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금련산 신록속으로
울`부부가 황령산(荒嶺山)과 금련산(金蓮山)행을 한지 벌써 6년(2018.06.13.)이 흘렀다. 그땐 금련산 쪽에서 시작했으니 오늘과는 반대다. 물만골 지하철역을 나서 양동초등학교 울타리를 타는 경사길은 곧장 금련산둘레길과 이어진다. 아까 학교정문을 통과할 때부터 가파른 등산로는 한참을 이어지다 오리나무가 군락지를 통과하는 녹음터널이 된다. 옛날 오리(2km남짓)마다 오리나무를 심어 이정표로 삼은 데서 기인된 이름이라는데, 수명이 길고 가지 뻗기를 좋아해 수형이 멋있고 착근성이 좋아 선호했지 싶다. 초여름날씨에 연신 땀을 훔친다.
임도를 타다 좌측에 100m쯤 오르막 숲길 속으로 꼬리를 감춘 보광사가 있어 가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절 뒤로 등산길이 있겠지 하는 어림짐작으로 절 경내에 들어섰다. 초파일석탄 봉축오색등이 화사하다. 사진 몇 컷을 찍고 절 옆구리의 샛길을 찾아 오르니 큰 신작로다. 황령산주차장에 들어섰다. 송신탑 세 개가 내 이마 위에서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놈들한테 다가서는 계단이 상당이 빡세다. 상쾌한 오리나무터널 숲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봉수대에 올라섰다. 세종 때(1422년)에 설치된 황령산 봉수대 옆에는 방송국 송신탑 2개소가 있다.
동쪽의 해운대의 간비오산 봉수대와 서쪽의 구봉 봉수대와 위급사항을 알려 종내는 한양 남산봉수대에 연결되는 나라의 위급통신망이었다. 산 정상에 일제가 구리와 금을 캐던 광산이 여럿 있었단다. 봉수대 아래 쉼터 겸 전망대 남쪽 산중턱에 황금빛 지붕건물이 있는데 실내 스키 리조트 ‘스노우캐슬’이다. 2007년 개장하여 1년도 못 버티고 부도가 나서 폐장한 건물로 애초에 허가를 내준 지자체의 잘못이 크다 할 것이다. 초록산 속에 곪아 터지는 노란 부스럼! 특효약방문이 없나?
놈만 아니면 하얀 보물 상자들이 바다와 내통하는 기막힌 자연풍경에 심취할 텐데~! 황령산 정상바위는 남미 안데스산맥의 화산에서 많이 발견되는 안산암인 안데사이트(andesite)와 같고, 안산암은 정상에서 바위마을을 조성하여 부산이 미항임을 알려준다. 북동쪽으로 연결된 금련산과 함께 부산도심지에 우뚝 서서 초록숲 골짝을 채운 하얀 각설탕의 장대한 설치예술작품을 감상케 한다. 들녘이 없는 산기슭이 하얗게 빛나는 보물 상자들로 메워져 푸른 바다로 흘러드는 풍광은 부산만이 향유하는 특혜일 것이다.
미세먼지 뿌옇는데도 참으로 수려하다. 야경사진이 발산하는 또 다른 빛의 아우라에 취해보려 언젠가는 야간산행을 할 참이다. 금련산을 향한다. 완만한 내리막숲길은 트레킹코스로 넘 좋다. 금련산(金蓮山 415m)은 산세가 연꽃과 비슷하여 금련산이라 부르고, 더는 부처님께 금련화를 봉양했기 때문에 명명했단 설도 있다. 옛날에 여기 산기슭에서 들려오는 절의 종소리가(연산모종) 으뜸이라 하여 수영팔경에 들어 있는데, 반야암과 바라밀다사(波羅密多寺)라는 사찰의 종소리였단 구전이 있다.
정상에는 송신탑이 있고 부산항과 광안리해안가 일대의 전망이 매우 뛰어나단다. 근디 철조망으로 빙 휘둘러서 들어갈 수가 없다. 군부대 주둔지라는데 언제까지 출입통제 할 텐가? 8부 능선쯤을 에둘러 하산하면 헬기장이 있고 산스장이 두어 개 있어 몸을 푸는 산님들이 여유롭다. 소나무 군무(群舞)를 힐끔거리며 경사 길을 내달려오면 어름골 약수터가 나온다. 쉼터에서 편안하게 약수 한 컵 마시는 여유를 즐긴다. 오리나무의 열병식을 즐기며 우암사 입구 연산달동네로 들어섰다.
타임머신 타고 50여 년 전으로 여행 온 기분이 들었다. 산등성이에 엎드린 조그만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서로가 의지하면서 고단한 세월을 이겨냈지 싶었다. 가파른 언덕고샅길 오르내리는 걸 운동하듯 할 테니 불편은 잊었으리라. 그 좁디좁은 골목길엔 주민들의 애환담(哀歡談)이 녹녹히 쌓이고~! 히말라야 부탄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소이다. 아까 얼음골 약수를 긷던 노익장이 오버랩 됐다. 황령산과 금련산은 부산의 심장이요 허파다. 산소와 피톤치드는 부산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베푸는 은전이라. 2024. 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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