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의 소설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ads Sing>은 미국에서는 2018년에 발간되어 뉴욕타임즈에서 181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여류감독 올리비아 뉴먼이 2022년 영화(데이지 에드가 존스 주연)로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친 작품으로 특히 여성들의 절찬을 받았다. 술과 도박에 찌든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에 어머니와 가족이 모두 떠나버린 숲속의 오두막에 남겨진 카야는 애처로운 소녀다. 아버지마저 사라져 홀로 버려진 소녀의 외로운 삶에 유일한 벗은 오직 자연뿐이다.
바클리 코브마을의 기득권주민들의 오만과 편견에 경도 된 마녀사냥은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더더욱 고립시킨다. 마녀사냥에 주눅 들고 망가지는 인간의 순수성이 얼마나 비참해 질수 있는지를 카야는 고립무원 속에서 무서우리만치 견뎌낸다. 그럴 수가 있었던 건 원시림 속의 호수와 늪이란 자연에 동화된 삶을 살 수가 있어서였다. 그녀의 세상과의 단절된 삶에 찾아 든 테이트와 체이스와의 미완의 사랑은 카야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그녀의 마음을 두드린 첫사랑 테이트가 대학진학을 위해 떠난 후 소식이 없어 체념과 상실의 아픔에 힘 부칠 때, 바람둥이 체이스의 적극적인 데쉬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어느 날 그의 죽음에 살인용의자가 됐으니? 영화의 저변을 흐르는 태곳적 습지의 소리앙상블은 카야의 첫사랑, 배신, 절망, 재회의 기쁨, 죽음에 이르는 예민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탄탄한 이야기에 매료되게 한다. 캐롤라이나 습지는 카야의 성장 터울이고 우주다.
카야는 습지생물들을 그림책으로 엮어 출판하여 자립의 마중물로 사회에 진입하는 성공한 여성이 된다. 자연주의자로써의 그녀의 삶, 사랑의 터울인 습지는 관찰과 연구의 생명체였으며 아름다운 영상은 관객들을 신비스런 영상미에 도취케 한다. 늪지에 버려진 여자아이가 자연을 친구삼아 성공한 여인으로 성장해 가는 의지의 일생은 빼어난 풍광 속에 아름다운 서정시의 한 편으로 남는다. 몽환적인 호수와 늪은 두 시간 내내 영화 스토리와는 별개로 치유와 평안을 선사하는 보너스다.
루이지애나 주립공원의 추펑투강이 아름답게 굽은 곳, 나이를 헬 수 없을 장엄한 참나무 그늘과 스페인 이끼, 사이프러스 나무와 늪지, 호수, 습지가 덮개처럼 드리운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자연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일생을 살았던 여인의 이야기다. 참 오랜만에 가슴 멍멍 해지는, 거푸 두 번을 보고도 잠자리에 들어서 잠 못 이룬 영화였다. 넷플릭스영상으로 봤다. “그녀는 화가다. 그래서 색채, 그리고 온갖 종류의 살아있음이 집에 있다. 동화 같은 예쁨이 있고, 그 안에는 세세한 현실이 있다” 202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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