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청사포 머릿돌전망대 ~ 해운대백사장 ~ 동백섬)
사월엔 비도 잦다. 안개비 더는 부슬비가 찔끔찔끔 내리다 말다를 그치지 않는다. 부산에 도착한지 내리 사흘째다. 잔인한 사월에 내리는 비는 우리들의 아픔을 하늘이 대신 어르는 눈물 같다. 그 눈물에 나의 울적한 비밀 아닌 처연함이 묻어있다. 자의반타의반으로 여장을 꾸려 해운대백사장 앞에 내린 나는 여전히 심난하다. 시원한 바닷바람도,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도 그냥 그렇다. 나를 멀뚱멀뚱 훑고 지나칠 뿐이다. 아내 몰래 사고를 쳐 식구들한테 왕따 당한 것 같은 기분, 노인이 마누라 눈 밖에 나면 얼마나 처량해 진다는 걸 통감하는 행색머리다.
스산한 비가 심난한 나를 적셔 고도에 표류한 이방인을 만든다. 오늘은 둘째가 ‘오고 싶으면 암 때라도 오시오 잉’하고, 첫째가 ‘식사는 어떻게 했소?’라고 타이베이에서, 글고 셋째가 '상치 택배신청 했다'고 참치나 삼겹살 쌈싸라고 해운대 하늘속으로 전파를 띄워 보냈다. 경솔한 나의 처신이 빚은 울`집의 회색하늘이 몇 날 며칠을 꾸무럭대며 부슬비를 뿌려도 젖으면 된다. 아내의 기미만 낮 새가 됐든, 밤 쥐가 됐든지 들었으면 싶다. 늦은 오후 이슬비마저 뜸해지자 숙소를 나섰다. 휴일이라 백사장은 인파로 북새통이다. 벚꽃 진 달맞이 길을 향했다. 비 오는 날 파시(波市)의 벚꽃 길 - 달맞이 길이 한산하지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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