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3박4일의 식도락 다섯쨋날⑤
홍콩여행 마지막 날 아침도 홍콩하늘은 회색빛을 거둬내지 못했다. 오늘 오후3시에 호텔을 나서 귀국길에 오른다. 서울의 날씨는 꽃샘 강추위가 이어지는데 오늘은 좀 풀렸다고 했다.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준비를 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여행은 시간에 얽매지지 않아 좋다. 낯선 것들과의 대면에서 얻는 감동 내지 역겨움은 사소한 거라도 추억 한 페이지로 남는다. 그런 감정의 파장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하여 여행은 많이 할수록 인생을 살찌우나 싶다. 여정은 엔돌핀의 샘터다.
아낸 좋은 시절(?)이 다 갔다고 푸념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도 세끼 식사를 했다면서 전업주부의 애환을 되새김질 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아내가 무릎상태가 안 좋아 외출보다는 호텔에서 뭉그적대며 식도락에 빠진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였다. 개새끼처럼 나들이를 좋아하는 당신이나 맘껏 쏘아다니라고 큰 인심 쓰듯 내게 아량 베푼 아내였다. 사실은 아내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울`식구들만의 여행은 얼씨구 좋다다. 몇 번쯤 빡센 일정의 단체여행에서 지쳐버려 매력을 상실한 탓이다.
나는 호텔 옆의 컨벤션센터에서 성황 중인 귀금속 보석전시회를 한 시간만 둘러보고 오겠다고 나섰다. 하얏트호텔과 컨벤션센터는 지하층의 방화문짝 하나로 연결된다. 컨벤션센터에 들어서자 왁자지껄 난장판 도깨비시장 같았다. 일요일이라서 더 성황일까? 동남아출신 노동자나 가사도우미들이 갈 곳이 마땅찮아 이곳에 몰려왔나 싶기도 했다. 그들은 공터나 다리 밑과 육교에서 끼리끼리 모여 고된 삶의 애환을 나누곤 해 절호의 찬스다 싶었다. 엄청 큰 건물1~3층이 난장이라 어디를 어떻게 관람순서를 정해야 할지 얼떨떨해 졌다.
근다고 말 벙어리가 누굴 붙잡고 묻지도 못한다. 눈치껏 사람 틈새를 비집고 빠지면서 대충대충 보이는 것만 일별한다. 근디 어디선가 상품판매 메인부스도 있을 텐데~! 애초에 상품 살 생각 꿈도 없었지만 구매자들이 얼마나 줄 섰나 그것이 궁금했다. 아참, 이러다가 미아 될까 싶었다. 정오까지 호텔에 안 가면 아내의 눈총 피하기가 거북하다. 여행은 난장판에 가야 그곳 사람들의 삶의 진면목을 살필 수가 있다. 전통시장의 먹거리가 실속 있는 끼니가 되고 살림살이의 거울이 된다. 더구나 동남아지방 사람들은 끼니를 대부분 식당에서 때워 음식문화를 쉬이 접하게 된다.
시중의 보통 일반음식 값은 30~50홍콩달러(4,800~8,000원) 수준이다. 홍콩은 섬이지만 해산물요리가 비싸다. 싱싱한 활어를 요리해선지 몰라도 작은 사이즈 게 한 마리 요리가 500$이상이고, 왕사이즈는 2배나 받는단다. 생선찜이나 조개 요리도 비싸긴 마찬가지다. 울`식구들이 호텔에서 먹는 요리는 도대체 얼마나 비쌀까? 모든 게 수입에 의존하는 홍콩이지만 사면이 바다인데 생선요리가 비싼 이유를 모르겠다. 나이가 드니 배창시도 힘이 빠진 걸까? 호텔의 산해진미 부패식단에 환장하게 맛있는 음식이 없고,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낀다.
즐겨먹던 횟감연어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열대과일이 수두룩한데 눈길이 멀어졌다. 게다가 율의 도움 없인 무얼 어떻게 먹는지를 알 수가 없고, 어떤 걸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를 몰라 지나치기 일쑤다. 모른다는 것처럼 불쌍한 건 없지 싶다가도, 허긴 뭘 몰라 단순해져 선택의 범위가 좁은 게 행복의 바로미터란 생각을 한다. 행복은 자기 마음속에 있다. 여행은 그런 과정을, 체험을 통해 연마해 가는 여정이 행복에의 입문이다. 그래 여행 심신을 살찌우는 이유다. 홍콩공항의 출입국수속은 간편해 좋다. 언제 또 홍콩에 올 수 있을까? 깨끗한 미항 - 홍콩은 매력적인 도시다. 2024. 0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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