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산(三聖山)칼바위 & 삼막사(三幕寺)
오전8시반, 관악산공원입구 등산로에 들어섰다. 언젠가부터 벼르고 벼르던 삼막사답사와 삼성산트레킹이다. 최근에야 알게 된 삼막사의 비경과 비사(秘史)탐방은 마침 큰애네가 홍천으로 2박3일 여행을 떠나고 모레부턴 장마전선이 북상한데서 지체할 수 없었다. 관악산등정인파가 아침 숲을 설레발친다. 물레방아 갈림길에서 우측 관악둘레길2구간으로 빠졌다. 근디 한참을 가도 나 혼자뿐이다. 이정표도 없다.
둘레길 산책중인 중년부부와 마주쳐 ‘삼막사등정길이 맞느냐?’ 고 묻자, ‘길은 있는데 엄청 힘들고 머니까 다시 내려가 물레방아 갈림길에서 골짝 길로 직진하라.’고 친절을 베푼다. 한참을 가다 40대 장년을 조우 또 물었다. ‘가보질 안 해 잘 모른데 줄곧 바위계단이라 어렵다 한다.’면서 시큰둥했다. 다시 한참 후 갈림길에서 3인의 트레킹족을 만나 삼막사 길을 물었다. ‘저기로 좀 가면 이정표가 있다.’며 의아해 한다. 얼핏 늙은이가? 하는 눈치였다.
‘삼성산칼바위’이정표가 그리 반가웠다. 햇살이 숲을 비집으며 음지를 샅샅이 일깨우는 신선한 아침정기를 배 터져라 마신다. 이따금 인사 나온 바위무더기 - 돼지코바위와 남생이바위가 반갑다. 바위동네다. 바위군상을 뛰어넘는 가파른 계단도 줄차다. 간혹 조망돼는 시가지와 관악산줄기가 내 위치를 가늠케 한다. 가뭄에 콩 나듯한 산님을 만나면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도대체 왜 이 멋있는 바위산행을 겁부터 주는 걸까?
네 명의 산님이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초행입니다. 삼막사 아직 멀었지요? 칼바위능선 밟으려 부러 일로 왔는데~?’ 라고 불쑥 꺼내 묻는말 끝에 ‘아주 잘 왔어요. 좀만 가면 칼바윕니다. 골짝산행 볼 거 없어요.’라고 응원(?)해 준다. 돌산에 들어섰다. 만물상바위동네다. 칼바위능선이 아니라 만물상바위 전시장 미로(迷路)다. 모난 놈은 없고 모두 두루뭉술 반질반질하며 천태만상이라 완상(玩賞)의 재미가 쏠쏠하다.
만물상 틈새로 태극기가 나붓댄다. 깃대봉이 태극기를 꽂고 숨바꼭질을 한다. 깃대봉바위는 신의 걸작이다. 바위가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을 집약했다. 놈들의 미감(美感)에 몽롱해진다. 배낭을 벗고 육포를 씹으며 놈들 속에 파고든다. 삼막골짝 바람이 천상의 사이다다. 원효가, 의상이, 윤필이 이곳을 소요하다 산기슭에 선좌(禪坐)를 튼 소이를 짐작할 만했다. 서기 677년 원효와 의상, 윤필스님은 막(幕) 세 개를 지어 가부좌에 들었다.
일컬어 일막, 이막, 삼막을 지었는데 그중 일막과 이막은 소실됐고 삼막만 남아 절 이름이 ‘삼막사’라 하고 산 이름도 '삼성산'이라 불렀다. 또한 무학(無學), 나옹(懶翁), 지공(智空) 세 고승이 절 짓고 수도하여 삼성산이라고도 한단다. 끝날 줄 모르는 바윗길과 계단은 내리막에 들어 남무아비타불 선돌이 숲속의 삼막사를 가리킨다. 느닷없는 포장도로다. 산불진화용 임도 내지 삼막사진입 길일 테다.
삼막사불이문(不二門)을 통과한다. 가파른 지형의 삼막사는 원효굴을 참배하고 싶어도 지그재그 빡센 계단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평정을 유지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오르라는 경계일 것이다. 천길 선바위꼭대기에 가부좌한 석상이 원효스님일 테다. 내 같으면 배고파 내려오고 싶어도 다시 오를 걱정에 그만 뒀을 것이다. 고승들의 선심을 어찌 헤아리리요. 옹기종기 모아든 첩첩협곡이 한 폭의 동양화다.
칠성각을 향한다. 내가 꼭 보고 싶은 건 남녀근석(男女根石) 성기바위인데 돌계단길이 꽤 길다. 역시나 수태를 간절히 기도하려오는 부인이 마음을 추스르고 사무처야 할 테니 쉽게 기도처에 닿으면 멋쩍을 터. 아~! 이 무슨 조화인고? 남근과 여근이 사실성(事實性)인데 여근엔 음액(陰液)이 삐죽 솟았다. 오늘 삼막사의 성기바위만 답사한 것만으로도 4시간의 산행은 보상받고도 넘친다. 후사를 기원하는 부인이 이 깊은 삼막사를 찾아야만 했을 간절함을 공감했다.
삼성산을 향해 다시 산허리를 오른다. 삼성산정상을 오르는 바윗길도 바위콘테스트장이다. 근디 선바위 세 개가 두 군데나 있어 삼성산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될 만하다. 송신탑이 있는 정상은 접근불허다. 무너미고개를 향한다. 무너미고개 삼거리에서 삼막산골짝을 더듬으며 호수공원으로 하산할 심산이다. 삼막산골짝은 울창한 수목 속에 전망무제다. 등산로가 험하지 않고 물길이 있어 산님들이 선호하나 싶었다.
호수공원에 들어섰다. 산책객과 피서인파로 북적댄다. 갈수기 탓에 웅덩이에만 물이 있는데도 골짝은 야단법석이다. 나도 물웅덩이에서 족욕을 하며 반시간쯤 산행을 복기하며 희열에 잠겼다. 삼막사산행은 누가 뭐래도 돌산과 칼바위능선 길을 추천하고 싶다. 하산 길에 삼막골짝 물길에 피로를 씻어 금상첨화라. 홀로산행은 내 마음대로라 좋다. 대신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오늘 열락을 만끽케 해준 삼막사와 삼성산 이었다. 2023. 0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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