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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17) 터우첸강의 두부바위(豆腐岩) & 파리국산(吧里國山)

17) 터우첸강의 두부바위(豆腐岩) & 파리국산(吧里國山)

▲고속철교 밑의 두부암▼

신주(新竹)와 주베이(竹北)의 경계를 이루는 터우첸 강은 주민들의 젖줄이면서 생명 줄이란 생각이 들었다. 65%가 산지인 대만에서 평야지대인 신주주민들에게 터우첸 강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젖줄이지 싶다. 신도시로 급변한 신주시는 터우첸 강의 치수관리에서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희망을 기약 받지 싶고, 뭣보다도 나는 터우첸 강폭이 엄청 넓음에 놀랬다.

두부암의 비결은 물길을 지그재그로 유통시켜 강의 유실을 막고 어로를 유지한다는 점일 것이다

강폭이 한강보다 더 넓지 싶다. 이쪽제방에서 저쪽제방까지가 아스라하고 어느 곳에선 잘 보이지도 않는다. 갈수기라지만 찌질 맞게 흐르는 물길에 비해 제방 안의 엄청 넓은 유휴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좁은 국토에서 이렇게 강폭이 넓어야 되는지 의문스러웠던 것이다. 허나 대만 동북부지방은 타이완산맥의 영향으로 계절풍과 태풍이 많아 강우량이 엄청나단다.

▲터우쳔강의 중심 물길이 갈수로 바짝 말랐다▼
제방안의 초지엔 트레킹코스와 체육시설이 있다

6월~10월까지 태풍의 계절엔 넓은 터우첸 강도 범람하기 일쑤란다. 제방 안 유휴지에 밭뙈기를 일궈 경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나같이 경작실태가 불량하여 나는 또 놀랬다. 과일나무와 채소들이 그냥 무탈하게 자라서 먹을 만하면 수확하는 게 영농인가 싶어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태풍과 홍수 땜에 하늘에 맡기는 고육지책농사(?)였다. 연간 평균 강수량이 2,540mm이상인데 뾰쪽 수가 없을 테다.

제방위의 보도와 제방안의 자전거전용길과 보도가 따로 있다
제방안의 잔디쉼터
산책길과 자전거전용길

다행인 것은 퇴적물이 쌓인 비옥한 땅이라 비료 안 해도 잘 자라 수해만 없으면 횡재수확일터! 그래서 당국은 강의 치수관리에 고심하나 싶었다. 강물을 저수(貯水)하고 유속을 조절하는 보(堡)를 두부바위로 만들었다는 기똥찬 아이디어에 나는 또 다시 놀랬다. 호안블럭인데 주로 제방이나 강기슭 등을 유수에 의한 파괴와 침식을 예방하는 콘크리트블록으로 강 준설시 현장에서 콘크리트타설한 것이다. 교각세우 듯 말이다.

산황마나무는 수형이 멋있어선지 길가에서 많이 볼수가 있다
두부암 보
터우첸강 제방의 자전거전용도로와 산책길

절토한 비탈면의 제방과 강바닥의 흙이 유속의 압력 등으로 붕괴 내지 파이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강 준설공사 때 타설한 콘크리트블록이었다. 한 면의 길이가 1m쯤 되는 4각6면체 철근콘크리트를 60cm쯤의 간격으로 강바닥에 심어 대보(大堡)를 축성했는데 전체적으로 경사를 이뤘다는 점이다. 두부모처럼 생긴 콘크리트블록을 서로 엇갈리게 배치하여 박아놓아 거대한 강보가 마치 두부모를 깔아놓은 형태라 두부암이라 한다. 

우기에는 물살이 찰랑찰랑 두부암을 애무하듯 흐르는 장관은 시간을 잊게 한단다
제방 안의 잔디광장은 쉼터로 애용된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전용도로가 병행됐다

두부암 재방은 유속(流速)을 일정하게 잡으면서 강바닥과 제방의 유실을 막고, 저수량을 담보하며 어로(魚路)보장도 되는 자연치화적인 강보로 기이한 멋을 발산한다. 두부암 강보(江堡)의 기하학적인 미적 감각에 매료된 탐방객들이 무시로 찾는 쉼터로도 애용되고 있었다. 두부암과 두부암 사이의 지그재그 어로(魚路)는 물고기의 아지트가 되어 어군이 몰려 낚시꾼의 포인트였다.

제방안의 이렇게 넓은 잔디밭이 유휴지로, 그것도 한 두군데가 아니어서 나는 좀 의아해 했다. 허나 여름철 우기엔 만수위가 된단다

어로의 고기떼는 뭔가 인적을 느끼면 미로 같은 어로로 도망쳐 숨느라 장관을 이룬다. 어로는 사통팔달로 두부암 강보 전체를 관통한다. 두부암에 앉아서 두부암을 휘돌며 흐르는 물소리가, 부대끼며 소용돌이치는 물살이 그렇게 정겹고 시원할 수가 없다. 물소리를 자장가삼아 두부바위위에서 오수(午睡)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잠뜻하다 어로로 떨어지면 어쩌려고? 기우(杞憂)도 해봤다.

터우첸 강의 두부암 보는 수 십개가 있을 터다

우리나라 하천이나 강엔 왜 두부암 같은 보를 만들 생각을 안 했을까? 부러웠다. 터우쳔 강엔 두부암 보를 요소마다 설치했다. 두부암에서 맞는 석양노을이 환장하게 멋지다는 데 나는 결국 못 가보고 귀국했다. 담 기회가 있을 테지! 라고 자위를 하면서~! 터우첸 강엔 난랴오(南寮)와 주동(竹東)까지 16km를 연결 하는 이스트 뱅크 자전거 도로가 있고, 트레킹코스가 있으며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이 있다.

또한 무지무지하게 큰 운동장이 몇 개나 있다. 강 제방을 소요하면서 도시와 시골의 아름다움을 완상할 수도 있어 많은 시민들이 터우첸 강을 찾는다. 두부암에서 자전거를 타고 신주역이나 수천삼립공원(水圳森林公園)을 경유하여 이두산십흥리등산(犁頭山十興里登山口) 입구까지 반시간쯤 달리면 이두산 등산입구에 닿는다. 아열대상록수림을 10여분 헤치면 삼거리갈림길에서 우측길이 파리국산 등산로다.

터우첸 강안의 산책로
파리국산 입구의 이 폐가(?)는 산님들을 위한 방갈로로 리모델링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파리국산’이라는 이름이 이색적이다. 열대우림 속을 더듬는 산행은 울창한 상록숲과 거목들의 천태만상의 수형에 홀려 일상은 까마득히 잊혀 진다. 더구나 산세가 험하질 않아 해찰하면서 태곳적 원시림탐험에 든 기분에 달뜬다. 등산객이 적어선지 등산로는 자연친화적이다. 급경사 험로엔 나무와 나무사이를 이어놓은 밧줄이 전부일정도로 인공적인 게 없다. 그 흔한 데크 한 장 없다.

파리국산 등산길에서 조망한 풍광
파리국산 서봉,

치렁치렁 얽힌 초록 숲이 가끔 가슴팍을 벌리고 끌어들이는 도회와 농촌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오다 사라지는 게 파리국산에서 보는 인공(人工)의 때깔이고 세상맞보기다. 숲에서 나를 맞고 배웅하는 새들의 노래와 바람소리가 나(我)를 일깨우는 충격(?)이 된다. 아니 어쩌다 청설모가 초랭이 짓을 떨기도 했다.

파리국산 등산로는 대게 이런식이다.

파리국산은 문산초등학교로 빠져 문산보도를 타고 북상하면 이두산정상에 오르고, 거기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반시간쯤 행군하면 파리국산 등산길에 드는, 세 시간쯤 산행하는 원형 등산길이기도 했다. 진즉 한 번 더 왔어야 하는 거였다고 아쉬워했다. 어젠 모처럼 비가 내려 산행하기 아주 좋다. 3일 후 우리는 서울로 향한다. 

울창한 아열대 상록수림 속의 흙길을 밟는 등산은 치유의 길이다

한 달이 넘 빨리 간다고 하자 아내가 ‘속 드시유~’하곤 일어섰다. 쥴의 초청으로 한 달간을 신주에서 뭉그적댔는데도 금세 지나간 기분이다. 시간 참 빠르다. 큰애가 무척 신경써준 데다 대형아파트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이 불편을 느끼게 하지 않아서일 테다. 신주의 아파트들은 내진설계여선지 튼실하고 베란다가 넓어 편리하다. 신주는 신흥도시 실리콘벨리라기 보단 살기 좋은 전원도시라 부르고 싶다. 

파리국산등산로는 문산보도와 연계되는데 쾌적한 열대숲길은 세 네시간의 산행이 피곤하질 안했다
파리국산 허리잔등을 뚫는 자동차길공사가 한창이었다. 열대우림은 이렇게 또 망가지는가? 싶어 언짢았다

 우리는 기온이 젤 쾌적할 때인 3월에 여행 온 탓도 있겠지만 편하게 신경써준 큰애 덕이라. 6월 방학땐 너희가 온다고 했겠다. 자못 벌써부터 기대 된다.  혈육들도 자주 봐야만 정이 든다. 싱가포르에서 본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자식도 가까이서 늘 봐야 자식이다. 아내가 서로 번거롭다고 초청에 불응하다보니  서먹해지는 어정쩡함을 키운 꼴이다.  약속대로 아낸 추석 때의 방문약속을 지킬랑가?      2023. 03. 25

어떤 쓰레기 한 점 발견하지 못했던 등산로, 흙길이라 등산화꼴이 먼지투성이가 되는 산길~!
산책로와 자전거전용길
▲신주시내 생활하수를 정화시켜 터우첸강으로 ~! 어떤 이는 내게 폭포라고 의시댔다▼
▲신주시내 가로수는 '빈랑'이 많다. 빈랑의 열매는 각성제로 애용돼 지금도 판매중이란데 길가에 수두룩하게 떨어져있다. 아래는 빈랑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