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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새벽에 화장하는 여자


새벽에 화장 하는 여자



그녀의 새벽은 화장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의 모든 것들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화장을 해야만 오늘을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였다.

최소한 겉모습일망정 조금이라도 예쁘게 하고 자기의 손길을 기다리는 가족과, 가정이란 공간을 메우고 있는 모든 소품들을 대함에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한 가정의 안주인이 단정하지 않고 다른 모든 것들에게 단정해지기를 기대할 염치가 그녀에겐 없다고 생각하는 땜이었다.

새벽녘 간단한 화장으로 싱그러운 아침을 맞으면, 그때서야 깨어나는 식구들과 집안의 소품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래서 그녀는 식구들에겐 화장을 하지 않고 사는 여자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 집안에선 거울 말고는 그녀의 화장하는 모습을 아무도 본적이 없었기에 말이다.

밝고 아름다운 안주인이 있는 가정에 행복이 스며들지 않을 수 없음을 인정함에 우리 누구도 인색하지 않으리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은 바지런함에서 비롯되고 그것은 행복으로 귀결됨을 우리는 추론할 수 있음이다.

화장이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사람들에게 나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요, 나아가선 사랑받기 위함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부부간이고 자식이며 친지들 그리고 이웃들 - 이런 순서일 것이다. 때문에 화장은 외출 때 보다는 집안에서 더욱 신경 써야 함일 것 같다.

까칠하고 부스스한 얼굴과 화장 후의 산뜻하고 단아한 얼굴 - 그 두 얼굴에서 자신이 일생을 두고 헌신하며 일구어 온 가정에 굳이 전자의 얼굴로 주인노릇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은 이젠 고정관념이 됐고 생활철학이 된 그녀였다.

그녀의 그런 적극적이고 섬세한 생활철학은 그녀를 떠받들고 있는 가정의 온갖 소품들에서도 금세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들은 항상 깨끗이 세수해저 있었고, 정돈된 모습으로 제자리에서 일탈하지 않으며 윤기 흐르는 얼굴로 자기네들끼리 일정한 균형미를 발현시키고 있었다.

물론 거기엔 그녀의 심미안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부단한 노력과 정성의 산물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고가품의 비싼 가구와 소품들로 궁궐 같은 집안을 꾸릴 생각일랑은 애초부터 없는 그녀이다.

그녀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간과해버리기 쉬운 소재나 폐품들에 아이디어와 지혜를 주입시켜, 산뜻하고 예쁜 창조물로 변형하여 공간을 매우는 작업에 쏠쏠한 재미를 즐긴다.

아니 그런 과정을 사랑하고 거기서 얻어지는 결실을 즐기며 자족하는 거였다.

그런 희열과 보람은 깊은 맛과 향기까지를 음미하게끔 하여 영혼까지 맑게 한다.

내 자신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 다른 무엇에도 그리 해 낼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아름다움도 가장 많이 향유할 수 있어 행복의 시간도 배가될 것이다.

예뻐지는데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잠자는, 죽어있는 시간을 조금만 할애해서 아름다움을 가꿀 일이다. 행복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할 것이다.

새벽화장을 사랑한다.

새벽화장을 하는 그녀를 사랑하련다.

0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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