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정동 외식자리에서
어제(토요일) 울`식구 다섯 명이 막내생일(11일)을 축하하자고 보정동 외식거리 소바[麵]집에 들어선 게 오후2시였다. 메밀면+돈가스의 삼동정식이 14.500원인 삼동소바집은 입소문으로 대기 손님 줄서기를 감수해야 한데서 우린 부러 늦은 시각을 잡았다. 고등학교시절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일 년에 한두 번 먹었을까말까 했던 메밀국수의 깔끔한 식감은 지금도 은근한 향수로 남아 가끔 메밀국수집을 찾곤 하지만 그때의 미감을 따르지 못하곤 했다.
아마 먹거리 귀한 옛날 어릴 때의 별식 맛은 그 음식의 한계효용 분기점이 된 듯싶다. 산동메밀국수는 항산화물질이 일반메밀보다 70배이상 함유되고, 뮤신의 안동산마와 알긴산의 다시마진액으로 빚었단다. 메밀국수를 말린오징어와 가다랑어 육장에 찍어먹는데 판모밀은 내가 광주에서 먹었던 대나무발 메밀국수보단 굵기가 통통하여 쫄깃한 식감이 더하나 싶었다. 거기다 원육200g과 국내산냉장등심을 비법숙성 하여 만든 돈가스도 일품이었다.
우린 다시 보정동카페거리를 어슬렁댄다. 입가심하자고 아구찜 전문식당에 앉았다. 맛깔도 일품이고 고기양도 푸짐해 술잔 부딪치는 횟수가 잦았다. 민이 아구알과 볶음밥을 추가했다. 알찜은 소량이라 아구찜에 섞여 얼른 눈에 띄질 않았다. 아내가 알찜 하나를 추려내 민이에게 건네자 당황한 채 ‘제가 갖다먹겠다’고 사양하면서 민망해했다. 식탁에서 아내는 누군가를 끔찍이 생각해서 챙겨주는 애정의 표시를 그런 식으로 할 때가 있다.
옛날 나의 어머님도 밥상머리에서 맛있는 별미음식이 있으면 그걸 집어내 내 앞에 놓으며 먹으라고 최촉하곤 했었다. 어머님이 사랑하지 않는 식구가 있으랴마는 특별히 챙겨주고 싶은 어머님의 애틋한 애정의 발로를 식구들은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아내의 행위도 옛날 나의 어머님의 애정리턴매치 더도 덜도 아닐 것이다. 다만 사랑의 행위나 표현방식도 세월 따라 약간씩 변화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데서 불편함이 생긴다.
옛날엔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이 귀한데다 식구들이 많아 어머님은 그 음식이 동이 나기 전에 애지중지하는 자식(어린애이기 십상이다)에게 먹이고 싶어 설레발친 게다. 하지만 지금은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성하여 식탁에서 각별히 챙겨주지 않아도 되고, 더는 그 누구도 다중의 눈에 띄는 애정표시를 원하지 않는다. 꼬맹이도 아닌 성인이 식구들 앞에서의 어머니의 편애를 부담스럽게 여기기 십상이다. 나아가 어머니가 사용하던 집기로 음식을 집어주는 게 비위생적이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또한 그 음식의 호불호를 떠나 선택권까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드는 결례의 식사자리가 될 수도 있다. 일상 속에서, 가족들과의 시간에서 제일 즐겁고 그래 권장해야 할 식사시간을 누군가가 조금이나마 불편을 느껴선 안 된다. 나는 귀가하여 아내에게 이 얘기를 하면서 이해를 구했는데 흔쾌히 수용하기보단 삐진 눈치가 보여 언짢았다. 허나 애정은 칭찬보다는 잘못을 지적 바루어 나가려는 동기부여가 참된 사랑이려니 라고 합리화 했다. 즐겁고 유쾌한 토욜, 막내의 생일자리였다. 2023. 1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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