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물고 있는 신주시 덕익개철(德翼凱撒)에서 자전거로 반시간쯤 터우첸강변 자전거전용길을 달리면 충린향(芎林鄉)이란 고을이 있는데, 우리네 면(面) 단위일까 싶은 시골의 외양(外樣)은 시간이 반세기 전쯤해서 멈칫한 목가적인 풍경이다. 푸근한 농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포장도로일망정 외부의 큰길과 연결돼 있고, 교통수단도 오토바이(125cc오토바이 65만원, 농촌 가구당1~2대 보유)가 주류를 이루며 간혹 승용차도 집안에 있다.
주위의 넓은 평지속의 전답은 관계수로가 안된 채 마을이 아닌 두서너 가옥씩 듬성듬성 떨어져있다. 제방 넘어가 터우첸강이라서 수로는 사통오발로 이어져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것 같다. 나는 주로 터우첸강 재방과 병행한 자전거 길을 이용했는데 갓길이나 논`밭두렁에 서있는 나무들이 참 멋있다. 전원풍경 속의 고즈넉한 가옥들이 그렇게 따스할 수가 없지 싶은 게다.
논`밭은 경지정리가 안 된 전형적인 옛 모습이 나의 어릴적 고향생각을 불러일으켜 정감이 간다. 구불구불한 논두렁과 밭두렁, 그 두렁을 지탱하는 돌담 내지 흙담, 밭두렁위의 과일나무, 텃밭에서 작년농작물 잔해들을 정리하는 주인, 무논에서 써레질하며 모내기준비에 한창인 농부와 그 뒤를 따르는 두루미와 이름 모를 각종 새들의 촐랑이 뜀박질을 보면서 반세기도 훨씬 지난 노스텔지어에 젖어 고향에 든 기분이다.
충린향(芎林鄉)은 구궁수(九芎樹)가 숲을 이룬 마을이라서 붙은 마을이름이란다. 1775년경에 광동사람 강승지, 류승고 등 한족이 이주하였고, 나중에 복건인이 들어와 꽤 넓은 경작지를 확보하면 마을을 형성 했단다. 현재 IT와 AI 첨단과학이 미래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대만정부는 신주시를 테크노벨리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변두리 시골도 자연스레 부푼 꿈에 설레게 됐다고 했다.
땅값이 오르는데 시골사람들은 굳이 돈 들여 개축할 필요가 없다보니 시골외양은 옛 모습 그대로일 테다. 대만은 사실 식량을 충분히 자급자족하고도 잉여생산물을 수출했을 정도의 농경국가였다. 근대 산업화와 경제개발에 이농현상이 빚은 농업생산력 저하를 막기 위해 정부정책을 기득권 계급의 지주 편보다 농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정책을 펴서 과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단다.
대만에서는 직접 농사짓지 않는 사람은 농지소유를 못한다. 대만의 고령화 사회도, 농촌인구의 고령화도 우리나라와 엇비슷하다. 대만회계국통계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16.2%가 65세 이상이다(2021년1). 농촌에선 60~70대가 더는 독거노인이 상주인구인 셈이다. 열악한 농촌환경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자 그린케어(녹색 돌봄 綠色照顧) 사업정책을 실시하고 있단다.
텃밭 같은 녹지조성으로 노인들이 생산, 생태, 문화, 식사 및 학습에 참여하면서 그런 활동과 취미여가 생활은 건강증진과 치유생활로 차환된다. 노인들은 그린캐어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에게 평생 터득한 농경의 노하우와 인생살이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이루는 시간이기도 하다. 평생 동안 터득한 산 교훈을 후예들에게 전수한다는 노인들의 자긍심은 무척이나 뿌듯하여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그린캐어 정책의 일환으로 창업한 ‘신의향농회’에서는 연간 11억 NT(한화 41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매실가공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 매실 액으로 다과류, 주류 (52%,40%,11%), 비누, 스카프, 캐릭터 등 다양한 상품을 제조한단다. 대만의 평화로운 농촌을 살짝 엿보면서 문득 울`내외도 여기서 살고 싶단 생각을 해봤다. 미세먼지 없는 쾌적한 환경과 신주시와 외곽의 농촌이 자연친화적인 도농문화의 전범 같은 환경이 삶의 질을 높이는 시너지효과를 백프로 발휘할 것 같아서다. 2023. 03
이곳은 몽돌이 많아선지 재방도 몽돌로 쌓았다. 몽돌은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있어 울`나라에선 비싸게 팔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