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호텔 유유안에서 - 가족의 시간 ⑥
오전10시경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가 오후엔 호우로 변했다. 오후2시반, 포시즌호텔 1층 카페마루에서 울`식구들은 와인 잔을 부딪치며 담소를 나누면서도 통유리창밖의 세찬 비바람에 간간히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장마 시작이후 서울에 이렇게 국지성호우가 내리는 건 오늘이 첨이지 싶어 싱숭생숭하기도 했다.
오늘의 호스트는 J회장이다. 2주간의 출장 후 귀국한 그는 우리가족과의 시간을 공유하려 여장 풀자마자 마련한 만찬장이었다. 그 자리에 쥴과 윤이와 현이가 오랜만에 같이 한다는 기대감이 고무적이었을 테다. 몇 년 전이었지 싶다. 그때도 우린 호텔지하 와인 숍을 통차지한 채 노래방까지 차려 윤이와 현이의 케이팝 흉내 쇼에 배꼽 쥐어짰었다. 아마 J회장도 얼핏 기억할 테다.
4시 반, 우린 11층 중식당 유유안(豫園) 팔(八)호실에 들어섰다. 안내원들이 착석을 돕고 이어 지배인이 인사를 한다. 오바마대통령을 닮았다는 인도인지배인은 J회장이 아내에 대한 에드벌룬을 얼마나 띄웠던지 두어 번 인사 나눴는데도 좀 살갑게 굴어 모두 파안대소 했다. 피부색이, 국적이, 생각이 다른 이방인까지도 소통하며 희희낙락하는데 우리네 정치인들은 상대에게 삿대질만 하고 있다. ‘난 잘못 없다, 네 탓이지’라고 침 튀기면서~. 그들한테 배울 점이 뭘까? 그들 집 자식들이 측은하다.
윤이와 현이가 북경오리를 좋아해 유유안을 예약했다며 오늘은 특히 쿠 콱페이 셰프만이 유안 블랙트러플 북경오리를 선사한단다. 송로버섯오리구이가 까맣고 금가루를 뿌린 게 독특한데 과연 맛도 별다를까? 얇게 썬 비싼 송로버섯은 어떤 감미로움을 보탤까? 유유안북경오리는 미슐랭가이드에 오른 요리인데 몇 번 맛봤지만 미식가가 아닌 나는 특별한 맛의 차이점을 모르겠다.
▲쿠 콱페이 셰프만이 유안 블랙 트러플 북경오리 (YU YUAN SIGNATURE BLACK TRUFFLE BEIJING DUCK)를 요리하고 있다. 블랙 트러플 북경오리 값은 북경오리의 두 배가 된다 ▼
그냥 최고급식당에서 최고의 셰프가 정성껏 만든 음식이라 분위기와 선입견부터 한 수 업그레이드한 시감각(視感覺)의 미(美)가 아닌가 싶었다. 엄청 비싼 ‘새까만 북경오리’는 서민의 입인 내겐 호주머니 털며 먹고 싶은 요리는 아님이다. 우아한 실내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 호사스런 밥상이 비싼 요리 값의 8할은 차지할 거란 계산이면 머릴 끄덕일 만하다.
거기다 완전방음 처리된 특별한 실내와 안락한 식탁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합석한 사람들이 유쾌한 시간을 공유한다는 뿌듯함을 생각하면 어쩜 결코 비싸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합리화하는 울`부부는 상류사회의 삶의 꼬리를 한 번씩 밟아보면서 우쭐함과 희열의 순간을 상상해 본다. 모두 다 애들 덕이고, 특히 J회장의 후원으로 가끔씩 향유하는 행복이라.
블랙 트러플 북경오리 (YU YUAN SIGNATURE BLACK TRUFFLE BEIJING DUCK) 쿠 콱페이 셰프만의 조리기술과 창의력으로 새롭게 표현한 북경오리는 세계3대 진미 중 하나인 이탈리안 블랙트러플의 풍미와 금장식조화로 최고급을 지향한 북경오리는 오리에서 나온 진한 육수를 활용 모든 부위를 요리하여 특별한 미식과 향취를 선사한다.
울`부부에겐 돈이 자갈같이 쌓여 있어도 못난(?) 옛날부부여서 돈 아까워 감히 생각도 안 해보는 만찬장의 기쁨인 게다. 밤이 벌써 깊어졌나? 호텔에선 피날레로 생과일케익을 선물해주고 가족사진 한 컷을 찍어준다. J는 고맙다는 인사로 돔 페리뇽 와인 한 병을 더 주문해 그들과 잔을 부딪치며 오늘밤을 환송했다. 영업종료시간 9;30이 다됐다. 빗발은 다소 진정되고 있었다.
예원 북경식요리(TRADITIONAL BEIJING DUCK) ; 명나라황실에서 황제를 위한 북경오리는 중국요리의 백미다.베이징을 비롯 중국유명 레스토랑에서 45년 이상의 경력소유자 쿠 콱페이 셰프와 BBQ셰프 엘빈이 시그니처 요리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재현, 중국궁중요리에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 유유안 만의 클래식북경오리를 내놓는다.
물 잔뜩 머금은 가로수는 깊은 잠에 든 듯 늘어졌고, 수포를 겹겹이 입은 포도는 가로불빛에 으리으리 찬란하다. 하늘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검은 장막이 낮게 내려앉았다. 내일을 산고(産苦)하는 우주의 신비가 7월의 야밤을 감싸고 있다. 어디선가의 천둥소리가 아련하다. 내일은 잠깐만이라도 태양빛이 인사를 하러 올랑가? 잠자리 커튼을 열어둬야겠다. 행복한 밤이라! 2023.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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