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망태버섯의 하루 여왕
장마철을 기다리는 생명 중에 버섯처럼 덧없어 보이는 놈도 드물 것이다. 장마가 피우는 꽃 중에 젤 황홀한 게 버섯일 테고, 미인박명이라고 예쁘고 가녀린 놈은 애석 할만치 빨리 사그라져버린다. 대표적인 버섯이 노랑망태버섯이다. 예쁜 놈은 주검마저 곱다랗고 오래가야 할 텐데 노랑망태버섯은 어째서 그리 처참하고 흉물스럽게 문드러지는지 모르겠다. 자연의 신비를 노랑망태버섯에서 기웃댄다.
노랑망태버섯의 황홀경은 두어 시간이고 생명마저 하루를 버티질 못한다. 장마철엔 땅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버섯 알이 땅을 뚫고 점액 잔뜩 묻힌 얼굴을 내밀다가 새벽녘에 버섯기둥을 솟구친다. 순식간에 솟구친 기둥은 종(鐘)같은 갓을 쓰면서 망태를 땅까지 내려 흡사 귀부인의 패티코트 차림새다. 하여 서양에선 신부의 드레스 같다고 드레스버섯이라고도 하고 그 화려함으로 ‘버섯의 여왕’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드레스차림의 버섯은 암녹색머리에 점액을 바른 광택 나는 불두(佛頭)같아 화사하기 그지없다. 버섯의 여왕이라고도 하는 노랑망태버섯의 화사한 신부(?)차림이 겨우 두 시간을 뽐내다 하루 만에 흐물흐물 사라진다. 머리점액질은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매파(媒婆) 유인작업이다. 냄새를 맡고 온 파리가 점액에 섞인 포자를 주변에 날라다 퍼트려 종족번식까지 마치는 하루살이 버섯의 숙명적인 삶이 생명의 경외를 웅변한다.
나는 굼뜨고 멍청해서 노랑망태버섯의 황홀한 절정의 모습을 대면하지 못해 아쉬웠다. 흰망태버섯은 식용버섯으로 중국에서는 말린 것을 죽손(竹蓀)이라 부르며 귀한 식품으로 대접받고 있단다. 흰망태버섯은 대나무밭에서 많이 발견된다는데 나는 여태 마주한 적이 없다. 식용이라지만 버섯대도 텅 빈 기둥에 망사도 흐물흐물해 식용할 건더기가 한 스푼이나 나올까 싶다. 명년엔 바지런 떨어 흰망태버섯도 보고 싶다. 2023. 0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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