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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겨울밤에 띄우는 편지



겨울밤에 띄우는 편지


성난 바람은 어둠 속에서 거칠게 내 달리고 있었습니다.

벌거벗은 나뭇가지들 사이를 휘달릴 땐 스산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창문을 세차게 흔들다 잽싸게 달아나곤 했습니다.

바람의 광란에 잠을 설친 내게 새벽은 진정 이상한 고요 그것 이였습니다.

고요타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새벽의 창문엔 바람을 몰아낸 달빛이 백야의 잉태를 소식하려는 듯 밀려들고 있었습니다.

하얀 눈에 뒤덮인 세상은 달빛을 반사하여 눈부신 새벽의 여명을 찬란하게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설국을 말입니다.

아름다운 설국!

그 눈부신 설국을 만들기 위해 간밤 바람은 그렇게도 세차게 울며 광란을 부렸었나 봅니다.

아름다움은 고통과 인내의 산물임을 입증하려는 듯 말입니다.

인고의 노력과 애쓴 시간의 투자 없는 아름다운 결실은 정녕 오래갈 수 없는 신기루에 버금할 수밖에 없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혼신의 정성과 긴 시간의 잉태 속에 맺은 결실은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더욱 빛나기 마련입니다.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기 위해 살아갈 수 있다면---

아름다운 것들만을 간직하고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그런 상념 속에 잠시 동안이라도 머물고 있는 나는 행복한 순간을 살고 있음일까?

나를 에워싸고 있는 모든 객관적이고 상대적인 것들은 추한 것보다 아름다운 것이 많기에,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쉬운 환경 속에 존재하는 나는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될 것 같다고 다짐한답니다.

내 주위의 피조물들이 아름다울 진데 나 또한 자연 그들의 아름다움 속으로 동화될 확률이 많은 까닭입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해야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주변!

아름다운 사람들!

나는 그런 모든 것들의 사랑으로 해서 세상을 보다 낙관적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래,

삶이 다소 괴롭고 짜증스러울 때가 있더라도 생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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