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 OUL에서 오찬(午餐)
가을이 피부 깊숙이 스며드는 시월의 한 중간 휴일에 울`식구들은 포시즌호텔 레스토랑 OUL에 들어섰다. J회장의 초청으로 오찬을 하기위해서다. 오울(OUL)은 서울 ‘SEOUL’의 OUL을 따와 올빼미를 뜻하는 ‘OWL’의 발음을 차용하여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을 의연함이란다. J회장과 꽤 오랜만에 한식구가 됨이다. 호주, 홍콩, 파리, 오슬로 출장에 추석연휴까지 끼었으니 그럴만했다.
입가심으로 빵이 나오고 화이트와인이 나왔다. J회장은 나흘 전에 파리에서 귀국길에 올랐는데, 탑승 후 비행기가 미적대며 이륙하질 못해 결국 하루를 공쳤다고 농담하듯 불만을 토했다. 이착륙 시 작동하는 비행기바퀴 하나가 이상이 있어 한 시간여를 뭉그적대다 결국엔 비행기에서 탈출(?)해 KAL측에서 마련한 호텔에서 하루를 땡땡이 쳤다는 게다. 비행기 관리부실로 이륙직전에 이상을 발견한 KAL은 300여명의 승객을 하루 동안 땡땡이 쳐놓고도 불성실하게 응대했다고 나무랐다.
외국인이, 1등석고객이 감내하긴 어설퍼 항의하자 별도로 어드바이스 해줬던 모양이었다. 부당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꾹 참아야만 하는 인내심이 결코 미덕일 수 없단다. 조건 없는 양보는 힘 있는 자들에게 자칫 잘못된 관행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런 탓에 J회장은 유럽`아프리카출장을 에미레이트 항공편을 이용하곤 한단다. 그는 내일 또 호주출장길에 오른다. 하여 오늘 아니면 언제 시간 날까? 싶었다고 미소지었다.
와인 잔을 부딪치며 우린 건배를 한다. 창밖의 은행나무가 푸른 이파리에 가을햇살을 얹혀 흔들며 분위기를 띄운다. 아깐 잔뜩 흐렸었는데~. 울`부부는 J회장 덕에 과분한 호사를 누리기 일쑤다. 검소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삶은 누군가를 대접하는 자리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쓰는 비용은 아끼질 않는다. 월드체어맨인 그는 서민들을 상대한 배품의 즐거움을 즐기는 삶의 달인이다. 도움줄 때의 희열이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라고 실토한다.
그런 희열의 삶을 위해 돈을 벌려고 바지런 떠나싶다. J회장은 월드CEO이기 전에 국제신사다. 노익장에 세계를 누비는 비즈니스는 그런 인품이 초래함이라 생각된다. 그런 고매한 분을 식구처럼 살고 있는 울`부부는 행운아다. 메인 메뉴를 레드와인에 곁들이면서 나는 궁상맞긴 하지만 요즘 회자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얘길 반주로 꺼냈다. 그는 식당에서 한 끼 밥값으로 평균25만원을 쓰고 있어서다.
그는 자유총연맹비즈니스 CEO도 아니고 더구나 명예직이다. 그가 쓰는 비용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도 지적 비판한 사안이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가 3월에 ‘명예직’이란 단어를 정관에서 삭제했다. 정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받든 것”이라고 장철호 사무부총장은 답변했다. 그는 매월 700여만 원의 급여를 받는데 그는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후보의 유세현장마다 등장해 큰 북을 쳤던 인물이다.
자유총연맹의 올해 국고보조금은 138억9461만원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3억4608만원 늘었다. R&D예산을 20%삭감한 정부는 국가의 각종연구개발사업과 인재양성교육보다 윤비어천가를 부르는 보수꼴통 키우기가 더 다급한 정책인가 싶다. 윤통이 염불하듯 하는 공정과 상식은 소풍갔나? 오늘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오찬이 25만 원짜리쯤 될랑가? J회장이 웃었다. 레드와인 한 병을 또 땄다. 오후4시를 넘어 자릴 털었다. 파란하늘에서 뭉게구름이 여행을 떠나고 우린 서울역사박물관을 얼쩡댄다. 즐겁고 행복한 휴일 오후였다. 2023. 10. 15
202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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