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

홍콩 3박4일의 식도락 세쨋날③

홍콩 3박4일의 식도락  세쨋날③

홍콩체류 3일짼데 햇빛구경도 못한 흐린 날씨의 연속이다. 하여 쌀쌀한 기온은 준비한 봄날의 옷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있다. 홍콩의 날씨는 흐린 날이 많고 연간 일조량이 적다지만 일정이 짧은 관광객한텐 실망이다. 더구나 오늘은 빗발이 떨어질 거란 예보에 시내산책 계획이 아리송해졌다. 율과 아낸 호텔에서 어영부영 식도락을 즐긴단다. 난 호텔을 나섰다. 센트럴 완차이 바이패스를 소요하며 고독한 산보자의 낭만에 젖고 싶었다. 센트럴빌딩가의 쇼핑몰은 4년 전에 아내와 율의 보디가드(?) 노릇하면서 어지간히 훑어 새코스를 택했다.

▲블루베리, 코코넛, 센드위치, 연어, 치즈, 복음밥, 치킨 두 덩이, 당근쥬스를 아침식단으로~!▼

센트럴 완차이 바이패스 역시 홍콩시민들의 유일무이한 힐링 산책코스다. 완차이-코즈웨이베이 코스보다 공원과 녹지대가 많고 코스도 훨씬 길어 햇빛 없는 빌딩속의 시민들에게 유토피아인 셈이다. 하여 트레커와 런닝족이 많고, 산책객들이 온갖 퍼포먼스를 즐긴다. 해안의 십여 개에 달하는 여객선부두에선 구룡반도의 여러 섬에 사는 많은 시민들이 내왕하는 통에 해안도로는 활기가 넘친다. 아마 그들은 주택비가 싼 외곽섬에서 센트럴의 일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일 테다.

파파야 계란 오믈렛
그랜드 하얏트호텔홍콩과 센트럴플라자

중국, 필립핀, 타이의 노동자들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개발도상국난민이나 이민자들이 저임금으로 홍콩의 사회를 지탱시킨다. 이들은 악명 높은 쪽방촌에 살면서 화장실과 주방을 공용사용 하지만 월세는 무척 비싸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중국인 노동자들로 임금인상은 요원한 꿈이 됐단다. 한 평 남짓한 쪽방촌에서 중국인 4인 가족이 살아도 노동자는 밀려든다. 하여 세탁방이 활성화되고, 한 사람이 들어갈 '닭장방'이 늘 부족하단다.

경제자유도시 홍콩은 규제가 적고 낮은 세금정책 탓에 조세재정수입이 적어 좁은 땅장사로 재정수입을 충당한다. 법인세가 없고 무관세인 홍콩은 땅장사로 돈 벌어 시민을 위한 공익이 아닌 공공기관을 위해 사용한단다. 그런 정책에 불만인 자는 홍콩을 떠나라고 배짱부리는 정부다. 홍콩의 지정학적 위치는 교통과 물류수송 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는 요지로 세계에서 5번째 분주한 컨테이너 항구와 거미줄처럼 얽힌 국제화물 공항이 세계의 교역허브가 됐다.

센트럴플라자

환적화물을 통과하는 홍콩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과 미국이다. 40%가 중국 본토에서 온 화물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홍콩을 해외 중개금융업으로 호황을 누리게 했고, 중국의 투자자금 유입은 부동산가격을 폭등시켰다. 임금은 제자리여서 홍콩의 중산층들이 살집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란다. 2021년 현재 홍콩의 1인당 GDP는 49801달러로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보다 높고 독일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부자들의 유토피아가 홍콩인 셈이다. 고층건물이 많은 도시로치면 세계에서 3번째가 홍콩이다.

한뼘의 짜투리 땅도 알뜰하게 가꿔 휴식처를 만들었다. IFC와 대관람차
해안 산책로엔 기도나 선정에 든 수행자들을 보게 된다, 젊은 숙녀들이 돋보인다

한 시간쯤 센트럴 완차이 바이패스 트레킹을 하는데 결국은 찌푸린 하늘이 가랑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우산도 없고, 카드도 현금도 여권도 없다. 깜박 지갑을 호텔에 두고 나선 땜이다. 나처럼 우산이나 비옷이 없어 비 젓은 닭 신세 트레커들이 한 둘이 아닌 게 위안이 됐다. 여객선터미널에 들어가 비 그치기를 여수었다. 휴대폰도 와이파이 불통이라 스냅사진을 정리하는 킬링타임에 들었다. 율에게 전활 넣어 호텔정문에서 택시비를 정산하랄까 궁리하다 좀 더 진득해 보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먼 타국에서 비 맞는 에뜨랑제의 심사를 느껴보는 게 여행의 보너스일 거란 생각을 했다.

홍콩에서 제일 높은 국제상업센터

홍콩은 년 중 내내 흐리고 고온다습한데다 태풍까지 많아 실내가 습기로 눅눅하단다. 벽지 바른 벽은 곰팡이가 피고 얼룩이 져 아예 타일을 붙이던지 페인트칠을 한단다. 잦은 태풍으로 해안지대 곳곳에 태풍 대피소인 타이푼 쉘터(Typhoon Shelter)가 있다는데 난 아직 발견을 못했다. 오늘 같은 날 대피소로 딱일 텐데 말 벙어리인 난 뉘한테 물을 수도 없다. 사계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한국에서 태어난 건 천운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반시간쯤 뭉그적대니 이슬비로 탈바꿈했다. 도심 빌딩숲을 향해 경보를 한다.

홍콩 최적의 조망지 빅토리아 피크(송신탑이 있는 산꼭대기)가 보인다
▲기나긴 겨울을 살다가 이곳에서 화사한 노랑꽃을 보니 한결 마음이 밝아지는데 꽃이름을 몰라 파이다. IFC빌딩과 대관람차▼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를 연상케 하는 대관람차

 홍콩의 빌딩숲은 다닥다닥 붙은 건물사이에 부교가 있단 걸 아까 생각이 났다. 부교를 거닐며 그럴싸한 쇼핑몰의 쇼`윈도우를 훔쳐보면서 하얏트호텔을 찾아가는 미로탐방에 나섰다. 세계에서 마천루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가 홍콩이다. 그 마천루의 좁은 틈새는 스턴드맨이 아니라도 비 피하면서 건너갈 수가 있다. 그래 혀 빠지게 뛰어 빌딩숲에 들어서자 이슬비도 안개가 돼 부유한다. 구룡반도 마천루에 걸린 잿빛 하늘이 구름을 갈기갈기 찢어내면서 햇무리를 쏟고 있다. 아까 여객선착장에서 더 뭉갤 걸 방정을 떨었다.       2024. 03. 01

컨벤션센터
나무늘보가 헤엄치듯 느릿느릿 미끄러지던 크루즈선이 구룡항에 거구를 의지한다. 좌측에 국제상업센터가 있다
대관람차와 IFC빌딩
센트럴플라자
▲홍콩해사박물관, 구경할려고 들어서다 제지 당했다. 유로입장인가?▼
항만여객선부두 앞 택시와 버스정거장인데 넘 한가하다. 인구와 마천루의 밀집지역 도로가 휑한 건 홍콩에서 자가용 유지비용이 상상을 절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완차이 베이패스 해안에 여객선터미널 부두가 십여군데 있다. 여객선은 섬으로 이뤄진 홍콩의 혈관인 셈이다▼
택시정류장을 한문으로는 적사점이 쓰나 싶어 비시시 웃었다
\IFC
완차이 베이패스의 여객선부두를 잇는 보도는 지붕이 있어 우중산책의 묘미를 즐길 수 있었다
IFC와 중국은행타워(좌)
▲중국은행타워, 짜투리땅을 천금같은 녹지로 활용하며 쏟는 정성이 여간하지 싶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고층빌딩이 많은 도시 홍콩은 건물사이 2층을 잇는 부교로 연결 돼 있어 번화가 산책의 매력을 만끽케 한다▼
구룡반도의 국제상업센터 (ICC)
컨벤션센터 정문쪽
▲컨벤션센터 정문에서 조망한 구룡반도 빌딩 숲▼
딤섬(Dim sum)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의 중국간식요리로 채소`돼지고기, 새우류, 물만두 등 종류도 많다
창펀, 새우튀김
족발껍질튀김
흑초탕수육
케일마늘볶음
양쯔복음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