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꼬갈랑게 영판인디 같이 강께 조째!
11시 반쯤 됐을랑가? 서대문역에서 전철에 막 올라탔는데 상규가 핸`폰을 울렸다.
“한일관 문 닫았는디. 글고 왜 아무도 안 와?”
“어이, 내 메시지 못 받았나보네. 일요일 쉰다고 해서 그 옆에 국일관1층 무슨 고깃집이드라, 거기 12시로 변경 됐으니 글로 오소. 나도 쫌만 있으면 도착할거네”
치매낀지, 엉겁결에 받은 전화여선지 ‘이대감 고깃집’ 상호생각이 안나 얼버무리다 딴 친구들도 똑 같은 도미노현상 일까봐 맘이 싱숭생숭 해졌다.
종로3가역15번 출구를 나서자 영성이가 얼쩡거려 악수를 하곤 앞서서 잰걸음 한다. 국일관 앞, 아무도 없다. ‘이대감---’안으로 들어가 카운터에게 묻자 “진달래방에 한 분 와 계셔요”라며 안내를 한다.
상규가 비시시 웃으며 꾸석대기 의자에서 일어나 악수를 하곤, 나는 국일관 밖에서 누군가가 갈팡질팡할까봐 나가보겠다고 선언(?)을 하고 식당에서 나왔다. 국일관 앞엔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과 나처럼 님(?)을 기다리는 기러기들로 붐빈다.
12시가 돼도 님들 코빼기도 안 보였다. 쫌 더 있응께 차원이가 한 무리들을 이끌고 나타나 뱉는 하소연(?)
“아니 이 친구들이 여기로 올 생각도 않고 역출입구에서 모여 있능기여!”
아뿔싸, ‘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됐능가? 아니, 장소변경 카톡을 쏘았꼬 다 본 것 같았는디~?’라고 자문자답 스무고개 해본다. 얼추 열 명쯤인가 싶은데 첨 보는 얼굴도 있다.
현순이다. 초등 때 보고 오늘 첨이다. 아무리 기억꼬릴 더듬어도 '생각'에 '생'자도 안 뜨는 얼굴이다.
그래도 무지 반가웠다. 3,000원씩 비상금 보태서 23,000원짜리 특갈빗살 씹고 안국행 지하철타러 가면서 내가 그녀에게 말풍선(?)을 띄웠다.
“오늘 잘 왔제? 어디서 늙은 우릴 반가워해 준당가? 엣 친구들 얼굴 봐서 좋고, 재밌게 시간 보내고~!” 그녀 - 현순이도 밝게 웃었다. 더구나 그녀오빠는 같은 반이라(쌍둥이도 아닌데 어찌 오빠동생이~)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는 친구였다. 뭔 말끝에 덕순이가 ‘데리꼬 다닌다’고 깨복쟁이시절의 사투리를 뱉었다. 덕순이는 평소에도 전라도 사투리를 무시로 쓰는 짜가 서울 아줌마다.
난 그녀가 남대문시장 잡화점주인과 말시비(?) 붙었단 얘기를 S한테서 듣고 배꼽 잡은 적이 있다. 덕순이가 지 신랑 줄 선물산답시고 가게주인에게 왈, "아저씨 각두 하나 봅시다"라고 묻자 가게주인이 뭔 말인지 몰라 "뭐라고 했소?" "각두 좀 보자고요" "각두가 뭐데요?" "이양반아, 각두가 각두제이-" 말꼬리 잇기도 아닌 끝에 각두를 샀는지 안 샀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암튼 덕순인 이쁜 얼굴로 뻔뻔스러울 만큼 잘도 뭉겐다. 긍께로 그녀를 서로 데리꼬다닐라꼬 하는지 어디 빠지는 장소가 없다. 오늘 열 세 명의 할바`망구들이 누가 누굴 데리꼬다녀야할지 가늠이 안됐다. 창덕`경궁 소풍을 갔다 오려면 지하철도 두어 번 타야하고, 또 코로나19도 소풍가버린 춘사월이라 밖으로 쏟아져 나온 인파가 오살 맞게 많아 복잡할 텐데 말이다.
내깐엔 지금 깃발 없는 선도를 하고 있는디 내가 잘 데리꼬 다닐수가 있을는지? 친구들이 나를 데리꼬 다니게 만드는 건지 영 파이다. 아까 ‘이대감---’에서 점심으로 예약했던 갈빗살고기구이가 예약을 확실하게 하지 않아 품절됐다고, 1인분에 3,000원 더 비싼 ‘특갈빗살’로 해야 한다고 식당지배인 아줌마가 애먼 나한테 책임전가를 시켰다. ‘배알이 꼬였지만 오늘만큼은 병신 되는 게 좋겠다.’고 ‘늙응께 얕잡아 봉가보다’라고 침 꾹 삼키며 친구들한테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눈 뻔히 뜨고 당하는 내가 누굴 데리꼬다닐랑가? 자괴감이 들었다. 장사도 참 더럽게 하고 있었다. 그래설까? 기성이는 ‘이대감---’식당건물 국일관 13층 사무실에서 이빨 다 빠져 고철로 덧씌우도록 살았으면서도 식당내부를 잘 몰라 우리방 ‘진달래’를 찾느라 헤매고 있었다. 식당 하는 짓거리가 싸가지가 없어 기성이는 이용을 안 했던가? 아리송한 일이다.
암튼 창덕궁 인정전을 훑고 창경궁에서 한나절을 소요하면서도 길 잃는 촌극은 없었으니 서로서로를 잘 데리꼬다녔다는 셈이다.
근디 또 서대문 ‘김치찌게집’식당에서 한 방 먹은 나는 슬펐다. 예약시간보다 반시간 더 빨리 오고, 메뉴도 확실하게 주문하지 않았다고 낯박살이 어퍼컷 한 대를 얻어먹어야 했다. 이래저래 늙으면 방콕하며 죽는 길 닦아야 하나? 아니다 누가 데리꼬다녀줄 벗이 있다면 오늘처럼 바람 쐬고 햇볕에타야 곱게 죽는다. 밖으로 쏴 다녀야 삭신이 짱짱해 진다. 데리꼬다닐 벗이 있고, 내가 데리꼬다닐 벗이 되기도 하고. 27불우회 벗들아, 서로서로 자주자주 데리꼬다니자. 오늘 즐거웠다. 6월 세째토욜이라. 2023. 04. 09
#, 오늘 데리꼬다닌 얼굴들 ; 덕순,금님,정자,영님,정란,현순,차원,상규,병배,영성,명구,기성,대화
'사랑하는 사람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의 시간 ① (0) | 2023.06.18 |
---|---|
5월의 송가(頌歌) (0) | 2023.05.29 |
4월생 (0) | 2023.04.09 |
별빛아래 숯불구이 스테이크(steak) (0) | 2023.03.11 |
주는 기쁨 받는 행복 (0) | 2022.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