짜이고 지금 와도 늦질 않했으니 후딱 나오라는 거라요.

몸뚱이만 갖고 말입니다. 그래 난 잊지 않고 몸만 달랑 갖고 나갔지요.

쟂빛 하늘만큼이나 분위기가 무겁디다.

아침에 쏟아진 빗발로 우왕좌왕, 고작 11명이 모여 갑론을박 하다가 '산행포기'로 결론을 내어 버스를 돌려 보내놓곤 다시 설왕설래 끝에 '쭈구미 먹고 대천바다 구경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읍디다.

열 명이 승용차 두 대에 나눠 타고(s의원은 고 홈) 낮게 드리운 잿빛 구름사이를 질주했지요.

어쭙잖은 난 주인 뒷굽치 따르는 강아지마냥 할 일 없는 몸 맡겼더이다.

가랑비는 홀연히 사라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속으로 쏟아져 오는 싱그러운 풍광을 감상하자니 산행생각이 간절하대요.

"오늘 산행하기 참 좋겠는데---!" 혼잣말처럼 뇌까리고 있으려니 옆 자리 친구는 북치며 고수노릇 해 줍니다.

" 그냥 갔어야 되는 건디- 안 그래요?"

대천은 많이도 변해 있더이다. 서해안 고속도로 시너지 효과는 대천 혼자 몽땅 챙기는 것 같더이다.

군산과 격포는 되려 하강경기라고 누군가 콧통을 튀기기도 할 땐 왠지 잿빛하늘처럼 맘이 무겁디다.

암튼 잘 난(?) 대천항 포구엘 기어들었것다.

쭈구미, 활어횟감, 양념장, 김치 그리고 쌀 한 되박을 사서 요란찬란한 해수욕장 신시가지를 미끄러지듯 누비드니 왠걸, 비까비까하곤 궁합이 안 맞았던지 개딱지 할램 거리로 덜컹덜컹 기어듭디다.

요집도 저 집 마냥, 저 집도 요집 같은 처마 끝이 내 머리 정수리를 쥐어박을 것 같은 퇴락한 골목을 한 참 기웃거리더니 드디어 미로 찾기 끝. 드디어 차가 멈춘 곳은 "황포 민박" 이란 신파조 간판 밑 이였더이다.

대문 아닌 소문으로 머리 숙여 기어들었지요.

총각인지 젊은 애빈지 남자가 튀어 나오고 얘의 그 미로 찾기는 거기서도 계속 됩디다.

시멘트가 해풍에 죄다 씻겨 나간 까칠한 블록담 사이를 쪼르르 따라 30m를 쫒으니 앞장 선 남자가 의기양양하게 그 블록담 집 미닫이창을 쭉 밀어 재켰지 뭡니까.

머리통이 아리아리 빙 돕디다.

"뭣 땜시-?" 하던 나의 의구심은 몇 분이 흐르기 전 말끔히 해소 됐답니다.

일행 중 몇 분이 이미 단골로 삼은 황폿집의 그 방은 꾀 넓은데다 죽이는 매력은 바닷가에 콧구멍을 맞대고 앉아 있어 횟감 없이도 풋비린 바다냄새를 포식할 수 있어서 였읍니다.

방에 온기가 돌때까지 일행들은 평소의 친밀함 때문인지 솔선하여 요리와 밥짖기 등을 한답시고 부산을 떨고 있었지만, 나는 꿔 온 보리망태처럼 다소 멋 적을 수밖에요.

하여 슬그머니 바다로 난 유리창에 얼굴을 붙박이 하고 서해가 펼치는 '논 버멀 퍼포먼스'를 감상하였답니다.

어디선가로부터 바람을 이고 맹렬히 달려오는 파도는 먼저 달려와서 모래사장을 핥고 그 위 사람들의 땟물까지도 한 아름 안고 되돌아가는 파도란 놈과 부딪쳐 얼싸안고 울면서 거창한 포말을 뿜어내며 몸부림하는 役事를 말입니다.

그놈들은 고래고래 아우성치는 것 같더이다. 아니 거칠게 힐난하는 것 같기도 했구요.

"인간들아! 속 좀 차리거라." 라고 말입니다.

바다가 주는 혜택을 망각하고 그냥 자기만 살겠다고 아구딱 터져라 씹어 삼켜 갖은 오물 뱉고 쓰레기 떠 내보내고...

그런 내츄얼리즘도 순간의 번갯불, 나도 주린 배 채우느라 아가리 터질 정도로 꾸역꾸역 씹어 삼켰더이다.

그리고 말이외다. 약주까지 퍼 마셔 놓으니 솟구치는 카타르시슴을 어찌할 순 없었지요.

배설구를 찾아 갖더니만 선점한 동료들 땜에 성질 급한 동료가 바다를 향하여 가랭이를 벌리고 성난 바닷물과 싸웁디다.

나도 어느새 바다와 싸우고 있었지요.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배설의 쾌감도 빨라야만 되니깐요.

대천 앞 바다에 개 같은 짖 했음을 나중에 퍼뜩 했지만 어쩔거요.

도로 빨아들일 순 없잖은 일 아닌가뵈. 술김에 한 망나니짓이라고 합리화해야 겠구먼요.

어쨌던간에 그런 카타르시슴을 몇 번인가 즐기니 햇님 없는 하루였지만 땅거미가 어둑해 집디다. 모두 투털대며 차에 올라탔지요.

추월산 산행? - 즐감 했더이다.

산과 바다의 경계를 월경한 행차였으니 추월(追越)산행 한것은 매 마찬가지 아니것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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