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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영화 `색계`

영화 <색,계 (色,戒 : Lust,Caution)>를 보고


1942년 상하이. 일제의 폭압적인 강점기에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항일운동세력을 무자비하게 소탕하는 정보부대장 ‘이’(양조위)장관, 그를 암살하기위해 접근하는 갓대졸생인 풋내기 레지스탕스 왕차이즈(탕웨이)와의 비극적인 사랑이 영화 ‘색,계’의 줄거리이다.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이 결코 사랑노름만이 아니었던 것은 ‘이’를 암살하려 접근하는 왕차이즈의 유혹이 ‘이’의 욕정의 대상이 되고, 그 욕정의 소용돌이 속에 서로를 경계하는 팽팽한 긴장이 허물어지면서 욕정의 포로가 되어 탐닉하다 사랑으로 승화 되가는 애정(색)은 끝내는 경계(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왕차이즈는 사랑에 깊숙이 빠져 몸부림하다 시대의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도 시대를 관통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정 이데올로기는 사랑보다 우선일까? 아닐 것이다.

생존이란 절박한 상황 속에서 사랑보다는 구차한 목숨을 영위키 위해서였으리라.

‘이’는 그래서 어차피 잔인한 매국노일 뿐이다.

애초 왕차이즈는 항일운동 할 의지나 신념이 미미했던 순박한 여대생 이였다. 광위민(왕리홍)에게 이끌려 대학연극동아리에 들어 ‘항일연극’을 했었고, 그가 레지스탕스가 되었기에 그의 뜻을 좇아 ‘이’를 제거하기 위한 스파이가 되어야 했었다. 그런 그녀를 3년 동안 광위민은 자기의 감정을 억제한 체 지켜만 보아왔었고, 그런 어느 날 왕차이즈가 첩보를 갖고 아지트를 방문했을 때에 그는 그녀에게 비로써 키스를 한다.

왕차이즈의 원망석인 힐문, “왜 3년 전에 이렇지 않았어요?”


그녀에겐 ‘이’를 유혹하는 팜므파탈 자질도 없었지만 광위민을 따라 ‘조국을 위해서라는 조직’에 들여놓은 발이 그녀의 운명을 비극으로 내달리게 했던 것이다.

적대감과 경계심으로 접근한 ‘이’와의 관계는 욕정으로 빠지게 되고, 쾌락을 탐닉하는 동안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사랑의 포로가 된다. 하여 20분간 지속되는 올누드 베드신은 긴장감과 절박함으로 인해 역겹거나 추하지가 않다.

오히려 인간의 뜨거운 원초적 욕망이 합일되는 절정의 순수성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적을 사랑하게 된 스파이-왕차이즈는 ‘이’에게 스스로의 정체를 알리게 되고 ‘이’는 그런 그녀의 진정한 사랑을 확신하면서도 그녀를 그녀의 동료들과 함께 형장의 총알받이로 내몬다.

그녀는, 그는 불온의 시대가 빚은 격동기의 희생물 이였던 것이다.

이데올로기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 이였다.

‘색,계’가 우릴 더 감동케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가 겪은 일제수난기의 형극의 세월을 잊지 않고 있기에 더욱 공감하게 되는 것일 게다.

이안 감독은 역시 세계적인 감독 이였다. 그가 과감하게 캐스팅한 신예 탕웨이는 연기의 가능성을 무한히 엿보게 하였고, 양조위의 중후하고 빈틈없는 냉혈적인 카리스마 연기는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감동 이였다.

07.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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