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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8) 문산보도 - 연화사 트레킹

8) 문산보도(Wenshan Trail) - 연화사(Lianhua Temple) 트레킹

문산보도는 울창한 원시림 기분이 들게 한다

가로수 벚꽃이 제법 흐드러지고, 갓길화단의 영산홍이 연지곤지 바른 채 요염을 떨고, 담벼락엔 오렌지 트럼펫 꽃 - 주황색 피로스테지아 베누스타(Pyrostegia venusta)가 발길을 붙잡는다. 아! 봄은 짐짓 절정으로 질주하나 보다. 그럴 만도 한 건 내가 타이베이에 온지 열흘쯤 됐는데 따사로운 햇살은 대지를 어루만지면서 봄기운을 뿜어낸다. 대지는 수줍은 듯 안무로 가리고~!

피로스테지아 베누스타

나는 오늘 문산보도(文山步道, Wenshan Trail)트레킹에 나설참으로 일찍 배낭을 챙겼다. 주베이시 지리에 어두운 난 문산보도 등산로를 인터넷검색으로 숙지하고 들`날머리를 연화사(蓮華寺 Lianhua Temple)로 점찍었다. 117번국도 오르막길에서 연화사입구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없어 자전거를 끌고 힘겹게 정문에 들어섰다. 나중에 사찰경내를 답사하다가 정문 뒤쪽에 마을로 통하는 도로가 있음을 알았지만.

연화사 후원 언덕배기를 순놓은 피로스테지아 베누스타
연화사 일주문, 우리네 사찰의 단아함과는 비교가 안 된다
연화사 뒤 언덕계단을 올라서야 담장 개구멍 같은 등산로가 나타난다

연화사정문은 웅장하고 화사했다. 아니 대만의 사찰들은 정문부터 요란할 정도로 원색의 조각품들로 기교를 부리며 황홀경을 연출한다. 연화사는 청나라 광서시대에 창건된 120년의 역사 속에 관세음보살을 참배하는 순례지로 유명하단다. 참배자들은 사찰의 역사와 아홉 드래곤 벽, 12띠 조각상에 감탄한다, 또한 이곳 주북성 주민들에겐 성역화 된 신앙의 요채일뿐더러 트레킹과 산책로의 시발지로도 각광받는다.

▲울창한 숲속의 멋들어진 수목들은 트레킹의 윤활류가 된다▼

1878년에 창건 된 연화사는 ‘()의 지정 유적지’로써 주베이 지역의 불교 및 도교 신앙의 중심지란다. 봄엔 만개한 벚꽃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문산 트레일’ 들`날머리로 산님들한테 인기 있단다. 자전거를 주차해두고 ‘문산 보도’입구를 찾느라 경내를 한참 서성대다 사찰 뒤 언덕 뒷담 구석에서 산길개구멍(?)을 발견했다. 수풀 속으로 난 산길이 등산로란 걸 눈치껏 알아채야 함이다.

임도공사 중인 근로자들이 나무가지와 이파리를 분쇄기에 넣어 빠수고 굵은 목재만 모으고 있었는데 내가 사진을 찍자 미소를 띄워줬다
일제가 만든 참호진지. 대만은 51년간 일제의 식민지였다

사찰에선 숲속의 이길이 등산로가 아닌 흐지부지한 숲길로만 알려지길 은근히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산님들이 산행을 핑계로 무시로 경내를 드나드는 불편은 상상해 볼만해서다. 연화사 뒷산 우듬지에 가서야 비로써 리두산행 안내표지를 볼 수가 있었다. 그 안내표지는 궁금해질 만하면 나타나곤 해 안심하고 산행을 할수가 있어 아열대사철나무들이 어지럽게 얽힌 음침한 원시림을 탐험하듯 산행할 수 있었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지명도 신죽(新竹)이라 했다
수풀 사이로 이따금씩 선뵈는 시가지는 산행의 당의정이 된다

초행 산길인데다 등산객과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어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수형(樹形)이 기똥차게 멋진 이름 모를 나무들과 울찰한 숲에 정신이 팔렸다. 근데 짐승 아닌 새일까 개구리일까? 나를 스토킹 하는가 싶은 놈의 울음소리가 멈추질 않고 따라다닌다. 지팡이 겸 호신용으로 잘린 대나무를 주어들고 나무나 돌멩이에 부딪쳐 탁 탁 경고를 울려도 놈은 마이동풍이라. 결국엔 내가 손들고 못 듣는 척 해야했다.

산악회 시그널과 표지가 유일한 나침판이 됐다
▲원시림을 헤치는 듯한 산행은 탐험의 기분이 들었다▼

가뭄 탓에 등산로는 먼지투성이다. 까만 진흙과 몽돌이 반반씩 섞인 이곳 토양은 가물 땐 먼지가 많고 장마때는 미끄럽단다. 오늘같이 먼지투성인 산길은 발밑의 몽돌마저 굴러 미끄럼타기 일쑤였다. 트레킹화를 신은 나는 리지등산화 생각이 간절했다. 더구나 급경사산길이 더 신경 쓰이는 건 가느다란 밧줄 하나를 나무와 나무에 매달아 놓았을 뿐 의지할만한 인공구조물이 없어서다. 자연친화적인 등산로인 셈이다.

신주시 외곽
대나무 숲도 심심하면 나타났다

리두산(犁頭山) 정상에 데크로 만든 쉼터가 있을 뿐이다. 환경오염 탓에 특히 동남아산 데크`목재는 선진국에선 사용 안한다. 유독 우리나라만 산야에 데크로 도배를 할 정도로 남용한다. 정책당국의 무모한 발상이 슬플 일이다. 지하수 오염됐다고 약수터에 ‘식용불가’란 딱지 붙인 곳이 부지기수다. 거미줄마냥 얽힌 원시수풀 사이로 조망되는 시가지는 한 폭의 사생화다.

앙증맞은 우체통과 이두산방향 표지, 우체통이 필요하긴 해서 있겠지만 고갤 갸우뚱 하게했다

인적이 뜸해선지 등산로 어디에서도 쓰레기 하나 없다. 바위산이 아니라 엉덩이 붙이고 쉴만한 곳도 없으니 쓰레기 버릴 기회가 적을 테고, 쉰다고 뭉그적대지 않아 산의 황폐화도 안 될것이다. 산엔 어떤 쉼터도 만들어선 안 되는 소이다. 혈세낭비고 자연훼손행위인 것이다. 설악산에 어떤 미친놈이 케이블카를 만들겠다고 지랄 떨더니 윤석열정부는 기어코 맞장구를 쳤다. 후손들한테 욕 바가지로 먹을 것이다.

▲첨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열대우림 숲속길 트레킹이 신날 수 밖에~!▼

‘문산 보도’에서 리두산에서 문산초등학교 구간의 산길은 시멘트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었다. 층고가 낮은 계단 길은 깔끔하기도 했고 쉼터도 두 군데 있었다. 왕복1시간 소요되는 등산로는 노약자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여기 산길에서 모처럼 등산객 서너 팀을 조우했다. 오늘 4시간여의 산행 중에 처음 인사 건네는 산님들이었다. 여기 주민들은 마주치면 미소로 인살 한다. 참 친절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일한 인공구조물인 밧줄

연화사에서도 마주치는 사람마다 목례하면서 미소를 보내는 거였다. 그 중에 두 분은 내게 인사말을 했는데 벙어리인 나는 살짝 웃기만 했다. 외국여행 때마다 벙어리신세라 영어회화공부 하겠단 다짐만 하는 통에 이젠 아내의 궁시렁도 시들해져 살판(?) 난 게다. 연화사는 휘황찬란한 법당보단 뒤 언덕의 정원이 멋지다. 수많은 조각들과 만개하기 시작한 꽃들로 유토피아에 든 기분을 느낀다. 짝쿵을 동반해야 할 텐데 언제 비가 올려나? 먼지투성이 산길은 한걸음도 때지 않을 텐데?               2023. 03. 07

타이베이 고속철도, 쥬베이역사가 보인다
리두산정상의 데크목재 쉼터
▲리두산정상에서 문산초등학교방면으로 이어지는 문산보도는 시멘트침목으로 이어져 산님들한테 인기가 좋은듯. 왕복 50분정도 소요되는 이 길은 산책하기 딱이었다. 이 길에서 몇 분의 등산객들을 첨으로  조우했다 ▼
▲리두산~문산초교 구간의 문산보도는 시멘트침목을  사용한 유일한 등산길이었다. 급경사도 없고 깔끔해선지 이 숲길에서만 산님들을 만났다▼

 

▲아담한 쉼터도 두 군데 있던가?▼
첨으로 맞이하는 이정표, 근디 거리수치 표시가 없어 얼마나 걸릴지 궁금했다
이 산책길도 임도를 병행하려는 공사가 진행 중(?)
이곳 신주지방의 죽순은 벌써 왕대가 됐다. 죽순껍질이 탈피 돼고 있다. 좌측 그림은 버섯종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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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사철나무가 이따금씩 나타나 나를 호위하며 별난 포퍼먼스로 신명나게 해줬다▼
연화사 뒷 담장 끝의 쉼터, 한참을 뭉그적대면서 신발과 바지의 먼지를 털었다.
용화사 후원은 신도들의 힐링처라
아홉마리의 용을 조각한 연화사 용벽
▲법당과 기도드리는 신도들▼
법당 뒤 화단의 별종의 대나무, 좌측에 아직 껍질채인 죽순이 있다. 이 기똥 찬 대나무이름은? 말이 통해야 뉘한테 묻기라도 하지?
빨간 선이 오늘 문산보도 트레킹 구간, 왕복 4시간 산행했다