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각 앞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어제(22일)오후 폭염 속,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전국교사 5,000여명이 모여 서초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처우개선 등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가 열렸다. 또한 서이초교 정문 앞에도 영면(永眠)한 새내기교사를 추모하는 국화와 글이 산더미마냥 쌓였다. 보신각 앞 집회에서 어느 교사는 "운이 좋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교사에게 권력이 아닌 인권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리가 불행하게 죽은 고인 앞에서 애도하는 조문행위는 고인이 차마 못 밝힌 진실을 공유하려는 애통함도 절실해서다. 어제 떠난 고인에게 오늘과 내일은 그래서 필요하고 조문행위는 그런 사명감의 표현일 수 있다. 고인의 슬픔과 억울함을 공유하면서 상처 난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조문행렬은 동조자들의 귀중한 소임이다. 교원노조는 고인이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던 중 학부모의 강한 힐난에 자괴감을 느낀 불상사였을 것이라 했다.
적잖은 '학부모 갑질'이 교사들의 공분을 분출시킨 거다. “부모들은 자녀 양육의 불완전함에서 불쑥 찾아오는 자신의 불안을 교사에게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지적했다. 자녀의 교육은 가족과 학교와 사회의 공동책임이다. 반세기 전 우리들의 초등시절은 그랬지 싶다. 복도에서 무릎 꿇고 손을 머리위에 올려놓기와 오리걸음, 엎드려뻗쳐에 종아리 때리는 선생님의 체벌은 예사였다. 선생님의 당연한 훈육이라 생각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고, 어른들 앞에선 공손하고, 집 앞 고샅청소도 곧장 시키셨던 선친(先親)님 생각이 새삼스럽다. 방학 땐 동네학생들이 새벽같이 모여서 마을청소를 하곤 했었다. 박권상((朴權相 KBS사장)님이 동아일보 런던특파원시절 애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바쁜 일정 탓에 한참 후에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고 무안해했던 정황을 잊지 못한다.
박권상씨가 선생님께 “진즉 찾아뵀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선생 왈, “예, 근데 왜 학교엘 오셔야 했는데요? 애한테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라고 되묻자 박권상씨는 당황하여 궁색한 나머지 “아닙니다. 그냥 인사드리려고요”라고 개면쩍게 미소 지었다. 선생이 정중하게 응대했다. “알겠습니다. 애한테 문제가 생기거나, 학교에서 부르지 않으면 오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와 학교를 신뢰하고 애를 맡기셨으면 지켜봐주시면 됩니다.”
치맛바람이 공공연하던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학교방문은 내 자식 잘 봐달라는 부끄러운 에고이스트 - 다른 애들과의 차별대우를 기대한 유치한 교육열(?)이란 걸 성찰의 기회가 됐다고 했다. 나는 박권상씨의 글을 읽은 후 울`부부도 애들의 학교에 찾아가는 걸 자제했다. 어느 땐 담임선생이 불러도 응하지 않았다. 애를 통해 부른 까닭을 대충 알만 해서였다. 두 번인가 불응하자 퇴근 때 담임선생이 느닷없이 가정방문을 알려와 아내는 앞집으로 피신했다. 방문목적은 한 번 뵙고 싶었다는 거였다.
엊그제 떠난 손주들 - 윤이와 현이가 생각났다. 애들이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될 물건을 갖고 싶단 말 한마디에 구매하는, 그것도 고가품을 덜렁 사주는 과보호(?)를 보면서 모른 채 한 내가 자괴감이 들었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 노사가 갈등하는 판에 청소년의 과소비욕구충족은 인격성장에 이로울 게 없어서다. 돈의 진정한 값을 모르는 애들이 자립심을 키울 수 있을까? 사소한 불만도 부모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타심은 부모의 과보호가 빚은, 그래 서이초교 새내기선생의 비극이 야기됨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선생은 부모다. 부모는 애들의 반면교사다. 애들의 잘못은 부모한테서 기인함일 것이다. 교사 강성구(34) 씨는 "아동 인권이 신장한 것처럼 교사의 인권 또한 발맞춰 균형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부모의 갑질에 무력해진 교권은 애들을 정상적인 교육에 올인 할 수 없게 된다. 학부모의 과보호와 갑질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나라의 운명까지 불행하게 한다. 서초교 새내기교사의 비명이 우리 모두 각성의 기회가 돼 건강한 학교로 거듭났음 싶다. 2023. 07. 24
# 위 사진은 NEWS1, 경향신문, 그리고 도담도담(Life Is A Stor)블로그에서 캡처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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