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산 국기봉 & 영빈루
삼성산(三聖山, 해발 481m) 삼막사 트레킹한지 벌써 20일쯤 됐다. 삼막사 답사하는 맛에 뭉그적대다 삼성산과 국기봉은 주마간산으로 어영부영 지나쳤다. 더구나 초행인데다 등산로도 많아 삼성산의 속살이 자못 궁금했다. 지난번에 호압사-돌산방향으로 시작한 산행을 오늘은 칠성당골짝에서 무너미고개를 밟는 반대코스로 삼성산과 국기봉등정을 택했다. 장마에 칠성당골짝 물길도 드세졌는데도 무더위 피서인파는 여전하다.
골짝의 수풀은 장맛비에 멱 감아선지 한결 더 짙푸르고, 바윗골을 뛰어넘는 물살의 몸부림도 거칠어졌다. 무너미고개에 올랐는데 이정표엔 정작 삼성산이 없다. 앞서가는 산님에게 물었다. 우측으로 오르란다. 그러면서 하산할 때 다시 이 코스로 온다면 서울대쪽 보다는 안양방향을 택하면 아기자기한 맛을 더 느낄 거란다. 그의 친절은 참으로 자상했다. 삼성산 오르는 산길이 빡센데다 바위길 능선이라 전망도 좋아 짬짬이 쉬어가기도 그만이다.
홀로산행의 맛을 만끽한다. 우측 골짝 넘어 능선숲속에 하얀 바위무더기 꽃이 솟았다. 마치 버섯덩이 꽃이라. 멋지다. 저게 오늘의 목적지인 삼성산 국기봉인가? 근데 멀어선지 국기가 안 보인다. 연주대와 팔봉능선이 안양시가지에 뿌릴 박았다. 능선위에 올라서니까 느닷없는 송신탑이 우뚝 솟아 압박한다. 더더욱 놀란 건 이 산꼭대기 숲길을 뚫고 오르는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통신소로 통하는 군사도로였다.
송신탑철조망 앞에서 산님에게 물었다. ‘삼성산이 어디냐?’고. ‘여기요.’ ‘여기가 정상인가요?’ ‘예’ 미심쩍어 철조망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긴가민가한 숲길이 보인다. 철조망을 따라 숲을 헤치자 일군의 산님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국기봉 가는 길이 어딥니까?’ ‘이쪽은 삼막사인데요.’ ‘그래요?’ 머뭇거리는 내게 산님이 친절을 베푼다. ‘이 길 가시려면 조심하세요. 좀 미끄러워요. 저 밑에 부상자가 있어 헬기를 불렀어요.’
그제야 난 낙상사고가 있단 걸, 그래서 저 아래서도 산님들이 웅성대는 인기척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장마에 바윗길은 여간 조심해야 될 터다. 난 빠꾸했다. 삼막사는 접때 답사한 곳이고 국기봉코스는 아까 임도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서였다. 임도를 타고 하산하다 사거리바위마당에서 국기봉을 찾으면 된단다. 반들반들, 울퉁불퉁한 바위들의 질펀한 마당이 사거리이고, 소나무와 열애중인 바윌 찾아 산님들은 염치 좋게 깔고 뭉갠다.
게다가 내 스스로 놀랜 건 사거리 바로 아래 덱`계단이 삼막사에서 올라와 호수공원 쪽으로 내려가는, 이십일 전에 등정한 코스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때 이 사거리를 그냥 지나쳤었고, 골짝으로 파고드는 하산 길에서 보이지 않는 국기봉은 간과했던 것이다. 국기봉을 향하는 등산로는 바위등걸이다. 여기저기서의 암송의 연애질이 눈길을 빼앗는다. 국기봉턱밑에 섰다.
바위군상들이 기똥차다. 사위를 조감하고 소나무그늘 아래 배낭을 풀었다. 기갈을 해소하면서 음미할 수 있는 희열을 곱씹었다. 천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나의 유토피아는 늘 내 발끝에서 머문다는 사실에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 하산코스는 눈에 훤하다. 전번에 이미 밟아봐서다. 콧노래 흥얼댈 참이다. 내려가다 전번에 아짐씨들한테 양보한 마당바위에서 족욕(足浴)도 해야겠다. 2023. 0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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