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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4) 스펀의 천등 - 낙오자 될 뻔?

4)  스펀의 천등 - 낙오자 될 뻔?

스펀에서 천등구경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소원을 기원하는 방법엔 최첨단과학문화를 즐기는 현대나 토속적인 문화를 맹신하던 옛사람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나를 재발견한다. 사면사색(四面四色)의 종이 등(燈)에 소원성취를 갈구하는 마음을 몇 자의 글로 적어 하늘에 띄우는 옛날 원시적인 행위를 즐기며 위안을 얻는 헤프닝(?)이 자못 세계인들의 축제마당이 된 듯싶어서다. 천등을 띄워 소원풀이를 할 수만 있다면 수십 아니 수백 개라도 띄울 것이다.

맹탕 헛일(?)거라는 걸 알면서도 비싼 여행비 들여 산골오지까지 찾아와 돈 날려버리는(?) 일회성 헤프닝에 환호작약한다. 옛날 중국 수나라에서 대나무를 태울 때 대나무마디가 ‘탁탁 타닥 탁탁’소리를 내며 타는 데서 ‘폭죽(爆竹; Firecracker)’이라 하였고 이를 불꽃놀이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이 폭죽은 당나라 때에 ‘화수은화(火樹銀花)’라고 하는 아름다운 모양의 불꽃놀이로 발전한다. 불꽃놀이는 잡귀를 쫓는 주술적인 무속신앙으로 차환 유행되다가 화약의 발달로 천지개벽 된다.

스펀의 철길은 지금도 열차가 운행한다. 시간여유가 있으면 완행열차를 타고 스펀의 오지 산골여행은 여행의 진수배기를 선물할 듯싶었다. 기차가 들어오는 신호가 울리면 안내원과 가게직원들은 재빠르게 관광인파를 철길 양쪽으로 비켜서게 하는 소란이 잠시 일고, 그 장면을 담으려는 찍사들의 설레방구도 가관이다. 무릇 한 세기 전으로 타이머신 여행을 했나 싶어 노스텔지어가 된다.

화약을 폭발하는 기술로 야기된 아름다운 불꽃과 소리는 인간을 매료시켜,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불꽃놀이는 유럽전역으로 퍼져 궁정의 축제와 승전축하(勝戰祝賀)의 상징이 됐다. 그 불꽃놀이 축제가 스펀에서 축제 아닌 상업적인 일상이 된 것이다. 천등은 색상과 모형에 따라 단색천등은 150대만달러, 각기 다른 바탕색이면 200대만달러로 한화로 6천원~8천원이다. 천등을 띄워 하늘로 떠오르는 광경에 박수치고 환호작약하면서 인증샷 찍느라 요란 떠는 관광객들을 보면 천등에 담은 기원과 소망들이 금새 다 이뤄진 듯싶다.

어쩜 그 순간의 희열에 일상탈출한 자신이 하늘로 비상하는 망아(忘我)의 경지에 드는지도 모른다. 문득 천등이 첩첩산림 속에 떨어져 산불이라도 나면 어쩌지? 하는 기우(奇遇)를 하게 되는데 습한 기후와 순간적으로 소실되는 천등이라 괜찮단다. 그나저나 나는 오늘 내가 합승한 ‘인디고 트레블’ 패키지관광버스를 스펀에서 놓쳐 허둥댄 불안은 떨떠름하고 진한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도착하여 1시간 후인 1시30분 출발한다는 가이드 두부의 말을 염두에 두고 스펀의 이곳저곳을 기웃대다 약속장소에 2분 늦게 도착하니까 버스는 출발하고 있었다. 버스 앞에서 손을 흔들어 대도 무정하게 버스는 사라졌다. 휴대폰을 꺼내 가이드와 통화시도를 했지만 불통이다. 황당했다. 콜택시로 추격해야 하나? 어찌해야 할지 맨붕이 됐다. 마침 깃발을 든 여성가이드가 일단의 관광객들을 선도하며 버스정류장을 오고 있는데 얼추 한국 관광팀일 것 같아 말을 걸었다. 다행이 한국여성 가이드였다.

‘인디고 트레블’ 탑승객인데 버스를 놓쳤다고 했더니 대뜸 알아차리고 그쪽 두부에게 전화를 한다. 옆에서 통화를 엿들으니 두부와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아 한시름 놨다. 폭포투어를 하고 1시간 후에 올 테니 딴 곳 구경하다가 버스정류장 옆 페밀리마트 앞에서 승차하란다. 지옥행(?) 티켓 예매처 앞에서 탈출한 기분이었다. 여성가이드의 친절은 내가 여행 중에 절감한 달디 단 청량제였다. 내가 혓바닥(언어)이 짧아서 생고생이지 세상은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 많고, 그들의 후의와 친절에 살맛이 난다.

몇 십 명을 선도하는 가이드가 나한테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는가 하면, 아까처럼 2분도 안 기다려주고, 더는 출발하는 버스 앞에서 팔을 흔들어도 그냥 비껴가는 비정한 가이드도 있다. 아마 가이드 두부는 한 시간 후에 다시 올 테니 그동안 나와 통화를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약속대로 1시간10여분 후에 인디고 트레블 버스는 나타났다. 2분도 안 기다린 버스는 10분이나 늦게 나타났지만 사과는 두부 보단 내가 했다. 두부는 내가 애태운 10여분과 세류폭포관광을 놓친 걸 지극히 정상이라 여기는 듯 했다.

버스킹 하는 뮤지션

버스는 다음 목적지인 스펀을 향한다. 두부는 예의 마이크를 잡고 스펀에 도착하기까지 투어`맨트를 한답시고 한 시간여를 횡설수설한다. 뒤쪽 손님들은 박수를 치며 열심이다. 두부의 청산유수 같은 입담 땜인지 아님 배우처럼 잘 생긴 이목구미 탓인지, 그의 자기자랑 내지 먹거리와 쇼핑물 가게 선전과 미팅 방법 알선을 구구장장 떠드는 게 다분히 커미션 챙기려는 언어의 유희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까 예류 지질공원에서 40여명 되는 관광객들의 스냅사진을 찍어주느라 20분쯤 걸려 기다리던 나는 홀로관광에 나섰었다.

스펀 하늘에서 유영하는 천등

그렇게 후다닥 예류공원을 일별했기 망정이지 드부를 따라다녔으면 시간이 빠득해 절반도 구경 못하고 버스에 올랐을 터였다. 각자 알아서 찍을 스냅사진을 두부가 자청해 시간낭비 하는 행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 나는 1년여 전에 아쉬웠던 곳을 다시 찾아봤던 거였다. 아마 두부를 따라다닌 사람들은 몇 군데 관광으로 종쳤지 싶다. 암튼 그는 스스로 자부했듯이 타고난 가이드이고 천직(天職)인 듯 싶었다. 스펀 하늘에 천등 십여 개가 어디론가 유영한다. 천등을 띄운 어느 발원님의 소원이 이뤄질 것이다. 아니 아마 천등을 띄우는 순간에 마음이 흡족해져 행복했을 터다.       2024. 04. 13

# 4) 스펀의 천등(天燈) 기행 (tistory.com)에서 스펀의 또 다른 맛깔을 맛볼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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