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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마이산의 웬수는?

마이산의  웬수는?

마이산계곡물을 담은 탑영제, 벚꽃 대신 영산홍이 꽃길을 이뤘다
마이산 탑사

 4월이 절정으로 치닫는

연둣빛 세상

아침을 깨우며 차창에 밀려오는

싱그러움으로 세수를 하고

철쭉꽃 화장을 한다

 

깨복쟁이 친구들이

참새들 마냥 조잘대며

봄소풍에 나섰다

말 귀때기 잡고 그 때

그 시절의 개구쟁이 짓 하고파

금당사, 동구나무로 만든 목불좌상이 있다
고려말 작품인 석탑(좌)

찹쌀밥에 못 보던 반찬

도시락 속에 달걀

비둘기처럼 입방아 찧는

연둣빛세상 풀밭의 식사

추억사이다까지 마신다

 

불갑사 소풍이었듯

오늘은 통 크게

마이산수학여행이라!

보물찾기 노다지는 누구에게

등에선 빈 도시락 딸랑딸랑 소리                  -<불우(佛友)들의 봄 소풍>-

금당사의 극락보전과 나한전

엊밤 설친 잠자리는 오늘 소풍가는 날 땜이었다. 불갑산악회의 마이산행이 나를 설레게 함은 향수를 씹는 낭만 끼 다분해서일 테다. 마흔네댓 명 되는 마이산행반(班)에 알만한 깨복쟁이 벗은 두서너 명인데 초등시절의 소풍처럼 달떴다. 차창으로 밀려드는 4월의 아침은 연둣빛파도 물결이다.

탑영제에서 본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우)

4월은 온 누리를 연푸른 파스텔톤물감을 흩뿌려 싱그럽기 그지없다. 소풍버스는 휴게소 초지에 아침도시락을 펼친다. 초딩 때 로망이기도 했을 찹쌀밥에 풍성한 반찬과 달걀이 어른애들을 싱글벙글 신바람이 나게 하고 있다. 나는 깨복쟁이들과 나란히 앉아 찰밥을 씹으며 불갑사소풍을 소환하는 노스텔지어가 됐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과 향수는 새록새록 해지고 삶의 비타민이 된다. 하여 젊었을 때 아름다운 추억 많이 쌓으라는 경구를 많이 듣곤 한다. 마이산은 내가 8년 전 춘설(春雪)로 단장한 때 보듬었으니 실로 오랜만이다. 우윳빛 두 봉우리는 안무 속에서 여인의 봉곳한 젖가슴처럼 몽환적으로 다가왔었다.

아름다운 여인의 가슴! 나는 오늘 두 젖가슴 중 암마이봉을 소요할 참이다. 마이산은 이갑룡처사와 태조 이성계의 일화가 켜켜이 쌓인 명산이다. 600년 전의 이성계의 발자취를 대충 훑고, 100년 전에 일생을 돌탑 쌓기 구도(求道)에 들었던 이갑룡님의 혼을 여미는 탑돌이도 해보고 말이다.

나도산
암마이봉 남쪽단애에 클라이머들의 암벽등반코스가 있다.

마이산은 태곳적에 산신부부가 여기서 간절한 치성과 기도 끝에 승천하려다 꿈을 접고 쌍봉바위산이 된 애달픈 전설의 산이다. 구도중인 산신부부는 드뎌 승천할 날밤에 승천시각을 한밤중과 새벽 중 언제로 할까?로 설왕설래하다 아내신의 의견을 따라 새벽승천을 시도키로 한다. 단 승천순간을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해야만 했다.

탑사와 봉두봉 등산로 사이에 암벽등로길이 있는데 암마이봉등산로 샛길이 있나싶어 좇아갔다 클아이머들과 조우했다

여명이 트자 산신부부는 발돋음 승천했다. 그 찰나에 새벽의 정간수 길러 나왔던 아낙이 승천장면을 보고 놀라 ‘아니, 두 산이 붙어서 하늘로 올라가네’ 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부부산신은 그만 하강하고 말았다. 뿔따구 난 남편신이 애기를 빼앗아 저만치 떨어져 곁에 애기봉을 거느린 채 바위산이 되었고, 아내신은 삐져 살짝 외면한 채 고개를 떨 군 암마이봉이 됐다. 그 밤 쬠 떨어진 사이가 영원히 다가서지 못할 마지노선이 될 줄이야?

내가 나타나자 첨 뵈는 얼굴인데 암벽등반 하러 왔느냐?고 물어 손사래치는 나를 보고 어리둥절~!
여기서 암마이봉을 오르는 방법은 암벽타기 뿐이라. 한참동안 클라이머들의 스릴을 즐겼다

그렇게 삐진 암마이봉은 등산로가 만들어져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 죽을 판이 됐다. 뿐이랴,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에 큰 계단과 쉼터를 만들어 부부마이봉은 밤에 은밀히 보듬고 싶어도 다가설 수 없게 돼버렸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고? 오호 통제라! 물 긷던 아낙 땜에 승천도 못하고, 등산로 탓에 합궁도 못하니 이 웬수 짓을 누가 했을까?

클라이머 아지트에서 조망한 광대봉과 탐금봉 사이의 호수

태초 그대로 놔두면 오금이 절이는 사람들 탓에 자연은 망가지고, 그 짓이 결국은 사람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언제 깨우칠까? 23일자 한겨레신문은 4월 현재 꿀벌141억6000여만 마리가 겨울에 폐사돼 꿀 채취가 난망이라고 탐사보도 했다. 4~5월에 꿀 모으는 벌통이 텅텅 비었다는 게다. 지구온난화가 빚은 이상기후 탓이란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자원낭비 탓이다. 꿀벌의 위기도 사람이 웬수라?

광대봉정자
클라이머 루트 등산로 출입금지 푯말을 아래 입구에 만들었어야 했다

마이산을 울긋불긋 단장한 흐드러지게 핀 꽃밭에서 벌 나비를 한두 마리라도 본 사람이나 몇 명이나 될까? 양봉농가에서 꿀벌을 사고 싶어도, 지자체에서 꿀벌구입자금을 50% 지원해 준다고 해도 꿀벌 살 곳이 없단다. ‘꿀벌은 딸기·참외·수박·고추 등을 수정시키는 매파로 지구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생물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도 4년을 버티기 힘드는 지구멸망의 날이 도래 될지 모른다고 아인슈타인 박사가 일찍이 경고했었다. 웬수는 사람이다.

애기 마이봉

어쨌거나 오늘 마이산소풍은 흐뭇했다. 늙다리를 끼워준 불갑산악회원들, 맛깔나고 풍성한 먹거리 도시락을 새끼나 마련해주신 ‘더블미트’ 정사장님, 동분서주한 정총무님께 감사드린다. 글고 산악대장님이 고언을 했던가? 집행부는 최대한 마이크 잡는 걸 자제해야 된다고. 류회장님이 오늘 쬠 지나쳤다고 감히 충언을 하고프다. 내 류회장을 미쁘게 생각해서 하는 실토다.  오래오래 간직할 추억하나 만든 마이산소풍이었다.                        2023. 04. 23

▲마이산 탐방로▼
암마이봉((686.0m 좌) 숫마이봉(679.9m 우)
마이산 탑사(馬耳山塔寺)에는 1m~15m높이의 천지탑(天地塔) 오방탑(五方塔) 월광탑(月光塔) 일광탑(日光塔) 약사탑(藥師塔) 중앙탑(中央塔)월궁탑(月宮塔) 용궁탑(龍宮塔) 신장탑(神將塔)등의 100여개의 탑이 있다
이갑룡처사는 25세에 마이산에 입산 수도하던 중 신의 계시를 받아 낮에는 돌을 나르고 밤에는 탑을 쌓았는데, 천지음양의 이치와 팔진도법(八陣圖法)에 따라 만불탑(萬佛塔)을 쌓았다. 글고 98세에 임종했다.
중앙탑은 바람이 심하게 불면 흔들렸다가 다시 제자리에 멎는 신비한 탑이란다
임진강 발원지인 용궁, 약수 한 사발을 들이켰다
사포니 암벽을 오르는 능소화 담쟁이 넝쿨, 능소화가 피면 그 또한 장관이라!
이갑용처사 흉상
은수사전경
마이산열곡의 암바위 타포니 큰구덩에 알량한 분들의 이름이 새겨졌었는데 모두 지웠다
암마이산과 숫마이산의 열곡
▲은수사 대적광전 앞 화단엔 만화방창 했는데 애타게 기다리는 벌`나비는 안 오고 웬수들만 성시를 이룬다. (박스사진은 절반가량 비워진 벌통을 관찰하는 양봉협회장)▼
무량광전의 철쭉도 오매불망 기다리는 임은 안 오고 훼방꾼들이 야단법석이라
은수사 대법고, 법고를 울리면 벌`나비가 올려나?
산신당, 이성계가 창업의 기도를 올린 산신당
▲산신당 안의 신위들▼
수령 650살의 청실배나무(돌배나무. 키15m)는 이성계가 건국의 기원을 다지는 백일기도 후에 심은 돌배씨앗이 싹튼 영물이다. 겨울철엔 나무 밑에 역고드름이 생겨 더더욱 인구에 회자된다
운봉의 황산싸움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귀경길에 든 이성계는 마이산 아래서 깜짝 놀랬다. 꿈에 신선한테서 금자(金尺)를 받던 곳이 마이산과 똑같아서였다. 그래하여 속금산(束金山)이라 했는데 아들 태종이 어깃장을 놓느라 마이산이라 개칭했다.
은수사(銀水寺). 이성계가 여기 물을 마시고 물이 은같이 맑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경내에는 천연기념물이 두 가지(약수와 돌배나무) 있다.
▲마이산 열곡을 뒤덮은 덱계단과 쉼터가 부부마이산의 포옹을 막는 데드라인이 됐다. 사랑의 훼방꾼 - 사람은 웬수(?)▼
▲숫마이봉▼
암마이봉 정상에서 조망한 탕금`광대봉의 장관
정상 인증샷을 하는 인파가 2~3m쯤 줄 섰는데 누군가가 찰나적으로 배푼 호의에 얼렁뚱땅 포즈를 잡은 필자
그 얼렁뚱땅 세치기에 맛 들린 나는 불우들에게 인심(?)을 썼는데, 차례 기다리는 분들한테 얌체 같단 눈총 얼마나 맞았을까?
암바위산 정상에서 멋과 맛을 즐기는 커플, 바로 앞 낭떨어지가 클라이머들의 암벽등반 코스다
진안읍방면
암마이봉 정상의 산님들 - 옆구릴 밟고 올라타더니 정수리에 깔방석을 깔았다고 - 웬수들?
천연기넘물 제386호 청실배나무 앞의 불우들
청실배나무 앞에서 필자도 인증샷
▲저육갈비구이,목살조리 등 풍성했던 점심▼
벌나무액기스 한 봉지 서비스 받은 값으로 사진 한 장 올리고~
마이산 일주문
주차장을 빼곡 매꾼 차량들
인왕산 호랑이를 죄다 몰아 낸 호상(虎像)의 춤사위, 불갑산호랑이 멸종의 범인(?)이기도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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