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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오군수천하비(吾君瘦天下肥)라는데?

오군수천하비(吾君瘦天下肥)라는데?

당 현종21년에 올곧고 강직하기로 유명한 선비 한휴(韓休)가 재상이 되었다. 불편부당한 그는 왕이 짜증낼 만치 늘 직언을 했다. 현종은 자신이 방종하여 정사를 소홀히 했다싶으면 마음 추스르면서 신하들에게 하문한다.

“지금 이 사실을 한휴가 아는가, 모르는가?”라고. 허나 신하들이 어명에 답하기도 전에 한휴의 상소가 올라오곤 했다. 이를 시기하는 신하들이 생겨 임금을 위한 척 읊조린다.

“폐하, 한휴가 재상이 된 후 옥체가 부쩍 쇠약해지셨습니다.”라고. 그럴 때마다 현종이 쓴웃음을 지으며 응대했다,

“한휴의 지적에 우리 모두 국정으로 날밤을 새우니 나는 수척해졌지만, 그렇게 하여 백성은 이로우니 살찌운 것(吾君瘦天下肥) 아니냐”고 했다. <신당서(新唐書)> 중에서

당 현종은 자신의 주장에 동의하는 의견과 이의재기를 하는 소견까지 취합하는 겸청즉명(兼聽則明)의 명군이었다. 그런 현명한 현종이 양귀비를 맞아들인 후 편파적인 용비어천가만 듣는 편신즉혼(偏信則昏)의 대표적 혼군으로 전락했다.

중국을 첫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제위에 오른 2세 호해(胡亥)는 진나라가 개국15년 만에 폐망케 했다. 독불 무도한 호해는 겸청은 커녕 반대세력을 대척하고 숙청하는 불안한 정사에 민중이 반기를 든 탓이다. 시황제가 죽은 다음해(기원전 209) 하남성 양성 사람 진승(陳勝)과 양하 사람 오광(吳廣)이 반란을 일으켜 진나라는 폐망의 길로 직행한다. 왕은 반대파의 의견까지 겸청하여 바른 정치에 골몰하느라 야위어가야 백성이 편하고 살찐다. 호해는 간신들 속에서 자기 좋을 대로만 정사를 해서 나라까지 망했다.

작금 우리나라 국민들이 발 뻗고 편하게 살만한 국정을 펴고 있는가? 경기도 안 좋은데 수출마저 하향세고, 한`미`일 삼국의 안보동맹에 맞서 중`러`북한이 군사협력을 위해 푸틴과 김정일과 시진핑이 회담을 서두르고 있어 철지난 듯한 이념전쟁 - 신 냉전시대가 도래되나 싶어 불안하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군사협약을 맺으면 북한의 핵무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 남북의 긴장은 고조될 판이다. 지정학적으로도 불리한 우리가 국방력 강화만으로 진정한 평화가 담보됐던가?

윤대통령이 겸청 속에서 상생의 길 - 평화의 길을 도모해야한다.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지위가 높을수록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들어야 한다. 이것이 소통의 핵심이다. 취합된 중지에서 현명한 답이 나온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오군수천하비’국정을 펴고 있을까? 나의 단견일지 모르지만 윤통은 겸청(兼聽) 보다는 편신(偏信)의 정치를 하나 싶어 아쉽다.

하나만 짚어보자. 방통위원장에 이동관씨를 임명한 게 편신이 아닌가. 이동관씨는 MB정권에서 이명박대통령이 18년간 징역형을 받게 한 공신이란 걸 천하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가 개과천선의 기미도 안 보이는데도 중용해서다. 윤통은 그 아집으로 이시대의 한휴를 찾아야 한다. 직언하는 각료와 선정의 길을 찾느라 밤새워 수척해질 때 국민은 살찐다. 좀은 야윈 윤석열 대통령을 보고 싶다. 윤통의 겸청을 기원한다. 2023. 0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