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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14) 타이루거 협곡(太魯閣峽谷) & 치라이연봉(奇萊連峰)

 14) 타이루거 협곡(太魯閣峽谷)  & 치라이연봉(奇萊連峰)

칠성담방조제, 경제부 제9하천국 수리서
6번고속도로의 끝지점, 여기서부터 본격 치라이연봉 험로를 드라이빙한다

큰애 네와 울`부부가 타이루거협곡관광에 나선시각은 아침 8시였다. 중부헝관궁루(中部橫貫公路)를 횡단하면서 화롄(花蓮)지역의 험준한 태노각(太魯閣)협곡 19km를 온전히 드라이빙하자는 훈이의 일정에 따르는 여행이었다. 타이루거협곡관광은 대만관광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신주에서 남쪽으로 종단하는 1.3.4번 고속도로를 교차하다 6번고속도로 종점에 닿기까지는 무난했다.

고속도로 종점까지 휴게소가 없어 한 시간동안 참았던 배뇨로 우거지상이 됀 채 6660승용차를 탈출했던 휴게소풍경
리산,허환산,청경농장,수림,취봉 안내판. 6번고속국도 종점이기도 했다

대만은 국토가 거의 산지이고 고속도로드라이빙은 아열대우림의 초록숲속을 달리기 일쑤라 달뜬 기분은 더욱 상쾌해진다. 대만 산야에 자생하는 아열대수풀들의 멋들어진 수형은 드라이빙의 희열을 만끽케 한다. 6번고속도로끝 보리(浦里)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화장실로 달렸다. 두 시간을 달리는 고속도에서 휴게실을 발견 못한 나는 우거지상이 됐는데, 우리 뒤에 들어서는 승용차관광객들도 화장실 찾아 뛰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카타르시 욕구는 원초적 생리현상이다.

천류? ; 번역을 하면 '가장(오랑캐) 흐르다'라고 풀이가 된단다
연봉 - 린밍텅 현청, 허환산국제암공원

산속 골짝을 후비다 산허리에 올라타고 협곡을 오르면 마무리될까? 싶은 산허리 타기가 다시 시작되고, 금방 온 길이 발아래 깔려 구렁이가 기어오르는 듯한 지그재그 협곡은 도무지 앞길이 안 보인다. 편도1차선 도로는 백두산 높이의 연봉(鷰峯 2750m)을 지나서는 아예 차선마저 없어진다. 그 도로에서 산모퉁이를 돌때 갑자기 반대편에서 나타나는 차량과 마주칠 땐 아슬아슬 비껴가면서 기겁초풍 한다. 이렇게 험준한 고산을 허리타기로만 넘어갈랑가?

이제 터널이 나오겠지? 하는 바람은 그냥 기대일 뿐이었다. 터널 없는 산길로만 해발3000m~3800m의 치라이연봉(奇萊連峰)을 어느 세월에 넘어가야 하는지 걱정이 됐다. 아내는 하도 꼬불꼬불한 길의 요동 탓에 멀미하기 시작했다. 겁에 질리고 속까지 울렁대는 몸살기에 초죽음 된 아내는 이젠 그만 되돌아서 귀가하자고 보챈다. 훈이가 갓길에 차를 세웠다. 심호흡하면서 차멀미를 진정시키자는 셈이었다.

▲치라이연봉들은 울`식구를 한가운데에 가둬놓고 개구멍도 내줄 것 같지가 않았다▼
▲해발2750m 연봉휴게소는 천상의 쉼터였다. 깔끔한 화장실, 이 후로 좋은 시절은 땡땡이 쳤다▼

안개 속에 넘실대는 치라이연봉이 하늘과 맞닿은 고산준령 속에 갇힌 울`식구들은 스트레칭으로 고산후유증을 털어낸다. 한라산도 포도시 등반한 아내가 3000m고산의 산소결핍과 차멀미에 반송장(?)될 만도했다. 아직도 1시간쯤 달려야 화롄에 닿는다는데 언제쯤 다롄펑준령을 넘을는지 외통수길 오르막은 계속된다. 카알 천문교육단지에 들어섰다. 이 고산지대에 산촌 같지 않은 상가동네가 있고, 관광객들로 활기차 보인다.

하늘 아래 마을이어선지 천문(天文)에 대한 교육특구가 있다. 정오를 넘긴 때라 우린 요기를 했다. 여태껏 치라이연봉을 드라이빙한 쾌거(?)만으로도 타이루거협곡19km을 관광한 재미 못잖을 것 같았다. 승용차는 내리막길로 들어섰나 싶다가도 다시 오른다. 이젠 관목도 사라진 툰드라지대가 곧장 펼쳐졌다. 트레킹족들이 점점 늘어났다. 저 친구들은 도대체 어디를 향하는 걸까? 해발3800m의 최고봉이 내 머리위에 있단 걸까?

▲해발3000m 고산지대에 올라왔능가? 관목은 사라지고 툰드라지대 다가선다▼

차도(車道) 최고지대점 겸 휴게소에서 드뎌 화롄을 향하는 내리막드라이빙을 즐긴다. 반시간이면 타이루거협곡에 들어선다고 내비는 알리지만 길 막히다 보면 번번히 수정하다 판난다. 드뎌 화련역에서 시작하는 19km에 달하는 타이루거 협곡 중 칭쉐이 절벽(清水斷崖)에 섰다. 도끼로 찍어낸 듯한 단애는 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스킨십을 하면서 조마조마했던 드라이빙의 긴장감을 싹 씻어내는 거였다.

3000m 고지에 농산물 판매가게가 의외로 많았다. 고산지채소와 과일이 인기 있는가?

사카당(沙卡噹) 가는 계곡산길 십여 리는 트레킹하기 딱 좋다. 저 아래 흐르는 푸른 강물은 일상의 때를 싹 씻어줄 듯싶었다. 이 산길은 원주민들이 다니던 길로 일제가 발전소건설 진입로로 닦아놨단다. 타이루거협곡 중 젤 멋있다는 옌즈커우(燕子口) 동굴절벽을 어슬렁대며 걷는다. 힐링 트레킹에 든 아내는 생기를 되찾았다. 큰칼로 자른 듯한 ‘주이루 절벽’ 바위엔 이상한 구멍들이 있는데 제비들의 둥지란다. ‘엔즈커우’는 제비를 일컬음이라. 놈들한텐 천혜의 요람지일 터~!

카알 천문교육단지 - 카를로 타운쉽
산허리께서 정상으로 난 트레킹코스가 보인다. 이 트레킹코스가 유명한 듯 트레커와 승용차가 좀 많았다

사장교인 자모교(慈母橋)를 지나치며 원거리에서 본 ‘난정’이란 정자가 있다. 대만총통 장제스가 어머니를 위해서 여기에 바위 위에 정자를 짓고 ‘난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하여 다리이름을 자모교라 한단다. 타이루거 협곡공사 중에 희생된 인부225명의 고혼을 위무하기 위해 지은 사당이 장춘사(長春祠)인데 사당도 아름답지만, 사당 밑의 ‘장춘페이푸`폭포와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여 타이루거협곡의 상징물이 됐지 싶다.

북두칠성이 가장 잘 보인다는 칠성담(七星潭) 해변 공원

아무튼 우린 타이루거협곡은 시간이 없어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훑어야했다. 훈이는 부근에서 1박하자고 했지만 아내가 극구 반대하여 귀로에 들었다. 밤에 치라이연봉을 넘는 드라이빙이 몹시 걱정이 됐지만 노련한 훈인 능란했다. 또한 차도 뜸해 안도감이 더했다. 대만은 화산지대에 속하고 화롄은 얼마 전에 지진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아내는 이래저래 한시 빨리 화롄을 벗어나고 싶었던 거였다.

▲옌즈커우(燕子口)는 타이루거 협곡에서 젤 멋진 절벽으로 제비들의 둥지인 괴이한 구멍이 많다. 위험한 동굴절벽이라 반드시 안전모를 써야한다▼

화롄원주민 어메이(阿美族)족은 모계사회로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 전통을 유지한단다. 화전산간지대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여 경작지가 많을수록 일할 남편이 필요하다. 부자여인이 남편도 많이 거느린다. 땜에 남편을 바꾸거나 내쫓아내기도 하지만 첫 남편은 조강지부라고 버리지 않는다. 또한 처녀들은 춤과 노래를 잘해 토속공연으로 적잖은 수입을 올린단다. 화롄의 대리석공예품 또한 유명한데 석공예들의 노동이 얼마나 힘든 직업인가? 이래저래 여자들이 살판 난 세상의 화롄이다.              2023. 03. 19

'악비`라는 영웅을 기념하기 위해서 지어진 웨왕팅(岳王亭) 이라는 정자
출렁다리
엔츠커우 가는 동굴절벽길은 보수공사 주이었다
출렁다리
▲타이루거협곡공사 때 희생된 200여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사당 장춘사(長春祠)는 그 옆에 흐르는 폭포(장춘페이푸)와 함께 멀리서 보면 기막힌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어메이족
▲아메이족 공연(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