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기쁨 받는 행복
연일 계속되는 혹한의 추위에 울`내외를 감동시킨 훈훈한 사건(?)으로 우린 어찌해야할지 행복한 번민을 해야 했다. 그래 아내와 나는 다시 또 두 달 전의 패턴을 반복하며 그 감동을 되새김질 하는 걸로 위안을 했다. 어제도 그때처럼 수삼(水蔘) 1.2kg을 포장해 우체국택배로 보내면서 친구의 정성에 답례하면서다. 지난 주말 고향친구 양(일호)군이 찹쌀1포대(20kg)와 붉은 팥과 마늘 한 상자를 보내왔다. 뜬금없는 선물이다. 아니 ‘뜬금없다’는 건 내 협량의 소리일 테고 고맙고 미안했다.
어설픈 답례를 한다는 게 오히려 친구에게 부담을 줬나싶어 울`내외는 미안했지만 달리 뾰쪽수가 생각나질 않았다. 2개월 전 일이다. 양군이 뜬금없이 대봉 한 박스를 보내왔었다. 상자를 가득 채운 게 1접(100개)은 넘지 싶었다. 밭두렁 감나무에서 딴 거라 씨알이 작고 상처가 많아 볼품이 없는 감이라고 사족(蛇足)까지 첨언해서였다. 보기 좋고 나쁘고,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안 되는 정성을 가득 담은 선물이기에 울`부부는 감격했던 바다. 그래 아내는 수삼 1.2kg을 답례한답시고 우체국택배로 보냈었다.
수삼을 받아 든 양군이 ‘고맙고 미안하다’는 전활 넣어줬었다. 내 생각이 나서 보내준 친구의 마음을 되려 부담스럽게 만들었지 싶어 울`부부는 계면쩍었는데, 그는 또 찹쌀, 붉은 팥, 마늘을 옹통지게 싸서 엊그제 보내준 거다. 70대노부부가 뙤약볕 아래서 가꾸고, 손품 들여 한 알씩 수확한 농산물을 친구한테 선물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 형제간에도 쉽잖은 성의다. 양군은 천성이 여리고 부지런한 참 일꾼이다. 출생지에서 동네처녀를 아내로 맞아 평생을 농부로 사는 촌뜨기(?) 참사람이다.
농삿일을 천직으로 여긴 그는 몇 가지의 농기계로 노인천국의 동네에서 허드렛일은 도맡아 해결해주는 마을일꾼이기도 하다. 내가 익산에 살 때 그의 순수성과 바지런함에 감동한 나머지 농번기에 일손을 도운다고 찾아가 이삼일 간 어설픈 손길을 보태곤 했었다. 십여 년 전에 양군은 과수원, 소 사육, 양파재배, 벼농사 등의 다목적영농을 하던 참이었다. 그때 난 과수원의 감도 재초와 정지를 하는 건 기본이고, 병충해 약살포를 해야 보기 좋고 탐스런 열매를 다수확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농약살포를 안한 진정한 유기농산물이 가능할까? 라는 의심을 참 농부인 그가 실토한바다. 보기 안 좋은 농산물이 유기농산품에 근접하다고 말이다. 그가 보내준 대봉의 온갖 상처와 씨알 작은 마늘, 반질반질한 팥이 양군부부의 손길에 수없이 닳은 알곡식들이라. 그 정성어린 농산물이 돈 몇 푼으로 쉽게 구입한 수삼 몇 뿌리와 비교가 되겠는가. 더구나 그는 슬하에 1남5녀를 둬 자식들에게 나눠줘도 부족할 판이다. 난 생각이 짧아 이따금씩의 전화통화도 그가 먼저다. 딴 친구들과는 블로그를 통해서 어림짐작하면서도 양군과의 전화는 등한시 한다.
오늘쯤 양군은 어제 아내가 보낸 수삼을 받을 것이다. 제발 부담스런 답례품이 아니길 바란다. 아내는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거나, 친절을 받음 필히, 그것도 곧장 답례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품이다. 그럴라치면 나는 상대방에게 오히려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아내에게 조언하곤 한다. 허나 아내의 그런 순수성이 나쁜 게 아닌데 어쩌랴? 성심만 챙기고 입 싹 씻는 얌체꾼을 누구보다도 싫어 하는 게 나다. 이래저래 세상살이는 어렵다. 하지만 얌체족이 훨씬 적어 살맛이 난다. 양군이 나에게 살맛나는 길을 가르쳐주는 친구다. 2022. 12. 20
# 그림은 봉원사경내 풍경이고, 양일호군이 선물한 농산물을 그림 속에 합성했다. 양군이 보낸 선물을 둘째커플과 공유하면서 즐긴 자축만찬의 케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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