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누구의 가슴 앞에서라도
바람 같은 웃음을 띄울 수 있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헤어짐을 주는 사람보다는
손 내 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늘 들꽃 같은 향기로 다가오는
그런 편안한 이름이 되고 싶다.
제일 먼저 봄소식을 편지로 띄워주고
제일 먼저 첫눈이 내린다고
문득 전화해서 반가운 사람
은은한 침묵의 사랑으로 서성이며
나도 몰래 내 마음을 가져가는 사람
아무리 멀어도
갑자기 보고 싶었다며 달려오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이고 싶다.
**신안 +++로 제가 첫발령을 받았어요.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신 아버지께서 절 그곳에 데려다주시고 돌아서면서 절 붙들고 울었지요. 근데 저는 울고 계신 아버지가 마냥 우스울 뿐이었어요. 다 큰 딸 떼어놓고 가는데 울음이 왜 나올까 했어요.
실상 저는 아무렇지 않는데.
총각 교사가 8명이었어요. 여잔 저 혼자였구요. 물론 더 많은 교사들이 그곳에 있었죠.
토요일이면 자전거를 빌렸어요. 제가요. 10대가량을 빌려 우린 산으로 들로 바다로 누비고 다녔어요.
산을 넘어가다 칙잎으로 잔을 만들어 거기에 소주를 부어 마셧어요. 그리곤 우린 웃었죠.
그렇게 1년반을 살았어요. 학생집에 놀러가서 자고 오기도 하구요.
전 그렇게 열심히 재밌게 살았지요. 통 같은 교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어요.
어느 날이었어요. 전 이 시를 보내준 총각샘한테 놀러 갔어요. 이필원의 노래를 키타로 쳐주며 노래를 불러줬어요.
아주 소년같은 샘이었어요. 소나기에 나오는 그런.
그러면 하숙집 아줌마는 둘이 결혼하라고 했어요. 그러면 제가 골려먹었죠. 우리 결혼할까요?
근데 재미있을까? 하구요. 그럼 그 샘은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리고 웃고 떠들다 왔어요.
그런 샘이 어느 날 30년 가량이 흐른 후에 메일이 왔어요. 몇 년도에 혹 +++에서 근무했던 샘입니까? 하구요.
우린 그렇게 소나기에 소년소녀처럼 메일을 주고 받았어요.
청순한 들국화처럼. 하나도 변하지 않는 샘. 그 곱고 맑은 샘의 마음이 저를 또한 소녀처럼 만들어줬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장의 엽서가 날라들었죠. 제가 지금껏 만나온 미술샘이었어요.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고 할까?
그 소년같은 샘은 지금 ++에서 교장을 하고 있어요. 자기 학교 학생들 수련활동을 떠났는데 인사차 거길 가서 뒷산을 올랐대요. 예쁘게 핀 산꽃이 있었나봐요. "야, 너희들은 왜 이리 예쁘니? 정말 예쁘구나!!" 이렇게 이야길 했대요.
그런 샘께 전 못할 짓을 했어요. 꼭 한 번 만나 차 한잔 마시고 싶다는 미술 샘을 만나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닥 중요하지 않은(?) 지식에 충만되었다고 할까요?
그 앎에 까빡 가버린 거죠. 그렇다고++ 그 소년샘이 결코 지식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 샘은 더 거창한 샘이니까요.
또한 처녀때 그나마 제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샘이었구요.
교사와는 결혼을 결코 안하겠다 하고 다짐해서 안했을 뿐인 샘이였지요.
한 번도 좋아해본 적이 전혀 없는 미술 샘을 그렇게 만났어요. 그리곤 첫사랑이 시작된 거지요.
전 소녀처럼 첫사랑에 빠져들었죠.
그러다가 세월과 함께 시들해져버렸어요. 샘이 법정스님글을 보내온 것처럼 그리움이 없어져버린 만남..
하지만 지금까지 가슴속에 잔잔히 남아있는 샘이 바로++ 그 소년샘이죠.
그 샘이 어느 날 보내온 시에요.
제가 바라는 그런 아름다운 친구, 바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에 다 들어있어요.
어느 날 문득 네가 보고싶다며 소식 띄워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참으로 좋겠단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전 그런 샘을 버렸지요. 사랑에 눈이 멀어...
그 샘이 보내온 시 한 번 읽어보세요. 괜찮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