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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광장시장 & 청계천 소요 - 가족의 시간③

광장시장 & 청계천 소요 - 가족의 시간③

일욜 정오에 종로5가 광장시장육회골목입구에서 울`식구들은 머릴 맞댔다. 큰애네가 전통시장구경 겸 육회와 빈대떡으로 점심을 때우고 어슬렁대자는 거였다. 막내커플이 인파속에서 손을 흔들어 댄다. 입소문 난 육회집골목은 이미 대기 손님들로 장사진을 쳤다. 휴일이어 설까? 30°C를 웃도는 폭염 속에 광장시장 먹자골목은 인파로, 음식조리 열기로, 소음으로 후끈 달아올랐는데 그 아수라장을 즐기는지 짜증내는 사람이 안 보인다.

북세통의 광장시장
▲빈대떡과 육회와 마약김밥, 막걸리로 포식했던 순희네▼

육회집 줄서기가 겁나 우린 순희네 빈대떡집을 찾아들었다. 10분쯤 대기했을 테다. 막걸리(국순당)와 빈대떡과 마약김밥과 육회비빔밥을 주문했다. 육회비빔밥을 윤이와 현이가 '둘이 먹다 누가 죽어도 모를 만치' 좋아한단다. 나는 ‘싱가포르에도 육회비빔밥이 있느냐?’고 멍청하게 물었다. 고백컨대 내가 저만 때쯤엔 육회(肉膾)란 단어도 몰랐고, 빨간 날고기라 배고파죽을망정 안 먹었을 테다.

냉막걸리 맛이 오늘처럼 맛있던 적도 얼른 기억에 없다. 냉막걸리 한잔에 녹두빈대떡 안주는 미식가가 아닌 내 입맛에도 시원한 풍미감이 절정이라. 고기전과 마약김밥 맛도 일품이었다. 만석을 이룬 실내, 온갖 열기에 에어컨바람은 사라졌고, 소음이 공간을 꽉 채운 도떼기시장 같은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까닭은 뭘까? 산뜻함은 눈곱만큼도 없는 재래시장식당인데 젊은이와 외국인이 태반이다.

▲광장시장엔 다양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접할 수 있어 인파가 몰린다▼

빈대떡, 육회, 막걸리 등 오래된 전통음식을 허름한 식당 내지 노포에서 불편하게 음용해야 하는데도 인파가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소이는 뭘까? 광장시장은 낮술의 성지이기도 하다. 똑같은 술에 값싼 안주가 널부러져 있어서다. 녹두빈대떡, 마약김밥, 찹쌀 꽈배기, 순대, 육회 등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메뉴들이 노포에서는 훌륭한 술안주와 끼니가 된다. MZ세대가 대낮에 실용적인 값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체험공간인 땜일 것이다.

▲청계천 수변공원▼

MZ세대들이 일상에서 접하지 못했던 옛 음식의 맛깔과 조리과정을 눈요기하면서 우리전통음식의 장단점을 이해하는 특별한 시간여행에 매료되나 싶다. 그래 유명브랜드들이 광장시장과 경동시장에 팝업스토어를 개장하여 재미를 보고 있단다.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자 그들을 위하여 광장시장은 6월부터 홈페이지의 모든 콘텐츠를 영어, 일어, 중국어로 선택해서 볼 수가 있단다. 도심 유명 쇼핑센터를 찾던 외국관광객 발길이 광장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청계천7가수변로에서 태평로진입까지 한 시간쯤의 트레킹은 청계천물길로 땡볕피서길이 됐다▼

노인천국의 경동시장에 오래된 폐가(?)를 리모델링하여 팝업가게를 연 스타벅스와 LG전자가 젊음을 초치 재래시장의 변화룰 선도한다. 몇년 전에 가봤던 중국 베이징의 798거리는 폐허가 된 옛 군수공장들을 400여개의 갤러리와 작업실, 카페와 아트샵으로 탈바꿈시켜 798예술구(艺术区)를 창조했었다. 신선한 젊음의 798예술의전당은 베이징관광의 필수코스로 각광을 받는데 광장시장과 경인시장이 롤모델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여름꽃의 대명사 능소화

후덥고 복잡한 소음굴의 광장시장에 꾸역꾸역 모여든 사람들이 뭉그적대는 까닭은 뭘까? 옛것부터 현대까지의 일상이 진득하게 남아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기 땜일 거다. 사람들은 복고풍이란 잠재의식을 못내 아낀다. 내가 몸 불살랐던 일상이 과거란 긴 터널을 이뤄 불현듯 생각나서다. 나이가 들수록 옛것은 로망이란 끄나풀을 놓지 않는다. 울`식구들은 청계천 수로를 따라 초여름 땡볕속의 소요를 즐긴다. 앞장 선 큰애가 스타벅스에서 차 한잔으로 땡볕은 피하자고 들어선다.

잉어떼

광장시장은 1905년 일제가 화폐개혁을 단행하며 조선상인들의 상권을 위협하자 조선인들이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순수 우리자본으로 동대문시장 경영권을 행사하면서의 호칭이란다. 울`부부는 광장시장과 경동시장의 단골이다. 신선한 먹거리와 재료들이 풍성하고 저렴하여 맛들여놓으면 다른 구매처는 절로 발길이 끊긴다. 1000원짜리 지폐의 위세(?)를 실감할 수 있는 데가 경동시장과 광장시장이어서 서울시민으로써의 특혜를 누림에 흐뭇해한다.                           2023. 06. 25

인공폭포와 꽃길은 청계천의 또 다른 매력
청계수변공원 입구의 프리마켓 이벤트
덕수궁 뒤 돌담길은 영국대사관입구에서 시작된다
▲덕수궁 뒷길과 접한 궁후원▼
덕수궁 후문쪽의 영국대사관 후문
▲덕수궁 뒤 돌담길은 인적이 거의 없어 산책길로 좋다. 아관파천한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을 탈출 덕수궁으로 피신할 때 사용한 길이다▼
러시아공사관과 덕수궁후문을 연결한 통로
보수중인 러시아공사관, 서울 사대문을 조망할 수 있는 정동 언덕배기에 세운 첨단건물인 공사관은 당시 러시아의 위세를 가늠케 한다
러시아공사관 정원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씩으로 도심트레킹 피날레를 즐겼다▼
▲정동길의 느티나무보호수와 신부상▼
명동찌게마을에서 저녁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