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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7) 비봉산(飛峯山, 페이펑산) 트레킹

7) 비봉산(飛峯山, 페이펑산)  트레킹

비봉산(飛峯山 페이펑산)은 신주시의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작년에 등정했던 리터우산과 산맥이 연결된 여러 명승지가 있는 곳이란다. 비봉이라는 이름은 산비탈의 모양이 불사조가 내려오는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쥴이 내가 등산 메니아인 줄 알고 지인에게 수소문하여 산행정보를 알아보고 추천했다. 산행들머리까지 콜택시를 이용하라고 예약을 해놓았다. 택시는 아파트에서 반시간쯤 달려 가파른 산골짝을 한참 오르더니 대권사(代勸寺)주차장에서 나를 내려줬다. 대만의 사찰은 규모는 작지만 화려하기 그지없다.

기교 넘치는 목각술과 원색단청은 현란하여 정신이 몽롱할 정도다. 대권사 경내를 일별하고 사찰 뒷길 경사로를 오른다. 줄곧 이어지는 계단은 빡센데다 기온까지 후덥지근해 초입부터 땀을 훔치느라 손수건을 아예 손에 들고 계단을 오른다. 아열대지대라 늘푸른 상록수림이 빼곡해 숲속의 공기는 청량할 텐데 무더위에 기세가 죽었나 싶었다. 등산로는 잘 다듬어졌다. 쥴 말따나 산세가 좋아선지 등산객들을 자주 조우한다. 그들은 거의 모두가 미소를 띄우며 목례와 인사말을 한다. 친절미가 일상에 밴 셈이다.

아열대우림 수목의 자태는 환장하게 멋지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햇빛을 좇느라 훼훼 굽은 걸까? 태평양의 거센 바람에 몸부림친 트라우마의 표상일까? 수목들의 생존경쟁이 인간보다 더 치열할지도 모른다. 암튼 우림속의 상록수들은 한 치의 틈새를 비집고 드는 생명력을 증좌하고 있다. 그렇게 굽어 휜 자태들이 예술(?)이라. 자연의 예술미를 한껏 누리다 고사해 죽는 고사목 또한 아름답다. 시신마저 아름다운 나무들! 자연속의 산책은 그렇게 우리 심신을 치유해준다.

1000m쯤에 상사애(사랑하는 바위) 있단데 원시림이 우거져 그냥 되돌아 섰다
등산초입부터 빡센 계단은 겁나게(?) 이어진다, 땀샘이 터진 난 손수건 하나 달랑 휴대한 게 아쉬웠다

비봉산의 상록수들이 파란 하늘에 그린 묵화를 목 늘어지게 감상한다. 잘 정돈 된 등산로는 간혹 긴 벤치를 설치해 휴식을 취할수 있고, 8부 능선쯤엔 간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풍정만리란 카페도 있다. 뿐이랴, 이정표도 요소마다 있어 나 같은 처녀등산객에게 안전을 담보 한다. 중항산정상의 인공수저는 방화용인가? 이끼 낀 오염수저에 주변의 풍경을 담아 멋들어진 데칼코마니를 만들었다. 나는 그 물그림자를 휴대폰에 담느라 돌팍에 까치발 서느라 용을 썼는데 이 괴이한 모습을 지켜보는 여인이 있었다.

아열대우림 속의 나무들은 치열한 생존경쟁 탓에 천태만상의 보디빌더 일생이렸다
등산 들머리였던 비봉사가 1800m인가? 손수건의 땀방울을 짜내며 오른 게 겨우 오리도 안 된다?

수조에서 내려서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산님에게 말이 통하지 않아 금방 찍은 수조의 물그림자 사진을 보여줬다. 신기하다는 듯 웃는 그녀의 핸드폰을 받아 수조의 데칼코마니를 담아 줬다. 그녀가 엄지 척하면서 환호한다. 그렇게 우린 벙어리 시늉을 내면서 동행이 됐다. 아니 그녀가 비룡산 처녀산행인 나의 가이드가 됐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안타까움 속에 표정과 눈빛과 모션만으로 정상을 밟고 들머리 대권당절까지 동행했다. 그녀가 자가용 동승을 물었지만 나는 사양했다.

방향을 잘못 들어 닿은 '풍정만경' 찻집카페. 주인장의 열띈 바디랭귀지 안내로 되돌아 섰다


이름모를 야생화 & 바나나껍질에 모여든 나비떼
중항산(462m)정상, 어느 등산객이 친절을 배푼 인증셧이다

 쥴이 콜택시를 이미 보낸 참이고, 더는 내가 갈 방향과 그녀의 귀가길이 다르다는 걸 알아채서였다. 그렇게 한 시간여의 동행 꾼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흐뭇한 아니 어색한 만큼 서로를 탐색하려 애썼던 진정성을 공유한 산행이었다.

세상은 아름답다. 진정성이 있는 사람들은 세계 어디서나 많고, 그들과 조우하고 헤어지는 짧은 만남들도 우리들의 삶의 일부이기에 말이다. 유쾌한 만남은 생의 활력소가 된다. 그리고 세상은 살만하단 긍적적인 마인드를 공유하게 된다.

▲중항산 정상부근의 인공수조, 방화용인지 용도가 알쏭달쏭 했다▼
▲더러운 수조를 폰카에 담는 나를 지켜보던 산님(아래)이 의뭉스럽게 지켜봐서 사진 한 컷이 된 수조의 데칼코마니를 보여주자 환호하는 그녀의 폰카에도 담아줬다. 그렇게 동행이 됐는데 말이 통해야지? 해도 몸짓 손짓 다하면서 산행끝까지 나를 안내해 줬다▼

귀가한 내겐 고급레스토랑 남좌우배관(藍佐牛排館 LAZO STEAK HOUSE)에서 스테이크 파티가 기다리고 있었다. 밤 10시 반까지 울`식구들은 화기애애한 와인을 곁들인 10여 코스의 스테이크 만찬을 즐겼다. 식도락의 진수를 공감 만끽한 만찬이었다. 세상엔 하 많은 사람들이 각기 개성이 다르듯이 음식 종류도 많고 맛깔도 기상천외하다. 식도락행복이 인생 최고의 기쁨의 하나라고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오늘 훈이가 과용했나 싶어 미안했다. 참으로 뿌듯한 하루였다. ‘하늘을 나는 새’ - 비봉산트레킹은 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2024. 04. 13

비봉산 정상, 오늘의 인증샷 사진은 수조에서 조우한 산님이 동행하며 배푼 시혜다
빗물을 받아 항아리에 담수한다. 방화수 용도일까?
그녀는 왜 이 순간을 포착했을꼬? 모나리자의 알송달송한 미소는 저리가라다. 그녀가 준 포도 같은 열대과일 봉지도 손에 들고서!
▲대만의 사찰은 화려하기 이르데 없다. 법당에 들어서면 섬세한 목각기예와 원색의 채색미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색상이 진하고 풍성한 진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