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정사, 장지공원의 원시숲 & 아트겔러리
2년 전, 벚꽃 흐드러지게 만발한 4월 초순 이었다. 인터넷서핑을 하다 해운대 장지공원이 눈에 띄어 검색해 봤지만 신통한 정보도 없었다. 하여 무턱대고 해운정사(海雲精舍) 뒷산 탐방(?)에 나섰다. 장산터널 위 야산일대가 군부대인지 철조망 울타리의 끝을 가늠할 수 없고, 시내 쪽엔 해운대중`고교 울타리가 마지노선처럼 존재하면서 들`날목도 찾기 어려웠다. 방치(?)된지 얼마나 오래였을까 야산은 태곳적 원시림 분위기가 물씬 났었다.
무성한 풀밭에서 초록이파리 넝쿨로 칭칭 동여맨 거목들은 음산한 환경을 조성하느라 쥐죽은 듯 했다. 하얀 벚꽃이 파격일 만큼 기이하고 음습했다. 더구나 애들 놀이동산은 발길 끊긴지 언제 적이었을까? 퇴색한 공작물이 숲에 묻혀 폐허의 불길한 상상을 유발시키고, 으스스한 정적은 신경을 곧추 세웠다. 세월의 때 켜켜이 내려앉은 야외무대는 그때 그날의 열광과 희로인의 환희를 그리워하는 전설(?)의 끈을 거미줄에 메어 얽었지 싶었다.
그때 그날의 열창하던 주인공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그들이 돌아오면 희미해진 추억의 실타래를 풀게 하려고 야외무대는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는데~! 내가 오늘 그 야외무대를 다시 찾았다. 수풀이 더 무성해졌고, 산길도 더 흐지부지 됐다. 하얀 벚꽃이 떠나버린 녹색의 정원에 보랏빛 등꽃이 치렁치렁 분위기를 일신시키고 있다. 등나무들끼리 모여 하늘높이 보랏빛 축제 등불을 밝히고 있다. 고라니는 어디 있을까? 재작년 나는 두 놈이 갑자기 숲속에서 튀어나와 순간적으로 얼마나 놀랬던지!
놈들도 미안했던지 저만치 달아나다가 소나무 숲에서 멈춰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놈들이 어떻게 이 숲의 주인이 되어 지들만의 유토피아를 즐기고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놈들의 탈출구는 없다. 여기 장지공원을 벗어나는 순간이 죽음일 것이다. 놈들이 한 쌍 이였다면 지금은 새끼를 치고 가정을 이뤘을 텐데~! 두 시간 채 원시 숲을 헤치며 놈들의 똥이라도 보길 고대했지만 기미도 없다. 대낮이니까 어디 은밀한 아지트에 꽁꽁 숨어있나. 근디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드는 건 팔손이들이 다 무성하다는 점이다.
놈들이 팔손이 새순을 몽땅몽땅 따먹는 통에 팔손이는 거지꼴이 됐었는데 상처 입은 놈이 눈에 안띈다. 필시 고라니한테 불상사가 있었을까? 위리안치 됐다고 안쓰런 생각을 했었는데 고라니를 보고 싶다. 원시 숲 - 장지공원이 고라니의 파라다이스이길 기원했는데~.아서라, 방정맞은 생각을 왜 하노. 명년 벚꽃 필 때 다시오면 알겠지. 팔손이들이 새순을 뜯겼다면 고라니는 건재함이다. 놈은 필시 장지공원의 생태계 상위일 터여서 생존확률이 불리하지는 않지 싶다. 야생 들개만 침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참 또 깜박한 불안거리가 생각났다. 시내 쪽 민가의 경계울타리 부근에 조그만 밭뙈기가 몇 군데 있는데 농작물 보호 핑계를 빌미삼아 경작인들이 고라니 퇴치를 한다면 놈들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럼 해운대의 비장의 원시 숲은 주인 잃고 폐허는 가속 될지 모른다. 입`출구가 불분명한 채 철조망 울타리에 고립된 비밀 아닌 비밀의 숲이 원시숲으로 재생 됨은 해운대의 축복이다. 불법적인 경작을 막아 숲의 생태계를 복원시켜 장수산자락의 식생 다양화의 보고처가 됐슴 좋겠다.
‘장수산의 뒷모습은 거대한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고, 해운대에서 바라보는 앞모습은 새끼를 품고 있는 암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운정사는 기록했다. 장지공원이 점점 더 태곳적 산림으로의 타임머신 여행에 매진하여 코끼리가 살 수 있을정도의 생태환경이 조성되길 기원한다. 2024. 04. 23
https://pepuppy.tistory.com/1144 [깡 쌤의 내려놓고 가는 길:티스토리] 에서 2년 전의 '장지공원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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