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와이스 본(Twice Born)>
영화 <투와이스 본(Twice Born)>은 일생을 뒤흔든 두 번의 여행에서 한번은 여자로, 그리고 엄마로 다시 태어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멜로영화 같지만 반전과 반전의 디테일에 심취하다보면 먹먹해지는 감정의 끈질긴 실타래는 나를 잊게 한다. 사랑의 모습은 다양할지라도 진정한 사랑은 하나라는 - 두 번의 여정에서 젬마는 두 번 태어난다.
어느 날 옛 친구 고히코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젬마는 자신의 논문작성과 한 때 뜨겁게 사랑했던 디에고의 사진전을 보기 위해 아들 피에트로와 함께 사라예보로 여행을 떠난다. 고즈코의 안내 속에서 디에고와의 격정적이고 아름다웠던 시간들과 전쟁의 공포와 비정함을 추억한다. 동시에 사라예보의 눈 내리는 설원, 노을빛의 바다와 도회의 아름다움과 친구들과의 신나는 한 때는 전쟁으로 폐허화 되어버린 참혹한 모습이 나를 몰입케 한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들과 사라예보의 전쟁의 음산한 상흔들을 동시에 여행하는 현실감의 감정이입은 영화의 극적인 볼거리기도 했다. 사랑은 에고이즘의 자기발현이다. 사랑을 지키려는 불임여성의 염원은 전쟁이란 비극속에서 예기치 못한 반전에 반전을 낳는다. 여인의 이기적인 사랑이 인간성의 폐허속에서 에카페사랑으로 승화되는 애틋한 질곡의 삶이 어머니의 모습이지 싶다.
사랑하는 아내를 전쟁터에서 탈출시키고 남는 남편, 그 남편을 오해한 아내와 남편의 사랑의 두 얼굴, 그렇게 갈라놓은 사라예보 내전에 얽히고설키는 반전은 가슴 멍 때리게 애절하다. 내가 아니 당신이 디에고였다면 어찌했을까? 사랑은 불가해 하면서 가능케 하는 숭고함이다. 두 시간여동안 사랑에 매몰된 나는 엔딩자막이 아쉬워 다시 사라예보로 떠나는 젬마일행이 됐다. 넷플릭스영화의 장점이다. 글고 하나 더 영화<투와이스 본>이 주는 절절한 메시지는 어떤 명분의 전쟁도 인간성 말살의 죄악일 뿐이란 것이다. 202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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