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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법화산 숲길 트레킹

법화산(法華山숲길 트레킹

자고일어나면 연둣빛의 산천은 연초록으로 짙어지고 5월은 짙푸른 왕관을 쓴 채 ‘계절의 여왕’에 등극한다. 어린이와 근로자들은 푸르른 5월이 우리들의 세상이라고 자축하는 달이기도 하다. 울`부부는 막내커플의 초대를 받아 용인 법화산 숲길소요에 나섰다. 아파트를 나서 단대정문을 우회 죽전야외음악당에서 본격적인 숲길 트레킹에 들었다.

산행기점; 들`날머리 왕복8km쯤의 트레킹이었다

연초록 참나무활엽수들이 터널을 이룬 계단은 연두초록 숲속으로 빨려들고, 그 숲을 뚫는 발길은 초장부터 가쁜 숨을 내쉬게 한다. 깊게 들이마신 호흡을 내쉬면 연두이파리가 가늘게 떨고, 숲길은 인기척에 놀라 새들을 일깨운다. 간헐적으로 짧게 속삭인 놈의 정체는 끝내 밝히질 않는다. 5월의 햇살이 흔들리는 연초록 이파리에 앉았다 눈부시게 명멸한다.

법화산등산로는 참나무숲이 주종을 이뤘다
천주교공원묘지 쉼터

능선에 올라섰다. 연초록 숲을 빠져나온 바람결이 그렇게 청량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초록 숲 바람만 호흡하며 산행해도 배고프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뉘엿뉘엿 내 몸을 어루만지는 햇살은 오감을 일깨워 ‘계절의 여왕’의 향기까지 서비스한다. 발길에 닿는 푹신한 부엽토 썩는 냄새가 어릴 적 뒷마당의 퇴비용 건초더미에서 뿜어내는 향기를 소환하는 타임머신여행에 들게 한다.

향수산 뒤로 한남정맥 능선이 묵화를 그린다

상큼한 숲 바람결, 부엽토흙길의 향기, 빼곡한 활엽수 사이를 방황하는 햇살의 춤사위는 법화산숲길이 최적의 산책길이란 걸 체감케 한다. 법화산(해발 385.2m)은 탄천의 발원지로 마북천의 마북동과 물푸레골의 청덕동, 오산리의 천주교용인공원묘지를 생성시킨 명산이다. 오르랑 내리랑 가파르지 않는 능선등산로는 최적의 운동량과 산책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치유의 숲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천주교공원묘지, 이정도로 잘 관리하면 굳이 자연파괴 한단 소릴 안 들을만 하다▼

용인시는 법화산 초록 숲길에서 ‘맨발로 걷는 길’4km를 조성해 흙의 에너지를 체 받아 일상의 피로를 치유하는 자연의 은전인 어싱(Earthing) - 맨발로 땅을 밟아 땅의 음전하를 감촉하여 몸 안의 양전하가 빠져나가면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경지를 체험하게 한단다. 스펀지느낌이 드는 흙길의 법화산 숲속의 등산로는 어싱`로드의 진수를 만끽하게 할 것 같았다.

공원묘지 뒤로 멀리 할미산과 성석산의 능선이 5월의 하늘금을 긋는다

법화산탄천(炭川·숯내)은 장수(長壽)의 대명사인 ‘삼천갑자(千甲子) 동방삭(東方朔·기원전 154~93)’의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동방삭은 한(漢)무제(武帝)에게 아부하여 미관말직에 등용돼 평생을 은인자중한 익살과 해학의 정치가였다. 본시 수명이 삼십(三十)이었던 동방삭은 십(十)에 한 획을 더 그어 천(千)으로 바꿔 삼천갑자를 살면서 용인 탄천에 숨어들었다.

동방삭을 잡으러 온 저승차사가 분당의 탄천에서 숯을 냇물에 씻고 있었다. 이때 지나가던 동방삭이 “내 삼천갑자를 살지만 이런 기괴한 모습은 처음 본다.”고 투덜대다 행색이 탄로나 저승차사에 붙잡혀 갔다. 저승차사의 꽤에 당한 거다. 이 전설을 모티브로 ‘탄천문화제’가 죽전체육공원과 탄천 일원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내 어릴 때 들었던 ‘삼천갑자 동박삭’은 이인(異人)을 만나 장수한다는 비법이 법화산탄천에서 비롯됨이니!

법화산정상석

법화산은 온화하고 융숭한 산세여선지 숱한 일화를 품고 있다. 법화산정상 아래서 중공군의 인해전술 대공세에 고군분투하던 리지웨이 장군의 유엔군 선더볼트 반격작전(1951년, Operation Thunderbolt)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립케 한 승리의 쾌거였다.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파상적으로 후퇴했던 유엔군을 미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대한민국을 포기 철수시키라는 지시를 미 참모총장 콜린스에게 내렸다. 그 비밀명령을 갖고 래한한 콜린스를 리지웨이는 되려 선더볼트작전을 트루먼에게 잘 얘기해 허락을 받도록 설득한다.

법화산정상 쉼터

콜린스장군은 리지웨이장군의 충언에 감동하여 트루먼대통령에게 선더볼트작전을 상신하여 용인받아냈던 것이다. 선더볼트작전으로 1951년 2월 20일엔 용인과 관악산을 점령하였다. 이때 유엔군의 사기는 충천했고, 중공군인해전술의 허점을 간파한 유엔군은 지속적인 화공으로 중공군을 37도선 이북으로 패퇴시켰다. 리지웨이는 선더볼트작전을 콜린스에게 건의하면서 “펑더화이가 사람으로 바다를 만든다면, 나는 불로 바다를 만들 것이다.”라는 결의 찬 화해전술(火海戰術)로 역사의 전환점을 만들었던 것이다.

전나무군락지
단국대 캠퍼스 일부가 보인다

콜린스는 투르먼 대통령에게 리지웨이의 작전을 설명하고 허가를 받아내 대한민국수호천사에 동참한다. 리지웨이라는 용장이 있었고, 콜린스라는 훌륭한 참모가 있어 투르먼은 패전대통령이란 오명을 쓰지 않았다. 지금 미`중 패권갈등 속에 경제와 군사적위기를 자초하는 윤석열대통령을 설득할 참모가 있기나 한가? 고개 숙이고 용비어천가만 외치는 띨띠리들만 보이는 게 비단 나 혼자뿐일까?

전나무숲길

트루먼이나 바이든이나 자국이익 없는 외교정책엔 냉혹하다. 이번에 바이든이 윤석열대통령을 국빈대접하며 챙긴 실익을 생각하면 모골이 서늘할 정도다. 아메리칸 파이를 노래하며 코리아파이는 뭉개버린 셈이다. 천주교공원묘지엔 고 김수환추기경의 묘소가 있다. 김추기경은 살아생전 냉혹한 독재자들에게 고언을 주저치 않는 민생민주의 수호자이고 향도였다. 시내의 하 많은 십자가의 교회와 성직자들이 독선과 아집으로 불신로 분열로 치닫는 위기의 정부에 침묵하는 이유는 뭔가?

엊밤에 판 흙구덩, 어떤 짐승의 밤새움 공사였을까?

핵보유가 평화를 담보하는냥 설치는 강골위정자들 앞에 광해군(光海君)은 안 보이고 보수꼴통 전광훈만 보인다. 법화산은 화엄경, 금강경, 정법화경(正法華經)의 '올바른 법 경전'의 법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법화산 가까이는 향수산이 우측으로, 한남정맥의 할미산성과 석성산이 묵화처럼 넘실댄다. 하산길은 가파른 계단을 타고 전나무단지를 관통하여 둘레길에 들어섰다. 넓은 임도는 흙`자갈길이라 발마사지로 세 시간여의 보상을 받는 신나는 트레킹코스다.

하산길 임도 숲속길에서 공원묘지쪽 등산로로 올라섰다

네 시간여의 산행에 녹음터널 아닌 땡볕의 코스가 있었던가? 싶게 등산코스는 녹색의 전당이었다. 여름철 피서산행으로, 피톤치드 사이다산행으로, 가을엔 활엽수들의 단풍산행으로 심신을 살찌우게 될 최상의 트레킹코스가 법화산에 있음이라. 울`부부는 이따금 법화산의 숲길을 소요하자고 파이팅을 외쳤다. 계절의 여왕은 울`식구들을 신록에 멱 감게 했다.                 2023. 05. 01

▲천주교공원묘지는 관목과 꽃나무로 단장하여 이름다운 묘원을 만들었다▼
용인공방전에서 중국군의 강력한 방어작전에 유엔군의 진격이 저지되자 미 제24사단 소속의 터키 여단이 착검돌격으로 육탄전을 감행 중국군 474명을 사살한 승리로 유엔군은 151고지를 확보 서울탈환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법화산은 피아간의 숭고한 목숨이 산화한 영혼들이 하얀연꽃처럼 피어나는 사자들의 무덤자리다. 지금 그 유해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법화산의 공원묘지는 사자의 안식처로써 필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수환추기경 묘소
법화산트레킹코스; 빨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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