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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사랑할 수 없는 사랑벌레(lovebug, 러브버그)

사랑할 수 없는 사랑벌레(lovebug, 러브버그)

▲창과 나뭇잎에 붙은 채 교미 중인 러브버그, 연합뉴스에서 포스팅▼

지난 주말 6월 막바지엔 뜬금없는 곤충 떼에 산행하기 고역스러웠다. 놈들은 시가지보다는 산자락의 수풀 우거지고 햇빛이 드는 산길에서 떼거리로 춤추듯 비행하다 마구잡이로 달라붙는다. 모기도 아니고 파리는 더더욱 아닌 것이 사람냄새가 좋은지 얼굴에 집중적으로 달라붙는다. 귀찮고 역겨워 나뭇잎가지를 꺾어들고 휘저으며 놈들의 소굴(?)을 통과하면 다시 놈들의 역습과 마주치는 고행의 연속산행이 됐다.

코로나팬데믹 마스크탈출에서 이젠 얼굴가리개 망사모자착용의 산님들이 심심찮게 나타났다. 그 귀찮은 놈들의 이름이 야릇하게 ‘사랑벌레’란다. 파리의 한 속인 성충이 암수가 교미를 하면서 먹이활동과 비행을 계속하기 땜에 항상 붙어있어 사랑벌레(lovebug, 러브버그)라 한다. 몇날 며칠을 짝짓기 하여 '신혼파리(honeymoon fly)'라고도 하는데 수컷은 짝짓기하다 지처 죽고, 암컷은 산속 등의 습한 곳에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살아있는 사나흘동안을 짝짓기만 하는 일생이라.

시멘트벽에서도 하고~!

독성도 없고 사람을 물지도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성충은 꽃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돕는 익충(益蟲)이다. 암컷은 습하고 썩은 땅에 100-350여개의 알을 낳으면 3~4일 후에 부화되고, 낙엽이나 쓰레기유기물을 먹으며 애벌레 - 번데기 - 성충의 과정을 120일간 거친다. 지렁이처럼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익충인 사랑벌레는 혐오곤충이 아니라 열정적이고 화끈한 일생이 오히려 선망이 될 만하다.

꽃에서 짝짓기하며 수분까지 한다

지구온난화가 빚은 돌연변이쯤으로 여겼는데 놈들은 작년부터 북한산주변에서 발견돼 금년엔 떼거리가 주변시내까지 확산 토착벌레가 됐지 싶단다. 러브버그는 중국 남부와 대만이 서식지였는데 201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작년에 한국 수도권에서 관찰되어 아마 인천항과 김포공항 등 국제교류를 통해 유입됐을 외래곤충일 거란다. 익충인데다 방역살상하면 또 다른 부작용 탓에 방치하고 있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할 앞으로가 문제다. 명년엔 망사얼굴가리개를 상비해랴 할테다.

땅을 비옥하게 하는 두더지와 러브버그의 짝짓기 천태만상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는 수풀이 있거나 낙엽이 쌓인 환경을 서식지로 선호한다. 해당 지역에 산란하기 좋은 장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연재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도 “지난해에 이어 러브버그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이미 그 지역에 정착해 서식지로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사랑벌레는 방충도 못하는 귀찮은 곤충 하나 더 생겼지 싶다. 사랑벌레의 공포(?)가 상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2023.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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