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신주(新竹)에서 식도락
자생대나무가 많아 신주시(新竹市, HsinChu)라는 지명의 도시 신주는 태평양 대만해협에서 불어오는 편서풍과 아열대기후의 상록수들이 우거진 살기 좋은 상쾌한 전원도시다. 신주는 북경대학교와 다수의 과학기술대학교가 있는 첨단과학 테크노 벨리로 대만 아이티기업의 산실이다. 싱가폴에서 십몇 년을 살던 큰애가 직장따라 신주에 이사 온지 채 2년도 안 됐는데 금년 후반기(7월경)에 호주(濠洲)로 이사를 간단다.
두 아이들의 대학진학을 고민하게 될 상황이라 교육문제로 미주(美洲) 아님 호주 전근을 상신한 참인데 마침 호주에 퇴임하는 직원이 있어 자리가 있어 상담이 됐단다. MS(마이크로서비스) 뉴욕본사에서 상당히 선처한 셈이다. 사실 훈이는 임원을 바라는 진급엔 거리를 두는 아이티`맨이다.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구현해내는 성취의 맛과 또한 테크노`맨에겐 정년이 없다는 메리트를 선호하는 땜에 애써 승진 하려들지 않는다.
큰애네가 호주로 이사를 가면 워낙 장거리인데다 울`부부가 노인인 탓에 장시간 비행하기 어려울 테니 이사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만나자고 해서 가족모임의 여행이 됐다. 울`식구들의 5박6일간 신주여행은 순전히 식도락여정이었다. 세자매가 와인 애주가인데다 늦게 입문한 아내도 뒤질세라고, 나도 ‘서당 개 십년’이라. 울`내외가 세 딸의 애주행위를 눈감아 주는 데는 애들이 거의 외출을 않고, 오직 가정주부에 충실하다 가끔 자매끼리의 미팅 이래서다. 그런 소소한 즐거움마저 반대할 순 없잖은가.
란조 스테이크에 들어서면 파란색과 흰색 로고 단어가 보이고, 와인 저장고벽의 와인 컬렉션이 눈길을 붙든다. 실내 천정이 높고 여유로운 공간연출을 위해 테이블 간격을 넓혀 편안하다. 창가의 독립좌석은 백색 투과 스크린으로 개인의 공간감을 연출하고, 대형 유리창은 은은한 실내조명을 연출해 우아하고 편안한 식사 분위기를 조성한다.
뉴 말라 핫팟 플러스 식당은 무한 리필 사브사브 레스토랑으로 값싸고 신선한 음식을 무한정으로 먹을 수가 있어 항상 만원이라 예약필수란다. 하여 뉴 말라 핫팟 플러스는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대중식당이 됐다. 울`식구들은 훈이의 안내로 기상천외한 대중식당엘 찾아갔다. 예약은 필수다. 그냥 찾아갔다간 얼마나 기다리게 될지 모른다. 식당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아내와 나를 놀래 키는 건 깨끗하고 화사한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점이다. 음식재료의 신선도는 말할 것도 없다.
호주산 와규, 미국산 와규와 우설, 그리고 신선한 고급 해산물과 전복, 가리비 등이 있다. 아르헨티나 새우, 붉은 새우, 블랙타이거 새우, 대만맥주와 하이네켄 와인,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뫼벤픽 등 20가지 이상의 맛을 하루 종일 맛볼 수 있다. 배속에 저장할 공간이 없어 못 먹는다. 배터지게 먹으려면 2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음식을 테이블에서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면 AI로봇 서빙을 받는다. AI가 가져온 음식을 잘못 찾아먹어도 뭐랄 사람 없다. 다시 주문하면 되니까 미안해 할 것도 없다.
샤브샤브 국물은 개육수, 닭고기 수프, 야채수프, 클로로겐 수프, 맑은 수프 등등 무식(?)해 몰라서 못 먹는다. 개를 싫어하고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다른 육수를 선택할 수 있다. 뿐이랴, 하루 종일 20가지 이상의 맛을 음미할 하겐다즈(Haagen Dazs)와 뫼벤픽(Movenpick)아이스크림이 냉동실에 가득 담겨있다. 다이어트 할 요량이면 고기샤브샤브 말고 아이스크림과 맥주만 먹으면 될까? 음식 값을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1인당 2만원 미만이었을 것이다. 다만 뭉갤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이다. 친절하게 타임아웃을 알려줘 맘 푹 놓고 먹기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 서울에도 있지 싶다. 멍청한 울`부부나 몰랐지.
빅시티(Big City)는 신주시에 있는 가장 크고 인기 있는 백화점이다. 쇼핑뿐만 아니라 영화, 식당, 비디오 게임장, 아케이드, 작은 아이스링크, 헬스클럽 등등 가족나들이 하기 좋은 곳이란다. 다양한 식당 및 푸드코트가 있는데 우린 지하1층의 중국식당 한래(漢來) 상해탕포(上海湯包)를 찾아들었다. 훈이가 진짜 딤섬 맛을 보자고 반시간쯤 산보(散步)까지 했다. 유명식당은 어디가든 끄니 땐 줄서서 기다린다. 상해탕포도 예약제다. 어쩌다가 먹는 딤섬 맛을 미식가가 아닌 내겐 알쏭달쏭 이었다. 게다기 이것저것 포식했는데 값이 비싸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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