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타이베이 101(Taipei financial center) 앞에서
중국 본토에서 약 150㎞ 떨어진 타이완해협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독립된 성(省)이었던 타이완은 1885년 청일전쟁으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1949년 국`공전투에 패한 장제스가 본토에서 쫓겨나 이곳에 이주하여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을 세웠다. 팽호제도(澎湖諸島), 화소도(火燒島), 란여도(蘭嶼)등 79개 도서가 포함된 타이완은 일취월장 발달하여 일찍이 선진국에 진입했다.
우리보다 15년간 더 긴 51년간 일제식민지화 됐었지만 반일감정보다는 친일 정서문화가 여실하단 생각이 들었다. 선진화된 일본개화문명의 접목으로 선진국이 됐다는 호혜성(互恵性)에 기인함일 테다. 촌락모습이나 옛 건물들, 일상에서 느끼는 일본문화는 여실하고, 특히 거리를 누비는 자동차는 거의 다 일제다. 한국산 자동차는 어쩌다 눈에 띄어 은근히 부아가 난다. 해도 지금은 한류로 한국에 대한 인상이 참 좋아진 편이란다.
4년 전(1919년) 추석 때 며칠 보냈던 그때 보단 뭔가가 더 일신한 분위기는 코로나팬데믹 몸살을 슬기롭게 넘긴 탓일까?라고 유추해 봤다. 내가 머물고 있는 신주(新竹)시는 신흥기획도시여선지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녹지(綠地)가 많은 시가지는 깨끗하고, 상주인구가 적어 복잡하지도 않으면서 미소와 인삿말을 건네는 등 모든 게 쾌적하다. 모든 건물도 내진설계라 튼실하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답답하지 않아선지 푸근함을 느낀다.
타이베이 101을 세계금융센터[台北國際金融中心]라고 부르는 건 호텔이나 주거용이 아닌 건물 대부분이 은행이나 증권사의 오피스로 사용하고 있어서 일 것이다. 전망대는 지상 89층(실내)과 91층(실외)에 위치해 있는 391.8m 높이다. 5층 매표소부터 89층 전망대까지 37초 만에 오르는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4년 전에 봤단 핑계로, 또 매표와 탑승을 기다리는 고역이 싫다고 아낸 손사래를 쳤다.
세계 9번째로 높은 건물로 타이완의 건축가 리쭈위엔이 설계하고 우리나라 삼성물산이 5년에 걸쳐 건설하였다. 대나무 모양을 닮은 타이베이 101은 숫자 '8'이 번영과 성장 등을 뜻하는 '發'과 발음이 비슷해 좋은 숫자로 여기는데, 이를 반영해 8층씩 8단으로 설계하였단다. 타이베이 101의 심장이라 일컫는 댐퍼(Damper)가 지름 5.5m, 무게 660톤으로 지진과 태풍으로부터 타이베이 101을 지켜낸단다.
상층부의 진동을 흡수하기 위해 87층과 92층 사이 중앙에 매달아 놓은 진동완충장치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구경거리다. 88층에서 그 거대한 댐퍼 추를 볼 수가 있다. B1은 식당가인데, 딤섬 맛집으로 유명한 ‘딘 타이 펑’ 지점이 있다. 늘 대기손님들로 붐비고 번호표에 예상 대기 시간이 찍혀 나오는데, 점심시간엔 4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단다. 1층~4층까지의 쇼핑몰은 101타워 전망대매표소와 에스컬레이트로 연결된다.
타이베이 시내와 마을 도처에 ‘룽산쓰’라는 크고 작은 사원이 있는데 부처님을 비롯해 도교, 민간신앙의 여러 신들도 같이 모셔져 있다. 다종교가 한집 살림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는 건 토속신앙이 발달한 섬나라 특유의 문화땜일 것이다. 위험한 바다가 생활의 터전이었을 섬주민들에게 어떤 신이든 소원을 빌면 들어줄 거라는 기대심리의 발현일 테다. 하여 마을 어귀의 사당에는 당시 공사헌주들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룽산쓰는 중국 고유의 건축양식이 집합된 곳으로 돌기둥의 용조각과 사당 안에 새겨진 춤추는 듯한 인물들로 화려하다. 기이하고 다양한 조각들 모습은 그들 신앙의 심벌로써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광둥, 베이징, 상하이, 쓰촨 등 중국 4대 요리법에 달통한 중국본토배기들이 국민당정부를 따라 이주하여 대만에 4대요리법을 전수시켜 대만에 정통중국요리가 발달했단다.
덥고 습한 기후로 저녁때면 온 가족이 야외로 나가서 포장마차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보니 야시장이 발달했다. 더욱이 맞벌이부부가 많아 외식이 습관화 된 일상탓에 야시장의 수많은 포장마차들을 번성시켰고, 온갖 재료의 음식들이 생겨났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뱀, 자라 등의 강장음식이다. 시장이나 야시장엘 가보면 요리종류와 화사함에 질리게 된다.
타이베이의 국립고궁박물관은 고대중국의 보물과 미술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데다 황실 소장품들 중 최고만 모아놓은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국립고대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다. 송, 원, 명, 청대의 유물들 65만 점에 달한 소장품은 3개월에 한 번씩 교체전시를 하고 있다는데, 모두 다 보려면 8년 이상이 걸린단다.
박물관 관람도 이미 봤다는 아내의 반대로 포기하고 삼림공원을 향했다. 유물이란 게 역사에 문외한이면 흥미 없기 마련이다. 기원전 2000년~1500년경의 은나라 출토품까지 망라되어 있어 중국의 유구한 역사유물 중 가장 값지고 진귀한 것들은 대만국립박물관에 있다. 까닭은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때 국민당정부가 패전으로 대만으로 쫓겨가면서 진귀한 것들을 선별하여 전체소장품 중 4분의 1을 이송했었다.
마오쩌둥이 대만으로 도망치는 장제스의 배를 공격하려다 소중한 유물이 수장될까봐 마음 돌린 일화가 인구에 회자된다. 하여 베이징 고궁박물원의 소장품보다 소량(小量)이긴 하지만 진짜배기 유물만을 챙긴 탓에 세계적인 보물들이 많이 소장된 박물관으로 공인받는다. 진짜 중의 진짜만 골랐던 것이다. 장제스나 마오쩌둥이나 문화유산에 대한 절대적인 애착은 상상을 절한다.
나아가 마오쩌둥의 문화유산 사랑이 대만의 초토화를 막은 것이다. 패잔병 장제스를 추격 대만에 상륙했으면 대만의 발전을 더디었을 것이다. 역사에 가설은 자가당착이겠지만 대만은 일취월장 선진국으로 도약해 안정된 사회를 구가하자 한때는 중국인들의 엑서더스로 마찰을 빚으며 대만의 인구과잉이란 사회문제를 야기 시켰지 싶다. 어떻든 지금 대만은 잘 살고 있단 걸 실감한다. 2023. 03.
# 4) 타이베이4박5일 – 타이베이101의 요지경 (tistory.com)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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