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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세상 살맛나게 하는 사람들

 

세상 살맛나게 하는 사람들

노을빛과 보정동 카페거리전등이 낭만의 시간을 빚어낸다. 단골 사케 ‘달팽이 부엌’에 전화를 넣던 율이 자릴 턴다. ‘달팽이 부엌’사장동생이 옆에다 ‘모모’카펠 오픈 했다고 자릴 옮기잔다. 꽃다발을 사들고 ‘모모’에 들어서는 애들과 가게 주인의 호들갑인사에 좁은 홀 안의 손님들이 멍 맞은 듯 쳐다본다. 카뮤(Camus)꼬냑을 따서 한 잔씩 음미하다 야마자키(山崎)위스키 한 병을 추천받아 오픈했다.

일본 최초의 위스키를 만든 산토리(Suntory)의 카뮤25년은 1000만원을 호가한단다. 중국에서 싹쓸이하는 통에 간신히 구입한다고 여사장이 호들갑을 떨었다. 애주가 율이 못들은 채 할 위인이 아니다. 그렇게 울`식구들은 카뮤잔을 들어 건배를 시작했다. 그때 벽걸이 티브이 자막뉴스에 박진영의 통 큰 기부소식이 떴다. JYP엔터테인먼트(JYP)수장 박진영은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 소아청소년을 위해 수술`치료비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억원을 희사했단 소식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JYP엔터테인먼트그룹사 차원에서 헌금한 총46억7025만원으로 1577명의 국내외 아동이 혜택을 받았다. 박진영은 지난해 월드비전 '밥피어스아너클럽'(Bob Pierce Honor Club)회원으로 위촉됐었다. '밥피어스아너클럽'은 지구촌의 다양한 난제에 공감하고 나눔의 가치를 앞장선 1억원 이상의 후원자 중에서 회원으로 위촉된다.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도 박진영 같은 분이 있어 K-팝과 함께 자랑스럽다.

야마자키 위스키 야채안주

박진영은 난치병 아이들의 치료비를 지원해 주는'EDM 치료비 지원 사업',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EDM 소원 성취 사업', 건강한 삶의 터를 가꾸는 친환경 사업 'Love Earth'등 전 세계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다. 그는 "저에게도 3세, 4세 두 딸이 있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아빠로 아이들이 몸이 아픈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치료비까지 부족한 상황일 땐 얼마나 버거울지 생각하면 참 가슴 아픕니다.”라고 기부의 동기를 밝혔다.

카뮤꼬냑

불현듯 홍콩의 영화배우 주윤발(周潤發)씨가 오버랩 됐다. 그가 주연한 영화<영웅본색>과 <와호장룡>이 대히트 치면서 세계적인 배우가 됐고, 2023년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도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 인터뷰에서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갖고 왔기 때문에 갈 때도 아무것도 안 갖고 가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 돈들은 제가 잠깐 가지고 있었던 것일 뿐, 은행에 그 돈을 맡긴다고 해도 죽고 나면 소용이 없다”고 했다.

보정동카페거리의 야경

“돈과 재산은 내가 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물건(身外物)이다. 전부 기증해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 쓰도록 하겠다.”고 유언했었다. 2018년 이후 재산이 8100억원으로 추정 되는 억만장자가 세끼 밥 먹고 잠잘 수 있는 작은 침대 하나면 만족스러운 행복한 생활이라고 밝혔다. 그에겐 호주에서 유학중인 아들이 있지만 대학교육까지만 도움을 주겠다고 역설했다. 그 이후 인생은 성인이 된 자기 몫이란다.

신장개업한 모모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너무 가난해 무로 끄니를 잇다시피 하며 중학교를 중퇴 상점직원, 구두닦이, 사무보조, 호텔 웨이터, 우편배달부, 택시운전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소년소녀가장을 도왔다. 1972년 친구의 권유로 연극배우로 나서고, TVB 연기훈련 반을 나왔다. 오우삼 감독에 픽업되어 <영웅본색>주연을 맡은 영화는 1986년 개봉`히트해 그는 아시아의 스타로 탄생한다.

닭발편육

오우삼 감독은 “따뜻한 마음씨와 현대에 잃어버린 의협과 기사도의 풍모가 느껴지는 사람이다.”라고 주윤발을 픽업한 배경을 실토했다. 또한 주윤발의 TVB 연기훈련 동기생인 절친 오맹달과의 일화는 인생귀감(人生龜鑑)이 될 가슴 뭉클한 실화다. 오맹달이 술과 여자와 도박에 빠져 방탕한 생활로 30만 홍콩달러의 빚더미에 올라 삼합회의 협박에 시달리면서 곤경에 처하자 주윤발에게 도움을 간청했다.

햄과 크로샹의 버전 피자

주윤발은 “알아서 스스로 해결하라.”라고 단칼에 거절하였다. 부와 명성을 겸비한 주윤발에게 거절당한 오맹달은 그를 원망했다. 그 후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오맹달이 가까스로 영화<천장지구>에 출연하여 혼신의 연기를 펼쳐 그 해 홍콩영화제 남우조연대상을 수상하는 재기에 성공한다. 시상식에서 주윤발이 다가와 축하인사를 건네자 앙심을 품은 오맹달은 냉랭하게 무시한다.

전복회

그가 또 다른 자리에서도 주윤발을 경원하자 동료 진목승이 오맹달에게 실토한다. “네가 <천장지구>에 출연한 건 주윤발이 적극 추천해서였다”고. 감독과 제작진은 오맹달의 비위를 익히 알고 있어 발탁을 꺼렸으나 주윤발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등용한 거다. 주윤발은 네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전혀 내색 않았다. 티내지 않고 네게 음덕을 베푼 게다.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은 오맹달이 주윤발을 찾아가 용서를 빌었단 일화는 우리나라 MBC에서 2019년 8월11일에 방송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876회에서 방송되기도 하였다.                                     “만일 당시 주윤발이 돈을 주었다면 지금 나는 더욱 어려운 처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완전히 폐인으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이제는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죠.”오맹달의 고백이다. ‘영원한 따거 주윤발’은 마음 편안해졌을 테다.

주윤발은 자가용차가 없는 소이로, 차를 갖고 있다면 운전기사가 자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이 싫고, 더는 지하철이 편리해서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몸에 밴 근검절약과 사회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고상한가! 그가 ‘영원한 따거 주윤발’로 호칭되면서 사랑받을 만하다. 훌륭한 두 분의 삶에서 우린 살아갈 의욕과 자양분을 얻게 된다. 우리가 귀감삼아야 할 생활의 지혜다. 아수라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될 의인들이다.    2023.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