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몰 & 프라자호텔 세븐스퀘어 - 가족의 시간 ⑤
7월은 폭염으로 빗장을 열려고 장맛비속에도 태양을 달달 볶았던 모양이다. 오전10시, 코엑스몰에 들어섰다. 넓디넓은 코엑스는 인파의 쓰나미다. 35~36°C짜리 열 덩어리들이 끝없이 밀리고 설치는데도 시원한 실내는 얼마나 에어컨을 빵빵 틀기에 가능할까? 우린 맛 집부터 찾아들었다. 폴리스피자 숍에 들어 5인석테이블을 점령했다. 두 애(손자)들은 지네들 놀이터인 어드벤쳐 바운스로 직행했다. 냉맥 한잔씩으로 아침갈증을 날려 보낸다.
벌써 숍 앞엔 대기 손님들이 얼쩡대는 가게도 있다. 빨리 가서 자리 잡아야 된다고 재촉했던 율의 다그침이 공연한 엄포가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창가에서 총천연색의 다양하고 기이한 외양의 인파를 감상(?)하는 재미와 상상력도 솔깃하다. 온통 젊음의 향연장이다. 무슨 축제장이라도 열렸나 싶었다. 그 휘황찬란한 인파의 쓰나미속에 나 같은 늙다리는 가뭄에 콩 나듯하다. 노인들의 축제장은 어딜까?
예년엔 울`부부는 피서지로써 대형쇼핑몰을 간과했다. 집에서 반시간쯤이면 파라다이스피서지가 있는데 말이다. 방학에 손자들이 와 덤으로 찾아온 두 번째의 실내피서지다. 청춘들이 스마트폰을 눈에 달고 세상을 탐험하는 재미와 실익을 늙다리인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한꺼번에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수박 겉핥기라고 경원한 나는 그런 앎의 접근이 얼마나 고루한지를 자인한다.
전공분야가 아닌 지식은 머릿속에 입력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충분히 알 수가 있는 세상이어서다. 깊은 지식 축적한다고 애타는 시간에 다양한 정보를 읽는 스마트폰`인간의 삶이 현명해 보인다. 점심은 아직 인데 피자 한판이 나왔다. 맥주 한 잔으로 뭉갤 수는 없단다. 근디 얇고 쫀득쫀득한 폴리스피자는 맛과 식감이 좀 달랐다. 정통 아메리칸 피자란다. 폴리스피자는 식어도 맛이 있어 스테이크아웃 피자로도 좋단다.
문밖에 대기 손님이 십여 명은 되는데 일어서는 손님이 없다. 주스나 맥주 한잔으로 피자가게시간을 축내는 거였다. 우린 와인 한 병을 주문한다. 레드와인을 시음한 아내가 별로란 표정이다. 값싸서 그렇다고 애들이 장단을 맞춘다. 어떻거나 우린 자릿값을 하고 있었다. 바다로 산으로 피서 갈 교통비도 안 되는 자리 값이라면서 말이다. 여기서 4시까지 뭉개야 한다. 프라자호텔 세븐스퀘어뷔페 입장시간은 오후5시~7시까지다.
프라자호텔 앞 시청광장은 무더위보다 사람열기로 더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후꾸시마오염수 방류 반대시위 등 각종 시위인파 행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문제로 왜, 뭐가 그리 다급해서, 국론분열을 야기 시키고, 젊은이들의 귀중한 시간과 혈세를 낭비시키는가? 일본연안국들이 다 찬성하고 난 후 좋다고 해도 늦지 않을 사안을 쟁점화 하는 윤통의 심보가 분통 나다 못해 슬퍼진다.
프라자호텔 세븐스퀘어엔 막내 네도 합세했다. 뭣보다도 세 손자`녀가 오랜만에 외식자릴 같이 한다는 데 뿌듯했고. 고교1년생인 은이는 벌써부터 과외를 받느라 짬이 없어서였다. 윤이는 (외국)고교생이면서도 방학을 즐기려 귀국했는데~! 입시과열을 막으려면 고교졸업생이 사회진출 후 직장에서 대졸생과의 임금격차가 미미하고, 진급도 복무기간을 비슷하게 하면 된다. 고교졸업생이 대학대신 사회경륜4년을 경력으로 치는 입법을 강구할 일이다.
냉방식당에 편히 앉아서 폭염 속에서의 시위군중을 목도하는 나는 사회에 어떤 존재인지 자조감이 솟았다. 저들의 구호와 절규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몸부림은 아닐 것이다. 문화와 역사발전은 항상 민중의 깨침으로부터 시작됐다. 기득권세력은 암초노릇 할 때가 많았다. 뜨거운 7월이 뜨겁게 달궈져 우리 모두가 긍정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염해봤다. 7시에 프라자호텔을 나섰다. 시위군중도 사라졌다.
2023.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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