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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죽은 때까치를 위한 조사(弔辭)

죽은 때까치를 위한 조사(弔辭)

쉼터의 메타세콰이어

안산초록숲길 약수정 쉼터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다 어디선가 쏜살같이 급강하한 새 한 마리가 약수터 비자나무에 앉더니 균형을 못 잡고 날개 짓을 하는 거였다. 불시착한 탓이였나 싶었는데 연신 날개를 퍼득거린다. 그것도 순간, 날개를 퍼득대며 나뭇가지사이로 떨어지길 두어 번 하다가 옆의 회양목가지에 걸려 꿈틀대더니 이내 잠잠해 진다. 회양목잔가지에 거꾸로 처박힌 채다. 이상했다. 일어나서 놈한테 다가선다. 회양목잔가지에 걸려 늘어진 게 이미 죽은 상태 같았다.

때까치
약수정 쉼터 옆 회양목 밑둥 돌담에 안식처를 만들어 매장했다

나무막대기로 놈을 꺼냈다. 때까치인데 아직 경직상태는 아니다. 눈자위에 검붉은 핏자국이 있다. 병사(病死)라면 이리 급사하진 않을 테다. 그렇다고 천적과의 싸움에 치명타를 입어 3~4분 만에 죽을 수가 있을까? 깃털과 부리와 발톱으로 봐서 수명이 다 한 놈도 아니었다. 놈의 비명횡사를 알 턱이 없어 괴이하단 생각이 스칠 뿐이었다. 막대기로 회양목 밑둥의 낙엽을 헤치고 흙을 파내 바위에 놈을 안치하곤 매장을 했다. 약수정 쉼터라 인적이 안 끊길 터니 짐승들로부터 시체탈취 염려는 없이 회양목의 부엽토가 될 것이다.

때까치가 비자나무에 급강하 매달리며 푸덕거리다 옆의 회양목에 떨어져 발버둥치다 횡사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 쉼터부근은 평소 까치떼가 활동하는데 죽은 때까치는 까치떼의 습격을 받았을까?

문득 놈의 짝꿍 생각이 났다. 부근에서 깍깍 짖어대며 무슨 신호울음이라도 토할 텐데 짝꿍 그림자도 안 보였다. 놈들 부부는 평생을 동고동락할까? 짝 잃은 놈은 새 짝을 찾을까? 짝 잃은 채 월동해야 할 놈의 처지를 상상해 봤다. 근디 때까치부부의 월동은 단독생활을 한다했던가? 저만치에서 가치울음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렸다. 까치와 텃새싸움하다 치명타를 입었을까? 평소 여기 쉼터 숲엔 까치떼의 아지트답게 놈들의 활동이 왕성한 곳이다.

내가 잠시 앉아있던 쉼터의자 옆에 약수정이 있고 그 옆에 비자나무가 있다
놈이 쉼터에 급강하 하여 죽음까지는 3~4분도 채 안 걸렸는데 눈 밑에 피가 보였다

때까치가 체구는 까치보다 작아도 일대일 싸움엔 물러설 놈이 아닌 아주 사납고 매서워 학살자란 별명이 있다. 때까치속을 의미하는 Lanius는 학살자를 의미한다. 놈의 먹이는 곤충·거미·도마뱀·개구리·물고기·들쥐와 뱀, 새까지 거의 동물성이다. 잡은 먹이를 나뭇가지나 뾰족한 가시에 꽂아서 찢어먹고(먹이꼬지) 나머지는 잊어버리기 일쑤다. 놈이 탱자나무나 아카시아 숲을 좋아하는 이유다. 뱀은 때까치 천적으로 사냥감이면서 또한 사냥 당한다. 길고양이도 천적이라서 내가 때까치의 시체를 쉼터에 안치한 이유이다.

따까치의 다양한 먹이사냥을 앱상에서 캡처했다
약수 쉼터 전경

때까치는 무리지어 활동하는데 덤불 속 또는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4∼7월에 6∼7개의 알을 낳는다. 놈의 둥지는 이때 뻐꾸기 종에게 탁란(托卵)의 장소로 이용당해 때까치 알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매우 낮단다. 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란 말이 실감난다. 얌체 뻐꾸기는 탁란으로 종을 이어가면서 다른 조류의 번식에 생태계조절을 담당함이라. 삼라만상이 더불어 공존케 하는 우주의 섭리는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생태계파괴자는 오직 인간일 것이다. 우주의 불량자 - 사람. 불량자가 때까치의 명복을 빌어본다.                        2024. 01.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