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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절친 Y부인의 부음(訃音)에

 

절친  Y부인의 부음(訃音)에 

12월 중순에 연일 강추위로 사람들을 덜덜 떨게 하는 겨울이 염치가 없었던지 눈발을 흩날리다, 엊그제부턴 체면이고 뭐고 다 내던지고 영하10도를 넘나드는 한파에 서남부지방에 폭설까지 퍼붓는다. 아침 9시쯤에 고향친구B의 전화를 받았다. 카톡으로 이심전심하던 B의 뜬금없는, 그것도 아침전화라 당황했다. 영광엔 지금 한파에 적설량이 20cm를 웃돌아 옴짝달싹도 못하는 극한의 날씨라는 둥, 딴 친구들의 안부얘길 나누다가 ‘이 소식을 전해야 마나?’로 전활 들었다며 ‘어제 밤에 Y의 부인이 급서(急逝)했다’며 차마 할 말을 못 잇고 있었다.

나의 두서없는 채근과 B의 대답을 간추리면 ‘Y의 부인은 그제 저녁식사 후 속이 불편해 영광종합병원(따님이 간호사로 근무한다)에 입원했는데 위급상태를 처치 못하고 광주의 대형종합병원으로 이송했지만 회생시키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비보였다. 긍께 B도 병명이 뭔지, 지금 상가(喪家)는 어디? 등등 황망한 심정을 실토하고 있었다. 게다가 폭설로 교통두절에 한파까지 덮쳤다며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내 절친이기도 한 Y부부는 전형적인 참 농부다. 그는 고고(呱呱)의 터울을 떠나본 적이 없는 향토의 일꾼으로 마을의 버팀목 내지 도우미로써의 원칙과 상식으로 일관한 삶의 부부였다.

윤대통령이 구두선처럼 말하는 ‘원칙과 상식’의 삶은 Y의 일생을 귀감 삼으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슬하에 1남5녀를 둔 그의 칠순잔치가 엊그제 같은데, 작년엔 찹쌀과 감(대봉)과 팥과 콩을 택배로 보내줘 맛있게 먹은 식감이 채 가시질 않았는데---. 그런 그가 70대중반에, 강건한 아내가 밤사이에 운명한 비통함을 어찌 인고(忍苦)하고 있을까? Y의 비보는 바로 나의 운명일수도 있다. 70대를 살고 있는 내 또래의 일상엔 죽음은 예고 없는, 거부할 수 없는 불청객이기에 늘 기꺼이 맞을 준비를 해야 함이라.

하여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고, 곁에 있는 동반자가 얼마나 고귀한 사람인지를 명심해야 함이다. 불청객 죽음을 대비한 삶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허투루 보낼 시간이 있걸랑 소중한 사람과 보내면서 주어진 운명을 사랑해야 함이라. 삶은 유한하기 땜에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죽음을 현명하게 맞는, 죽음을 초월하는 일생일 테다. 절친 Y부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Y가 의기소침하지 말고 참된 농부의 삶을 영위하길 염원한다.       2023. 12. 21

# 위 살짝 눈 흩뿌린  정경은 안산초록숲길의 오늘(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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