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의 전쟁
‘피나 빨아 가서 가렵게 하지, 도대체 모기가 우리에게 해 준 게 뭔데?' 예년에 비해 6월말 경부터 시작된 폭염과 장마 땜인지 모기가 극성이다. 울`집은 아파트4층인데다 주위에 수목이 무성해 모기가 서식하기 좋을 거란 생각에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 울`부부는 외출 시 현관문 여닫는 걸 잽싸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 긴장한다. 모기란 놈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비상계단에서 현관문 여닫기만 기다렸다는 듯 침범해서다.
현관 신발장에 에어살충제를 놔두고 살포하면서 출입을 하는데도 놈들은 귀신같이 침입한다. 난 여차하면 파리채를 들고 모기사냥 하기 바쁘다. 벽 또는 천정에 붙어있는 놈을 파리채로 때려잡는 야릇한 쾌재감에 아내 앞에서 의시대기도 한다. 다만 피 빨아먹은 놈이 박살나며 남기는 킬`마크 핏자국을 티슈로 닦아내야 하는 고역은 논외다. 하여 파리채로 때리는 강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게 또 쉽잖다.
모기는 딴 동물의 피를 빨 때 자신의 타액(마취제)을 동시에 주입시켜 통증을 완화시키고, 피의 응고를 막아주는데 이게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발갛게 부어올라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모기는 평상시 꽃의 꿀을 먹으며 살지만, 산란기의 암컷 대부분은 빨대 모양의 주둥이로 숙주의 피부를 뚫고 피를 먹는 체외 기생충으로 산다. 숙주를 거치면서 말라리아(학질), 황열병, 뎅기열, 사상충증 등의 매우 위험한 질병을 전파한다.
암튼 놈은 백해무익한 성가신 곤충이란 선입관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박멸하면 좋겠는데 기후온난화 탓인지 갈수록 극성이다. 캄캄한 잠자리에서 엥~하고 달려드는 놈의 공격은 단잠을 설치는 노이로제가 되기도 한다. 열대야에 이어 모기는 여름철의 웬수다. 그런 해충을 독일 생물학자 프라우케 피셔와 경제학자 힐케 오버한스베르크는 책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에서 “모기가 없으면 초콜릿도 먹지 못한다.”고 경고(?)를 한다.
좀모기과는 카카오꽃의 유일한 수분자라 놈들이 없으면 카카오꽃이 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온갖 열매는 곤충, 새, 바람을 통한 수분(受粉)으로 결실된다. 꽃모양이 천태만상이라 최대한 다종다양한 수분자가 있어야 종이 멸종하지 않는다. 생물 다양성이 파괴될 경우 인간에게 미칠 영향은 상상불허다. 수많은 조류, 박쥐류, 어류, 파충류의 먹이인 모기가 없다면 지구는 생명체 멸실의 공황상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알렉산더 대왕을 살해한 범인도 모기다.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로 죽었던 것이다. 열대지방 후진국에서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사람이 약 2억 1천만 명이고 매년 약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통계가 모기공포감을 갖게 한다. 지구상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놈이 모기다. 그런 하찮은 곤충인 모기박멸에 나선 윌리엄 크로포드 고거스(William Crawford Gorgas, 1854~1920)는 기사 작위까지 받은 영웅이 되었다.
그가 미 육군 공병대소령으로 근무하던 1910년 파나마운하건설을 하면서 병력을 동원해 공사지역 건물들은 살충제로 도배를 하고, 모기서식지인 연못이나 웅덩이는 석유를 뿌려 모기번식을 원천봉쇄했다. 심지어 성당의 성수까지 석유를 부어 신부들의 반발을 샀지만 마이동풍 밀어붙였다. 직속상관인 존 워커소장이 “그깟 벌레 잡는 데 군인들을 몽땅 동원하고, 모기 1마리 죽이는데 10달러씩이나 쓰는 건 낭비잖나?”라고 탓했다.
이에 고거스는 “그깟 작은 벌레가 온갖 병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데도 고작 10달러로 1마리를 죽이는 건 낭비가 아니라 크나큰 이득입니다!”라고 맞서기도 했었다. 모기박멸작전으로 황열병과 말라리아가 진정되어 군사들이 의기충전하여 운하건설을 순항시키자 고거스는 중령으로 진급하고 훈장을 받아 소장으로 진급했다. 또한 에드워드 7세로부터 기사작위까지 받았다.
1869년에 수에즈운하 건설에 성공한 프랑스의 페르디낭 드 마리 레셉스가 말라리아전염으로 건설인부들이 괴사하는 땜에 파나마운하 건설에 실패한 원인을 반면교사삼아 모기박멸에 나선 결과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으로 불리는 디즈니랜드 매직킹덤 앱캇에는 모기가 생존을 못 한다. 디즈니랜드를 건설할 때 초기에는 모기에 시달렸으나 설계부터 철저한 방역으로 사후관리 하여 애초에 모기의 씨를 말려버려서다.
오늘밤도 모기사냥을 하면서 공존의 의미를 생각해 봤다. 하찮은 곤충도 생태계의 유일한 필연적인 생명체인지라 공존을 모색해야 파라다이스 지구는 가능해진다. 인간이 곤충들을 아무리 천대하고 박멸하려해도 놈들은 신경 쓰질 않고 자연의 순리를 따를 뿐이다. 초콜릿의 나라 스위스는 모기와 어떤 협정을 맺었을까? 모기와의 전쟁에서 인간의 승리란 한 순간일 뿐이다. 놈과의 끝나지 않을 전쟁에서 때려잡지 않는 묘수는 놈을 집안에 침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부질없는(?) 고민거리 '모기와의 전쟁'은 내 삶을 성가시게 한 놈을 박살내는 쾌재거리 이기도하다. 2023. 07
# 위 풍경사진은 흥화문 옆 돈의문역사박물관의 일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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