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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연대 천문대 ~ 명동 성당 - 가족의 시간 ⑦

연대 천문대 ~ 명동 성당 - 가족의 시간 ⑦

▲연세대노천극장 & 조각상▼

감칠맛나긴 하지만 햇살 마주한다는 게 참 오랜만이다. 장마전선이 남하한 통에 서울하늘은 비구름과 숨바꼭질을 한다. 울`식구들은 안산초록숲길 트레킹에 나섰다. 축축이 젖은 숲은 햇살에 몸 뒤척이려 바람이 아쉽다. 바람결 기대하는 건 숲길을 헤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후덥지근한 숲에서의 바람 한 마장은 이마의 땀을 씻는 사이다다. 바람이 시원한 건 그가 세상 구석구석을 소요하며 소통해 주는 숨결이어서일까?

연세대천문대, 연세대학교는 조선시대 혜성 관측 기록,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2023-03-24). 조선시대에 기록된 핼리혜성을 포함한 3건의 혜성 관측 사료의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천문연구원 및 한국 천문학계와 힘을 합쳤다.

낼모레는 쥴과 애들이 타이완으로 귀가한다. 한 달이, 장마와 폭염이 뒤엉켜 몸부림하는 가운데서 무던히도 보채고 짜증났던 한 달이었다. 넓은 펜트하우스에서 살다 24평짜리 우리집에 와서 다섯 명이 부대낀 애들의 심난함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울`부부의 마음고생은 그들 못잖았다. 협소한 주거공간이 수반할 불편이야 각오한 바이지만 철없는 애들(고2중3)의 눈치 없는 생활에 울`부부는 가슴앓이를 좀 했다.

‘여름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 앞에 ‘철부지애들 손님은 감옥보다 더 심난하다’고 해야 할까? 말귀 알아들을 중고생인데 어쩜 그리 눈치코치도 없는지 이해가 안됐고, 그걸 지적해 바루자는 나의 의견을 ‘며칠만 참으라.’고 억누르는 아내의 눈총을 감내하느라 나는 지독한 여름을 보내야 했다. 글면서 숲길을 걷는 윤이가 온갖 곤충에 주의를 쏟는 탐구심이 나를 닮았나 싶어 모른 척 하고, 스마트`폰에 눈귀를 저당 잡힌 현이는 넘어질까 봐 노심초사 살피며 환기시키려 든다.

▲담재이 넝쿨에 휩싸인 고풍의 연세대 언더우드 기념관▼
모과가 참 기이하게 열렸다

애들은 잠자는 시간만 빼곤 종일 스마트`폰에 얼굴대고 산다. ‘언제 공부는 한데?’라고 아내는 걱정(?)을 하면서도 ‘국제학교는 숙제도 안 내주나?’라고 궁금해 한다. 우리나라에선 방과 후 학원수업까지 해도 시간이 부족해 아우성인데 대만학생들은 저렇게 여유만만해도 되나? 싶다고 울`부부는 자문자답한다. 더구나 이해할 수 없는 건 저렇게 학과공부를 안 해도 상위권성적을 유지한다는 사실에 의아해 한다.

청송대
해당화열매

학과공부가 성공의 바로미터가 아니기에 나름 하고 싶은 걸 하며 특기를 살려 사회에서 전문직으로 성공하면 된다고 합리화 해보지만 시력(視力)이 어찌될지도 노심초사다. 눈치코치야 좀 더 성장하고 사회인이 되면 알아채지겠지 하면서다. 초록숲길을 관통하여 연세대캠퍼스에 들어섰다. 쥴(지네 엄마)의 모교여서 뭔가 애들한테 느낌이 줘질까 해서였지만 그런 눈치는 접때나 마찬가지였다.

청송대숲길
송림길, 연대북문쪽의 소나무숲길은 100m이상이다

우린 그늘이 있고 탁 트인 공간 - 노천극장과 천문대를 찾아 한 여름날의 오후를 얘기꽃 피웠다. 방학 중의 노천극장은 모처럼 일광욕 중이다. 젊음의 기개와 특기, 그리고 열정을 녹아내는 용광로의 광장이 울`식구들 차지가 됐다. 쥴은 애들이 건강`온순하고, 사이가 좋으며, 학교성적이 우수한 것만으로 지금은 만족해한다고, 스마트`폰 생활은 요즘 애들의 대세라 심하게 차단하진 않는다고 했다.

극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안산초록숲길의 바위샘, 나의 단골 샘이다.
바위샘길 데크계단 위 심터에서 조망하는 인왕`북한산의 원경은 압권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쥴에게 우린 둘 다 머슴애들이라 고생이 더할 거라고 위로하려 든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라고 우린 쥴이, 쥴은 애들이 더 마음 쓰이는 셈이다. 암튼 현재는, 아니 앞으로도 남아(男兒)들의 효도는 논외거리다. 부모 속 안 썩이고 자립하면 성공한 자식인 것이다. 나는 쥴이 입학시험 치르던 날의 정경을 달콤한 솜사탕처럼 꺼내 맛보려 했지만 아련했다.

안산정상의 봉수대
서대문쪽 시가지, 바로 앞 왼쪽 숲속의 건물들은 독립박물관(옛 서대문형무소)

엄마가 다녔던 학교란 이유만으로, 더구나 외국서 사는 애들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으리라. 애들한테 캠퍼스는 그냥 좀 넓은 학교일 것이다. 그들이 대학생이 되면 모를까?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만약 애들이 겨울방학 때 또 온다면 세 가지는 서약을 받으리라. 첫째는 pm11시 취침해 am8시 기상, 둘째는 수건과 내복은 2일 이상 사용하기(겨울철 세탁물 건조문제), 셋째는 침구자리와 각자 소지품 정리다.

단애 위의 안산정상
코주부바위
남근바위

 이것은 체질화가 돼야 할 생활예의문화이자 지네 엄마께 효도행위다. 서약서를 지참해야 울`집에 들어설 수 있다고 말이다. 청송대를 빠져나와 솔들의 춤사위를 일별하며 봉수대에 올랐다. 서울시낼 조망하기 위해서였지만 애들한텐 결코 매력적이진 않은 모양이었다. 서대문역사근방 ‘양치기소년’에서 양꼬치구이로 저녁식사를 한다. 현이는 소나기식사, 윤이는 거북이 식사다.

윤이의 긴 시간 식사는 꼭 나를 빼닮고 현이의 식사는 아내판박이다. 서소문밤거리를 유유하다 세종로광장의 밤풍경을 구경하고 청계천입구를 거쳐 시청 뒤 다동 골목길을 훑고 명동입구에 들어섰다. 참 오랜만에 불야성명동구경을 한다. 강남과 홍대에 젊은이들이 분산됐지만 그래도 명동은 젊은이들의 광장이다. 쥴이는 외양이 바뀐 명동극장 앞에서, 성당 앞에서 학창시절의 추억들을 되새김질 하나 싶었다.

쥴은 운동권에도 관심이 상당했었단 사실을 난 한참 후에 알았었다. 명동성당은 운동권학생들과 사회정의를 외치는 인사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던 성역이었다. 쥴의 반골정신은 일정 나를 닮았지 싶다. 본적이 전라도인 선친(先親)은 군사정권에 홀대받는 지역주의에 냉소적이었고, 그런 가풍은 태생적으로 내게 군부독재를 반대하게 했었다. 우린 몇 가지 소소한 쇼핑을 한 후 되짚어 덕수궁돌담을 끼고 귀가한다.

▲양고기꼬치구이▼

애들을 동반한 채 온 식구들이 밤길을 걷는다는 소확행은 일생에 몇 번쯤 있을까말까 하다. 거의 하루 종일 집~안산숲길~연대캠퍼스~광화문~명동~덕수궁돌담길을 소요함이라! 식구들과 함께한 시간은 나와 가족의 역사고, 그 역사의 씨`날줄이 얽혀 인간사가 이뤄질 테다. 내가, 우리가 걸어온 오늘의 발길은 우리식구들의 뿌듯한 추억으로 내일을 살아가는 한 알의 비타민이 될 것이다. 쥴아! 참 좋은 가정 이뤄라.                2023. 07. 20

충정로의 통기타 맨
포시즌호텔
세종문화회관
▲광화문광장의 밤풍경▼
▲명동입구 밤풍경▼
명동뒷골목의 네온거리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의 뷰티 숍 풍경▼
명동성당
성변측후단자

<성변측후단자>

한반도의 2천 년 이상의 천문 기록사에 남아 있는 유일한 현장 관측 기록으로 조선시대 관상감에서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관측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천문 관측 원천 자료다. 1759년 4월의 성변 등록은 35명이 25일 동안 핼리혜성을 관측한 것으로 위치와 크기 색깔 등의 변화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천문학자 핼리(Halley)가 주기를 예측한 이후 첫 번째 지구 방문을 기록한 것으로 핼리혜성의 정확한 궤도 자료를 담고 있다. <성변측후단자>는 천체의 특별한 현상을 십수 일 ~ 몇 달간 장기간에 걸쳐 전 과정을 기록한 중요한 사료이며, 특히 동시대 다른 나라에는 없는 기록물로서 우리 대학교에서 소장하고 있는 3건의 18세기 혜성 관측기록은 세계 과학사에서 매우 소중한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