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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2) 예류(野柳)지질공원에서 후투티까지

2) 예류(野柳)지질공원에서 후투티까지

 1년여 전에 울`식구들 여섯 명이 찾았던 예료우 지질공원[野柳之野]을 오늘은 나 홀로다. 그래 극구 사양했지만 여행 좋아 하는 나에게 쥴이 끔찍이 선물한 특혜(?)다.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인디고 트레블 패키지여행’에 꼽사리 낀 나는 한 시간쯤 후 예료우공원 진입로 상록 숲길 터널을 파고들었다. 인파 넘치는 건 여전하여 저절로 산책이 된다. 태평양의 거센 파도가 사암지대 심상암(蕈狀岩)벽을 애무하다 또는 거칠게 후려쳐서 해안가에 기상천외한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여왕머리바위, 좋은 찬스를 못 잡아 어설픈데서 어정쩡하게 찍었다
▲예류지질공원 숲터널 입구▼

푸른 창해를 달려온 파도가 해안가에 닿자마자 하얀 포말이 허공을 향하다 처참하게 부서진다. 그렇게 부서지는 포말은 1,100만년 동안 바위를 침식하고 거친 해풍과 해수까지 불러들여 버섯바위, 촛대바위, 여왕바위, 공주바위, 하트바위, 생각하는 바위 등을 빚고 해식동을 일궈 해안가 1,700m에 초현실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아니 지금도 그 지난한 시지푸스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염분 섞인 해풍은 바위에 수많은 구멍을 뚫어 벌집형상을 일구고, 반들반들한 사암을 곰보얼굴로 조각했다. 근디 그 곰보얼굴이 넘 매력적이다.

찍사들의 후투티 포위작전(?)
1구역에서 조망한 샤오산(일대는 보호구역이다)
귀여운공주(좌)

곰보미인이란 말이 실감된다. 옹기그릇 마냥 파인 바위구멍을 호혈(hot Holes)이라 하는데 바닷물이 안고 온 모래나 돌멩이가 바위구멍에 들어가 파도에 휩쓸여 돌면서 구멍이 점점 커진 게다. 그 호혈은 작은 물고기와 개의 은신처다, 자연은 뭐든지 그냥 방치하는 것이 없다. 오히려 인간이 망가뜨린 자연을 치유시키느라 애를 쓰다 성질나면 태풍이란 성난 얼굴로 경고를 하나 싶다. 예료우 지질공원은 관광객들에게 그런 자성의 시간과 일그러진 일상탈출의 치유시간을 선사하기에 구름인파가 몰려드는지 모른다.

멀리 촛대바위가 꺅꿍한다

해풍과 파도, 햇빛과 비, 변태의 상징인 계절풍이 사암을 닳고 깎아 빚은 천 개의 형상은 흡사 딴 횡성에 온듯하다. 제1구역은 촛대바위와 공주바위가, 제2구역엔 예료우공원의 아이콘인 여왕바위가 있고, 제3구역은 기암괴석이 많은 해식평대로 자연경관 보존구역이다. 이번엔 언덕계단을 올라 귀두산(龜頭山)정상에서 공원과 태평양을 품어보는 호연지기를 꿈꿨는데 포기했다. 공주바위에서 인디고 트래블 가이드 두부가 인솔 중인 40여명의 관광객들 인증샷 사진을 하나씩 찍어주느라 시간을 다 까먹다시피 해서였다.

얘료우시내가 저만치에 있다
24샤오산

두부의 황당한 배려를 10여 분간 지켜보다 아니다 싶어 홀로관광에 나섰는데 출발시간이 빠듯해 여왕머리바위를 향했다. 가이드 두부는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 같았다. 버스 속에서 1시간 내내 쉬지 않고 떠벌리고 있었다. 묻고 싶은 건 단톡방 문자로 하란다. 시간부족, 자유제한, 어거지 쇼핑 등등 패키지관광의 단점이요 슬픔이다. 45명 관광객들은 모두 한국분들이고 가이드 두부도 한국인이라 편하게 즐길 관광을 기대 했는데 나는 훌로관광을 하기로 했다. 그편이 편할 것 같았다. 두부 따라다니다간 한두 군데쯤 관광해야 될 듯싶었다.

리잉호수
파도는 지금도 뭔가를 만드느라 바위 부수기에 열공하면서 개거품을 쏟아내다
바다의 새 바위

예료우 지질공원에서의 사진 찍기는 대단한 인내와 기지가 필요하다. 관광객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정체돼서다. 어떻든 우주의 한 횡성에 온 기분이란 것만으로도 뿌듯한 여정이 된다. 입구 숲속에선 아까부터 진귀한 풍광이 연출되고 있었다. 테니스 코트만한 숲 속 초지에 몇 십 명의 카메라맨들이 사진촬영 하느라 엎드려있거나, 쪼그린 채거나, 엉거주춤 빙 둘러서서 잘 보이지도 않은 물체를 향해 사진기를 조종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후투티 한 쌍이었다. 숲 바닥에서 먹이활동 중인데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도 신경도 안 쓰나 싶다.

24샤오산 등잔대
24샤오산 전망대를 오르는 숲터널 계단

후투티 커플한테서 작품 하나를 얻기 위해 찍사들은 미동도 않고 벙어리 흉낼 낸다. 그 고역을 몇 시간쯤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침묵과 부동의 자세가 선수행(禪修行)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대단한 정성들이다. 휴대폰으로 얼른 후투티를 찍고 그 기이한 광경을 구경하다 버스를 타러 발길을 옮겼다. 후투티의 검정색과 흰색의 깃털은 넓은 줄무늬가 날개와 꽁지에, 검정색 긴 꽁지 외엔 주황갈색이다. 곤충이 주먹이인데 성장기엔 땅강아지, 지렁이 등을 먹고 똥 속의 벌레도 먹어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단다.

구멍바위 후면

암컷이 4~6월에 5-8개의 알을 낳아 돌보면 20-27일 후 새끼는 이소하는 우리나라 토착새란다. 천적 방어무기로 고약한 냄새의 분비물을 뿜어내는데 사람한텐 중독증세를 일으킨다. 나도 오늘 처음으로 후투티를 대면(?)했다. 절호의 찬스를 건성으로 훑고 버스에 올라 진과스 황금박물관을 향했다. 버스출발과 동시에 두부의 장광설은 이어진다. 관광맨트인지 자기자랑인지 헷갈리는 그의 입담은 또 다시 한 시간쯤 이어졌다. 자기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를 즐기면서 동행자에게 어드바이스 하는 당당함이 좋아보이긴 했다. 더구나 두부는 배우처럼 이목구비가 수려하다.     2024. 04. 13

여왕머리바위 후면, 갸름한 목과 길게 따올린 머리가 이집트여왕 네페르티를 닮았다 해서 명명된 이름
입구 공원의 여왕바위 모사품
후투티, 몸집이 작고 먼 거리에다 솜씨가 없어 희스무리하다, 우측은 앱에서 캡쳐한 사진이다
예류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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